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정에서 조금 더 가파르게 오르다 만나는 오른쪽의 길 끝에 있는 복천암은 법주사의 산 내 암자다.
조선 세조가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두 고승과 함께 3일 기도를 올린 후
세조길의 목욕소에서 몸을 씻고 피부병이 나았다 해서 더욱 유명하다.
살금살금 걸어 복천암으로 들어서서 막 지나치는 스님을 만났다.
으레 합장하면서 인사를 하는 법이거늘,
나도 모르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말았다
아차 싶은데 스님은 어서 오세요~~ 한다. 근엄할 줄 알았는데~~ 혼자 안도한다.
역사가 깊은 암자이기에 고색창연함을 기대했는데 완전 현대식 건물이다.
이 자리에서 복천암이라는 이름으로 지내 온 세월은 1,300년이 넘었지만
그간 여러 번 중건되온 까닭이리라
이 깊은 산 속 암자에 왕들의 출입이 잦았던 곳이라니~~
그 시절 이 깊은 곳까지 왕들은 어떻게 왔을까.
중심건물인 극락전의 무량수는 고려 공민왕의 친필이라 했는데 찾아볼 수 없다.
하니 공민왕도 이곳에 머물면서 스님의 법문을 들었을까.
조선 시대 세종은 종종 암자의 신미대사를 궁으로 불러들여 법문을 듣고
한글 창제 시 집현전 학자들에게 범어의 자음과 모음 체계를 설명하게 했다고도 한다
하여 한글이 반포된 후
세종은 신미대사의 숨은 공로에 마타삼존상을 조성 봉안케 했다 하니
한글 창제에 지대한 공을 세운 암자이기도 한 것이다.
세조는 아버지인 세종대왕 시절 집현전 학자들에게 범어를 강의하던 신미대사를 존경했고
그에 피부병으로 심신이 괴롭고 지칠 때면 이곳 복천암의 신미대사를 찾았다고 한다.
복천암을
가만가만 돌아보니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문득 세조가 마시고 물맛이 좋다고 감탄했다는 석간수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석간수의 수각은 육영수 여사 어머니이신 이경령 여사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시주금을 받아 시주한 것이라 하니
이곳 복천암은 우리 역사의 왕과 임금이 왕래하고
그리고 대통령까지 마음 함께한 곳이지 않은가!!
역사를 품은 세월은 바람처럼 휘몰아치며 오기도 하고
강물처럼 순하고 부드럽게 때론 흙탕물이 되어 떠내려가기도 한다.
깊고 깊은 산 속의 암자도 그렇게 세월을 타고 흐르며
이제 관광지가 되어 화려함으로 변신하기도 하지만
그 깊고 깊은 속내에 품은 현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찾아가고픈 마음이 일렁인다.
왕들이 다녀가고 관심을 가졌던 복천암을 이제 만나고 보니
이 가을이 다정하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세를 잊고 머언 시간의 왕을 알현한 시간이었다
하여 이곳을 진정 속리(俗離)라 했을까.
▼세조길에 있는 목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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