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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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끝에서 오래된 미래를 만났다.

올 가을을 반납하겠다는 나의 건방진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 주겠다는 듯 가을답지 않은 날씨를 보여주고 있던 가을! 이 갑자기 추워졌다. 달력상 가을의 마지막 달인 11월은 나로서는 가을 쓸쓸함의 극치를 보듬고 있는 달이기도 하다 인디언들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한다니 참으로 자연의 이치에 맞는 말이지 않는가! 그렇게 가을은 나에게도 모두 다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조금씩 보여주며 늦가을의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껴보라 한다. 우리 집 관엽식물 콩고도 그렇게 또다시 한송이가 아닌 두 송이의 꽃봉오리를 올리며 내 마음편이 되어주고 있다. 꽃송이로 근 20여 일을 지내는 콩고이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꽃을 기다리는데 또 한송이를 올리며 세 송이를 한꺼번에 보여주며 내 낯을 환하게 해주고 있..

단상(短想) 2023.11.08

호된 경험

2주 전 목요일 점심시간, 우리는 잘 차려진 식당으로 들어갔다. 한 테이블에 4명씩 먹을 수 있도록 차려진 식탁 위에는 4종류의 싱싱한 생선회가 올려 있었고 그 옆 가스레인지 위에는 회를 뜬 나머지로 끓일 매운탕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두들 배가 고팠을 것이다. 횟집이어서 나로서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나 혼자 어긋날 수 없어 동석을 했고 늦게 끓여지는 매운탕만 먹을 작정을 했기에 스스럼없었다. 모두 재잘거리며 싱싱한 회를 잘 먹었다 내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거짓말 같지만 지금까지 나는 생선회를 먹은 적이 없다. 원래부터 살아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의사는 나에게 절대로 날 것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 왔기에 단단히 세뇌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너무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노..

내맘의 글방 2023.10.20

49일 만에 다시 어머니를 만나고

어머니 어머니 돌아가신 후 49일 만에 어머니를 만나러 갔습니다. 어머니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는데 오늘도 역시 그러했습니다. 스치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 들판은 차분하면서도 풍요로웠습니다. 길가의 코스모스들은 살짝 지나는 바람결에도 제 몸을 하늘거리며 내 지난 시절의 정감을 모두 알려주는 듯 다정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막 익어가기 시작한 벼들의 옆에 불쑥 나타난 듯 서 있는 뚱딴지의 농익은 노란 꽃이 너무 멋져 보입니다. 지나는 길을 일부러 국도를 타고 달렸어요 그 길을 따라나서면 아버지께서 마지막 근무를 하셨던 학교 곁을 지나게 되는데 그 학교는 이미 폐교가 되었다고 어머니는 몹시 서운해하셨지요. 곳곳에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져 있네요. 웃는 모습도, 바삐 걷..

단상(短想) 2023.10.09

가을 소리 가득한 뒷산의 꽃 친구들

달의 둥근 모습은 어느새 많이 기울어 있다 꽉차게 받아든 소원들을 하나씩 이루어주면서 제 몸이 점점 가벼워 지겠지... 내 소원은 무엇이었지? 추석명절에 온 친척들이 다 함께 모여 함박웃음을 지으며 놀았나 보다. 줄기를 꺾으면 잠시 후 검은색 즙이 나오기 때문에 묵연초(墨烟草), 묵채(墨菜), 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꽃과 나무 2023.10.03

산세베리아 꽃이 다시 피었다.

우리 집 산세베리아가 지난 7월에 꽃을 피웠는데 느닷없이 다시 꽃대를 올리고 있었다. 무심했던 내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텅 빈 내 마음을 곱게 채워주려는 산세베리아의 마음일까! 뭉클 솟아오르는 마음을 부여잡고 꽃 화분 앞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바라보면서 조각조각 다른 모습의 내 마음들을 이어보았다. 별 이병기 작사 / 이수인 곡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별이며 내 별 또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동요 같은 가곡이라며 즐겨 부르는 노래이다 이른 아침 산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며 즐겨 부르곤 했었는데 이 날은 저녁운동 나가기 전 베란다에서 문득 바라본 하늘의 아름..

꽃과 나무 2023.09.20

일상의 소소함 속에

계획대로라면 내일(16일)이 어머니 면회 가는 날이다. 병원에 그냥 가보고 싶고 어머니 집에도 들어가 보고 싶으나 그럴 수 없다는 현실에 문득문득 밀려오는 허전함을 애써 누르며 다가오는 추석에, 사무 일에, 가정일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즈음이다. 그 바쁜 시간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어 운전대를 잡고 앉으면 온갖 마음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곤 한다. 오늘도 사무실을 나서는데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창에 점점이 무늬를 그리는 빗방울들이 와이퍼에 쓸려나가는 순간까지 그냥 예쁘게 느껴지며 마음이 차분해지니 일부러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는 듯 만나는 신호등마다 빨간불을 보인다. 신호를 기다리며 느긋함으로 그 시간대의 음악방송을 들으며 ..

단상(短想) 2023.09.15

잠깐 적벽강에서

지난 9일 위도를 다녀오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의 적벽강을 잠시 둘러봤다. 지방 신문에 이곳 코스모스 꽃을 소개해 놓은 기사를 보았었다. 마실길 3코스 길을 해안 따라 걸으면 완벽한 적벽강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곳은 배 타지 않고도 올 수 있는 접근성이 좋기에 어렵게 오는 곳이라면 꼭 전부를 돌아보았겠지만 그날따라 덥기도 했고 언제든 와 볼 수 있다는 조건이 주는 마음의 해이감으로 그냥 잠깐 둘러보았다.

상사화는 큰 달(대월습곡)을 보며 그리움을 달래다

위도(蝟島)의 명칭은 고슴도치를 뜻하는 위(蝟)와 섬을 뜻하는 도(島)에서 비롯되었다. 위도라는 섬의 명칭에 고슴도치가 등장하게 된 것은 섬의 전체적인 모습이 고슴도치를 닮았기 때문이다. 위도는 부안에서 가장 큰 섬이다. 섬이면서도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섬을 거느리고 있으니 위도의 위상을 새삼 헤아려보는 마음이다. 길쭉한 섬 양쪽으로 구불구불한 해안도로가 조성되어 있어 자동차로 돌아보기에 좋은 섬이다. 1993년 10월 10일 200명 정원인 배에 362명을 싣고 운항하던 배가 임수도부근에서 침몰하면서 292명이 사망한 사고로 그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탑 - 위도 관아 - 조선 숙종 때의 건물로 수군 진영의 동헌으로 관원들이 공무를 보던 건물 위도는 황금어장이 있을 뿐 아니라 세곡선이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