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늦은 시간의 주차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주차 아닌 장소에 세워 놓고 차를 찾아 내려가는 길섶의 아파트 화단에 분홍빛 꽃!내 눈이 화들짝 커진다. 상사화다.그토록 무덥던 여름의 빛깔이분홍빛에 슬며시 바래어진 것 같다.아직은 초록이 더 빛나야 하고햇살이 더 있어야 모든 식물은 제 몫을 다 할 수 있다는무책임한 내 생각에 소중한 생명이 살짝 토라진 듯싶다. 토라진 마음의 빚은 무슨 색일까?수줍은 분홍 상사화의 몸짓이 가엽다. 상사화는 상사화대로 잎을 만나지 못하는 애타는 마음일진대… 계절이 바뀐다는 것,내 몸이 속수무책으로 더 늙어가는 것이지.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손자 돌보는 즐거움에 빠져 지내는 동안내 육신은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그 방향을 조금 바꾸어 볼 용기를 상사화에서 받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