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요즈음, 나는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들에 파묻혀 지내는 듯싶다. 연말정산이 그러하고 지난해 결산을 요구하는 관공서에 제출하는 업무들이 있어서다. 그러느라 매서운 추위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개미 쳇바퀴 돌리는 일상에서 늘 똑같은 동선을 반복하다 보면 나 자신이 어떤 매뉴얼 따라 움직이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업무든 살림이든 내 몸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 한 틀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살아가다 문득문득 이 틀 안에서 나를 꺼내어 주며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은 뜻밖의 존재들이다. 며칠 전 아침이 그러했다. 아침 바쁜 시간을 쪼개어 청소기를 밀며 이 방, 저 방, 거실, 주방, 욕실을 오가는데 거실 한쪽에서 자라고 있는 행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