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을 벗어난 곳의 늦가을의 정취는 유난히 쓸쓸함을 안겨준다. 고운 빛으로 치장하던 나뭇잎들이 바람의 힘을 빌려 혼신을 다해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다. 나뭇잎들이 곱게 물들어 가는 이유는 내년을 기약하는 나무에서 더는 영양분을 빼앗지 않으려고 스스로 차단하는 까닭이라 한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나뭇가지에서 곤두박질하며 떨어지는 나뭇잎들의 고운 빛을 바라보노라면 숙연함이 전해온다. 주말이 아닌 평일 이어서일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약간 흐린 하늘 아래 수원지에 모여 있는 물이 바람 따라 찰랑찰랑 움직이며 작은 소란을 피우고 있다. 그 물결 따라 물 위에 떨어진 낙엽들이 밀리고 밀려 물가에 켜켜이 쌓여 있다. 문득 그 낙엽 물결을 찰랑이는 물이 만들어 놓은 것인지, 바람이 만들어 놓은 것인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