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 화가 선생님의 전시회에 갔었다. 가끔 접했던 선생님의 그림은 크고 화려하기보다는 무언가 사색적이고 깊은 의미를 주는 작품들이라고 평소에 느끼곤 했기에 친구의 청을 받고 함께 갔다.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던 중 내 눈길을 거두어간 작품이 있었다. 무언가를 보자기로 정성스럽게 싸 놓은 그림이었다. 알 수 없는 정감이 스쳐 지나며 정겨움을 불러일으켰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나에게 화가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 주신다. 30 년쯤 된 삼베에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색실로 바느질하셨단다. 침묵을 싸서 보내는 상상을 형상화한 것이다. 나는 그 보자기 그림에 무한한 신비로움을 느꼈고 그림을 구매하였다. 지금도 안방에 걸려있는 그림이다. 평소에도 보자기는 넉넉함으로 내용물의 모습을 다스리는 겸손함이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