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2024/11 24

주방 작은 창은 화가다!

우리 주방의 작은 창을 나는 참으로 좋아한다.주방 일 하는 중간중간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곤 한다.  요즈음 산에 인접한 우리 아파트 주위 가을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앞뒤 베란다로 왔다 갔다 하면서 풍경 놀이를 하지만아무래도 주방에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주방의 작은 창으로 뒷산을 바라보는 재미가 정말 좋다. 작은 창은 액자가 되어 사계절 내내 풍경화를 그려내곤 하니이 세상 제일의 화가가 아닐까.창은 그림을 소유하지 않았지만자연을 끌어와 그림으로 감상하는 차경이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닫힌 듯싶은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작은 창에 대한 애정은 아마도 한옥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되었다는 나만의 믿음이다.한옥 창의 우수성을 새삼 느낀 것은 안동의 병산서원에서다.배롱나..

단상(短想) 2024.11.21

이제는 사라져 가는 그리움

요즈음 사무실 일이 조금 바쁘다.정신없이 집중하다 퇴근 시간에 밖으로 나오면절로 깊은 호흡에 머리에서 발 끝까지 상쾌함을 느낀다.  거리 풍경, 스치는 나무 모습 등을 바라보며 앞차 꽁무니를 따라 달리다산자락을 끼고도는 우리 동네 가는 길로 들어섰다. 더 기분 좋은 길이다. 그러다 문득 감나무가 보인다. 아니 여태 왜 내가 감나무를 못 보았지?어느 집 마당 가의 나무인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울타리 없는 마당 가였다.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감은 아직도 많이 달려 있다.이 생각 저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감나무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는 없을 것이다.감꽃도, 감나무잎도, 감도 내 유년 시절의 추억들을 눈에 삼삼하게 떠오르게 하는우리의 풍경이면서 동감할 수 있는 정서를 지닌 감나..

단상(短想) 2024.11.20

콩고의 응원

콩고라는 아프리카 나라 이름도 있지만우리 집에는 콩고라는 열대식물이 잘 자라고 있다공기 정화작용이 탁월하다 하여 집에 들여 키운 지 10년을 넘는다열대식물이어서인지 커다란 잎이 어찌나 시원하게 잘 자라는지 새잎이 나올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곤 한다.이 콩고는 꽃 보기가 어렵다고 하는데우리 콩고는 몇 해 전부터 매년 꽃을 피우고 있다.  천장 높은 줄 모르고 크는 콩고가 올해 또다시 꽃망울을 올리고 있다.지난 10월 28일이다.그런데 콩고는 꽃망울을 올리고도 한 달 넘게 장고의 시간을 보내다 꽃을 피우는데딱 하루나 하루 반나절 정도 잎을 벌리고 속살을 보여준 후다시 입을 꼭 다물어 버린다.그 상태로 또 한 달여를 지내다가 떨어지는 것이다. 콩고 꽃망울을 바라보노라며 꽃망울을 올리고도 오랜 시간 동안 무엇..

꽃과 나무 2024.11.19

나를 힘 나게 하는 따뜻한 마음~

점심시간에 사무용품 몇 가지 필요한 물건이 있어 다이소에 들렀다.지난번 보자기로 만든 장가방을 들고 가서필요한 것을 고르고서도아기자기하고 용도에 맞는 기막힌 물건들을 구경하였다.한 코너에서 내 발길이 멈추었다. 에코백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어 가격표를 바라보니아니!! 1,000원에서 5,000원 사이의 에코백들이었다. 슬그머니 내 장가방을 바라보노라니 웃음이 나온다.나는 재봉틀이 없을 뿐 아니라 재봉틀 돌리는 법도 모르니 아예 세탁소에 맡겼던 것이다.세탁소 주인은 바지 단 박는데에도 3,000원 이라면서세 개 보자기를 포개어 두 개 가방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기에 8.000원을 말했고 나는 이의 없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완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데에 비유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내 보자기로 만든 장..

단상(短想) 2024.11.18

그 길에 하마 갈대 꽃 피었을까

▼그 길 찾아가는 길목에서 만난 가을 꽃    오랜 전, 내가 그 길로 접어든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어느 날 가을날의 쓸쓸함을 못 이기고 한적한 길 찾아 드라이브 나섰다 만난 길이었다. 풍경마저 숨죽인 한적함이 좋았다. 넓은 평야와 맞대고 있는 갯벌이 있었고 논 사이의 갈대밭이 참으로 평화로웠다.  넓게 펼쳐진 갈대밭을 바라보고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내 달았었다. 그렇게 만난 후,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찾아가곤 했던 곳이었다. 나중에 그곳에 염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그 길을 좋아하게 되었다. 어은리라는 면 단위 마을이 있는 곳이었다.  어제 토요일에도 그렇게 그곳을 찾아갔다. 새만금방조제가 생기기 전 바닷물이 이 마을 앞까지 들어왔었단다.하여 옥구 염전이 있었고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이른 아침 베란다에 서서 앞산을 바라보니 앞산의 나무들도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곱게 물들고 있었다.동쪽에서 뜨는 햇빛에 부분적으로 더욱 밝은 단풍이다.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틈새에 자꾸 쳐다보는 앞산 가을,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가을 햇살은 속속들이 지상으로 파고들고 있다.햇살이 고우니 바람결도 고울 거라고 나를 불러내는 가을빛이다.할 일 마치고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갖자고 작정하며 슬그머니 밖으로 나온다. 들녘의 풍경은 점점 가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사르르 달려드는 기분 좋은 바람결에 일어나는 알 수 없는 가슴의 아릿함은내 마음속 깊이 자리한 감성까지 곱게 물들이며 무언가 모를 힘으로 나를 이끈다. 가을 색이 짙어간다고 함은어쩌면 모든 것들의 차림새가 조금은 초라..

단상(短想) 2024.11.16

왕들이 찾아 왔던 복천암

세심정에서 조금 더 가파르게 오르다 만나는 오른쪽의 길 끝에 있는 복천암은 법주사의 산 내 암자다.조선 세조가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두 고승과 함께 3일 기도를 올린 후세조길의 목욕소에서 몸을 씻고 피부병이 나았다 해서 더욱 유명하다.  살금살금 걸어 복천암으로 들어서서 막 지나치는 스님을 만났다.으레 합장하면서 인사를 하는 법이거늘, 나도 모르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말았다아차 싶은데 스님은 어서 오세요~~ 한다. 근엄할 줄 알았는데~~ 혼자 안도한다.  역사가 깊은 암자이기에 고색창연함을 기대했는데 완전 현대식 건물이다. 이 자리에서 복천암이라는 이름으로 지내 온 세월은 1,300년이 넘었지만 그간 여러 번 중건되온 까닭이리라  이 깊은 산 속 암자에 왕들의 출입이 잦았던 곳이라니~~그 시절 이..

늦가을의 정취

세속을 벗어난 곳의 늦가을의 정취는 유난히 쓸쓸함을 안겨준다. 고운 빛으로 치장하던 나뭇잎들이 바람의 힘을 빌려 혼신을 다해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다. 나뭇잎들이 곱게 물들어 가는 이유는 내년을 기약하는 나무에서 더는 영양분을 빼앗지 않으려고 스스로 차단하는 까닭이라 한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나뭇가지에서 곤두박질하며 떨어지는 나뭇잎들의 고운 빛을 바라보노라면 숙연함이 전해온다.   주말이 아닌 평일 이어서일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약간 흐린 하늘 아래 수원지에 모여 있는 물이 바람 따라 찰랑찰랑 움직이며 작은 소란을 피우고 있다. 그 물결 따라 물 위에 떨어진 낙엽들이 밀리고 밀려 물가에 켜켜이 쌓여 있다. 문득 그 낙엽 물결을 찰랑이는 물이 만들어 놓은 것인지, 바람이 만들어 놓은 것인지 궁금하다. ..

단상(短想) 202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