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내맘의 글방 173

나는 상대방을 모르는데...

김치 담그는 수준의 김장을 마치고일 년에 두어 번 사용하는 그릇들을 깨끗이 씻어 정리하고어질러진 집안 정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어쨌든 한 번은 하고 지나야 하는 일이기에 개운하다.바로 정육점으로 갔다.수육을 저녁 식사 때나 먹으려 했기에 아직 삶지 않은 것이다.고기를 사서 올라오는데주민인듯싶은 한 여자분이 가로 주차한 차를 밀려고 하는 데 힘이 모자란 듯하였다.멀리서 보아도 몸 앞으로 밀었다 다시 뒤돌아 뒷심으로 밀곤 하는데도차는 꿈쩍 않는다 얼른 다가가 ‘같이해요’ 하면서 밀어주니‘몸도 안 좋으신 분이~~’ 한다.나는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나를 아는 분이신가? 하는 생각이었지만오래전에 크게 앓았던 나를 알고 있으니 분명 우리 아파트에 살고 계신 분이 맞을 것이다.모른다고 하면 민망해..

내맘의 글방 2024.12.02

소꿉놀이 김장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콩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하루 반나절의 짧은 찬란한 시간이었다.   오늘 김장을 마쳤다.다른 분들에 비하면 소꿉놀이 정도이겠지만 나는 진심 열심히 했다.배추는 해남 절임 배추 10kg을 어제, 29일에 도착하도록 주문하고 주문 배추는 잘 절여졌다. 김장 시작하기 2시간 전에 물을 빼라고 했다. 물이 빠진 후, 나는 절인 배추 포기를 다시 반으로 갈랐다.2 등분한 포기는 너무 커서 한 번 꺼내면 오랫동안 먹으면서제 맛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에 작게 하여 자주 꺼내 먹기 때문이다.  양념은 하나씩 하나씩 준비했다.젓갈은 추자도에서 사 온 멸치젓을 사용했다. 그 옛날 우리 어머니는 황석어젓을 김장할 때 끓이곤 했었다언제부터 장독 항아리 하나에 젓을 담아 놓고 김장 때 보면노릇노릇한 황석어..

내맘의 글방 2024.11.30

보자기 단상

오래전, 한 화가 선생님의 전시회에 갔었다. 가끔 접했던 선생님의 그림은 크고 화려하기보다는 무언가 사색적이고 깊은 의미를 주는 작품들이라고 평소에 느끼곤 했기에 친구의 청을 받고 함께 갔다.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던 중 내 눈길을 거두어간 작품이 있었다. 무언가를 보자기로 정성스럽게 싸 놓은 그림이었다. 알 수 없는 정감이 스쳐 지나며 정겨움을 불러일으켰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나에게 화가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 주신다. 30 년쯤 된 삼베에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색실로 바느질하셨단다. 침묵을 싸서 보내는 상상을 형상화한 것이다. 나는 그 보자기 그림에 무한한 신비로움을 느꼈고 그림을 구매하였다. 지금도 안방에 걸려있는 그림이다. 평소에도 보자기는 넉넉함으로 내용물의 모습을 다스리는 겸손함이라 생각..

내맘의 글방 2024.11.09

가을의 선함을 누리며

가을은 투명하다. 멀고 가까움의 선마저 더욱 뚜렷하게 도드라져 보이는 산빛은 한결 드높아진 하늘빛과 맞닿아 맑음을 빚어내고 있다. 그 맑음에 섞여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도 맑디맑다. 가을은 신명 가득한 저희끼리 놀 것이지 왜 나를 자꾸 유혹하는 것인지… 서류발송을 핑계 삼아 우체국까지 걸었다. 가을은 누구랑 친구 하며 놀고 있을까? 건물의 담 그늘이 서늘하다. 여름 같으면 얼른 들어섰을 그늘이었지만 금세 배반자가 되어 햇살 아래로 발을 옮겨 바라보니, 담 그늘에서는 아직도 방가지똥이 꽃을 피우고 서 있다. 잎에 돋은 가시가 행여 찬 기운을 막아내는 방패막이라도 될까. 이름마저 우스꽝스러운 멀쑥한 허우대에서 기척 없는 몸짓이 보인다. 큰 도로에 나서서 신호를 기다린다. 건너편 길의 가로수 벚나무 밑을 걷고 ..

내맘의 글방 2024.10.16

숲 속 학교에 귀 기울이다.

일요일 무심코 티브이 리모컨을 누르니 시원한 바닷가에 새들이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아마도 케이블 방송인 듯 낯선 채널이었다. 별 마음 없이 화면을 주시하노라니 새의 행동을 잘 지켜보라는 진행자의 멘트가 호기심을 자각한다. 새의 발 옆에는 관광객이 던져준 빵 조각이 있었다. 그 새는 빵을 한참을 주시하더니 부리로 두 조각을 내었다. 그중 하나를 부리로 집기에 먹으려는 줄 알았는데 바로 물속에 텀벙 빠트리는 것이다. 왜이지? 하고 바라보다 나는 그만 탄성을 질렀다. 그 빵 조각을 먹기 위해 달려드는 작은 물고기 떼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순간 새는 부리나케 물고기 한 마리를 집어 올리는 것이었다. 새는 빵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더 좋은 먹잇감을 구하고 있었다. 참으로 영리한 그들이 아닌가. 나에게 필요한 ..

내맘의 글방 2024.06.27

외로운 나그네 음식, 국수

매 일요일의 점심 메뉴의 선택에 걱정이 앞선다. 점심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점심은 뭐 먹지? 하는 내 말에남편은 나의 귀찮은 듯한 마음을 느꼈는지 국수나 먹자고 한다.라면 하나 끓이면 그보다 더 간편하겠지만 이상하게 나는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할 정도다.  우리는 비빔국수를 선호하는 편이라 먼저 각종 고명을 준비한다. 계란 지단을 부치고 감자, 당근, 양파, 피망 등을 잘게 채 썰어 볶아 놓는다. 펄펄 끓는 물에 면을 넣은 후 뚜껑을 닫고 물이 부르르 끓어 넘치면 얼른 뚜껑을 열고 2분 정도 더 끓인 다음 얼음 동동 띄운 물에 헹구어 건져 서린다. 그때의 차지면서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 면발은 입맛을 저절로 당기게 하니 몇 가닥을 후루룩 입에 넣기도 한다. 알맞..

내맘의 글방 2024.05.28

꽃에 실려 온 옛 생각에 젖었다.

새해 들어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요즈음, 나는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들에 파묻혀 지내는 듯싶다. 연말정산이 그러하고 지난해 결산을 요구하는 관공서에 제출하는 업무들이 있어서다. 그러느라 매서운 추위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개미 쳇바퀴 돌리는 일상에서 늘 똑같은 동선을 반복하다 보면 나 자신이 어떤 매뉴얼 따라 움직이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업무든 살림이든 내 몸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 한 틀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살아가다 문득문득 이 틀 안에서 나를 꺼내어 주며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은 뜻밖의 존재들이다. 며칠 전 아침이 그러했다. 아침 바쁜 시간을 쪼개어 청소기를 밀며 이 방, 저 방, 거실, 주방, 욕실을 오가는데 거실 한쪽에서 자라고 있는 행운..

내맘의 글방 2024.01.26

호된 경험

2주 전 목요일 점심시간, 우리는 잘 차려진 식당으로 들어갔다. 한 테이블에 4명씩 먹을 수 있도록 차려진 식탁 위에는 4종류의 싱싱한 생선회가 올려 있었고 그 옆 가스레인지 위에는 회를 뜬 나머지로 끓일 매운탕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두들 배가 고팠을 것이다. 횟집이어서 나로서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나 혼자 어긋날 수 없어 동석을 했고 늦게 끓여지는 매운탕만 먹을 작정을 했기에 스스럼없었다. 모두 재잘거리며 싱싱한 회를 잘 먹었다 내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거짓말 같지만 지금까지 나는 생선회를 먹은 적이 없다. 원래부터 살아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의사는 나에게 절대로 날 것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 왔기에 단단히 세뇌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너무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노..

내맘의 글방 2023.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