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가 지나서인지 늘 오후 7시 무렵의 산책시간이 어스레한 겨울 이내에 제법 눈이 밝아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사물의 뚜렷한 모습을 분간하기 어렵다 蓮池 옆을 지날 때쯤 호수 위에서 무언가가 푸드덕 거린다. 아, 오리들이구나.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어둠 짬에서 그냥 짐작할 뿐이니 내일 아침 조금 일찍 서둘러 저들을 만나고 싶다. 내가 늘 지나치는 길목의 순서에 따라 대학교 인근의 한 마을 연지를 먼저 만났다. 이곳은 오롯한 백련지다. 아침 햇살이 막 번지기 시작한 연지를 바라보노라니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어설픈 내 마음을 헤치며 내 안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이 차오른다. 겨울 연지는 진정 멋쟁이다. 겨울을 나고 있는 연대들의 갖가지 모습에 절로 눈길이 가는 것이다. 누구도 흉내 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