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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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기와 지붕의 체스키크롬로프(체코 1)

여행은 설렘으로 시작하는 아이콘 같은 것 아닐까. 인천 공항 제2 터미널에서 출국심사를 마치고 오전 11시 10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기다리는데 동생이 나를 부른다. 사진을 찍어준단다! 우리 모두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 좌석에 앉았다. 13시간!! 정말로 긴 비행시간이었다. 갈 때는 맞바람을 맞는 방향이기도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상공을 지나지 못하고 우회하는 비행노선이기에 2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몸이 약한 언니는 거금을 더 내고 비즈니스석에 앉아가고 동생과 나는 최대한 편한 옷을 입고 일반석에 앉아 가노라니 아휴~~ 왜 그렇게 시간이 안 가는지… 등받이 화면으로 영화 쇼생크 탈출, 보호자 등 3편을 보아도 남은 시간이 더 많다. 기내식을 두 번 먹고, 샌드..

유럽의 봄 꽃

그곳은 더울까? 추울까? 따뜻할까? 혼자 되묻고 되물으며 캐리어 여닫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작년 11월에 예약했던 우리 세 자매의 동유럽여행 날짜가 다가왔었습니다. 연말 업무를 마치고, 나 없는 동안의 먹거리를 대충대충 준비해 놓고 떠나면서도 뒤 돌아보기를 반복하며 공항에 도착하여 7박 9일의 일정을 시작했는데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두서없는 마음은 매 한 가지인 것 같아요. 낯선 곳을 찾아 13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인솔자를 따라 걸어 따라다니느라 일 평균 12,000보를 걸었고 버스로 긴 시간 이동하며 미지의 동유럽 5개국 체코,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헝가리를 돌아보고 왔네요 우리보다 위도가 약간 높은 곳의 나라들이어서 조금 춥기는 했지만 공기만큼은 어찌나 맑은지 참 좋았습니다..

꽃과 나무 2024.03.28

토끼 눈으로 만난 옛 화가

내 오른쪽 눈이 토끼 눈이 된 것은 힘겹게 피어난 매화꽃이 내 눈길을 끌어 간 3일 전이었다. 그날 아침 세수를 마치고 얼굴에 이것저것 바르려고 화장대 앞에 앉았는데 오른쪽 눈 끝이 무언가에 당기는 듯 아팠다. 무어지? 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아무렇지 않기에 서둘러 출근했다. 사무실에 도착하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앞의 여직원이 눈이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왜? 하니 거울을 한번 보시라고… 나는 깜짝 놀랐다. 눈 흰자위가 붉게 충혈된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눈에 이상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놀라운 마음이다. 얼른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렌즈를 통해 내 눈을 바라보더니 과로하거나 혈압이 높은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눈의 충혈 흔적은 일주일 이상 갈 거라면서 처방해 준 안약..

단상(短想) 2024.03.09

일상의 소중함

춘설이 난분분하던 삼일절이 지났다. 마치 그동안 과중한 업무에서 나를 해방이라도 시키 듯 춘설은 그렇게 내 눈앞에서 독립 만세를 외치던 그 마음처럼 바람을 타고 게양된 태극기를 휘날렸다. 내 마음도 덩달아 휘날렸다. 기분이 좋았다. 홀가분한 마음이다. 이제 여느 때처럼 일상을 이어가면 될 것이라는 편안함이 다가온다. 동안 진한 향기로 온 집안을 향기롭게 해 주던 행운목은 제 할 일을 다하고 시들어 갔다. 다 시들어 가는 동료들 틈새에서 뒤늦게 꽃 피우던 늦둥이 꽃 몇 송이들은 기죽지 않고 제 몫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몸짓으로 향기를 뿜어내며 나를 향해 자신들처럼 최선을 다하라고 응원해 주었다. 진정 그 응원에 힘입어 나도 최선을 다했다. 안방 창가 베란다에서 자라던 군자란은 빼꼼히 안방을 기웃거리며 이제..

단상(短想) 2024.03.03

향기에 젖어 지낸 설 연휴

설날, 행운목의 향기가 집안 가득 고이니 코가 어지럽다. 형체 없는 이 향기로움을 무엇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글에도, 시에도, 그림에도 다가가지 못하는 마음이 아쉽기만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식구들에 호들갑 떠는 일~~ 이 향기 좀 맡아봐요 남편 : 응, 정말 그러네~~ 집안에서 향기가 나지 않니? 아들 1 : 그러게~ 무슨 향기야? 아들 2 : 엄마는 우리보다 꽃이 좋은가 봐 아~ 너희들이 온 날부터 향기를 뿜어 주니 신기해서~ 꽃은 나보다도 너희들이 더 반가운 가 봐!! 온 식구에게 웃음이라는 행운을 안겨주었으니 진정 행운목이구나 만개가 아닌 반개한 꽃 향이 더 짙다고 했는데 행운목은 낮에는 꽃잎을 다물고 향을 되새김해 보라는 몸짓으로 늦은 오후부터 꽃잎을 열어 향기를 뿜어주니 더욱 향기롭다 ..

꽃과 나무 2024.02.12

입춘 날 소꿉놀이

오늘 입춘, 24 절기 중 제일 먼저 찾아온 절기다 절기 때마다 드는 마음은 아. 벌써!! 하는 놀라움이다. 세월의 흐름이 빠르다고 새삼 눈 흘기는 마음이지만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픈 마음이기도 하다. 입춘첩 하나 쓰고 싶기도 하지만 정갈한 붓글씨는 어림없으니 기껏해야 사인펜으로 한 번씩 써보기도 하였다 입춘을 기다리던 옛사람들은 동짓날이 되면 긴 겨울날의 지루함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렸다고 한다. 즉 동짓날부터 81일이 지나면 매화가 피어 봄이 오기에 봄을 기다리며 9개의 꽃잎이 달린 9송이의 흰 매화를 창호지에 그려 벽이나 창에 붙여놓고서 매일 한 잎씩 붉은 칠을 하였다고 한다. 하여 9*9=81, ‘구구소한도’라는 이름이다. 동짓날부터 봄을 기다리며 하루에..

사진 2024.02.05

꽃에 실려 온 옛 생각에 젖었다.

새해 들어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요즈음, 나는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들에 파묻혀 지내는 듯싶다. 연말정산이 그러하고 지난해 결산을 요구하는 관공서에 제출하는 업무들이 있어서다. 그러느라 매서운 추위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개미 쳇바퀴 돌리는 일상에서 늘 똑같은 동선을 반복하다 보면 나 자신이 어떤 매뉴얼 따라 움직이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업무든 살림이든 내 몸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 한 틀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살아가다 문득문득 이 틀 안에서 나를 꺼내어 주며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은 뜻밖의 존재들이다. 며칠 전 아침이 그러했다. 아침 바쁜 시간을 쪼개어 청소기를 밀며 이 방, 저 방, 거실, 주방, 욕실을 오가는데 거실 한쪽에서 자라고 있는 행운..

내맘의 글방 2024.01.26

겨울 산길의 겨우살이

한겨울의 맑은 날씨를 나는 곧잘 ‘명징하다’는 표현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깨끗하고 맑다는 뜻이지만 나는 이에 날카로운 추위라는 표현을 섞어 '에이듯 춥지만 깨끗하고 맑은' 뜻으로 사용하고 싶은데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 명징한 날, 일요일에 조금 멀리 한겨울의 숲을 만나러 갔다. 맑은 날이지만 스치는 바람결은 나를 움츠리게 하니 한겨울 기세가 등등하다. 파란 하늘 아래의 명징한 겨울 산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출입 통제했는지 적막함이 가득하다. 내가 걷고자 하는 산길옆의 조그만 계곡에는 적막감에 활기를 불어넣듯, 아니 마치 봄을 품은 듯싶게 맑은 물이 얇게 흐르고 있다. 봄이라니~~~ 순간 빠른 세월의 무상함에 뜻 없이 편승하고 있는 내 자신에 마음이 잠깐 어두워진다. 나는 길가의 푸른 싹이 보이기라도 ..

단상(短想) 202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