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라면 내일(16일)이 어머니 면회 가는 날이다.
병원에 그냥 가보고 싶고 어머니 집에도 들어가 보고 싶으나
그럴 수 없다는 현실에 문득문득 밀려오는 허전함을 애써 누르며
다가오는 추석에, 사무 일에, 가정일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즈음이다.
그 바쁜 시간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어 운전대를 잡고 앉으면
온갖 마음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곤 한다.
오늘도 사무실을 나서는데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창에 점점이 무늬를 그리는 빗방울들이
와이퍼에 쓸려나가는 순간까지 그냥 예쁘게 느껴지며
마음이 차분해지니 일부러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는 듯 만나는 신호등마다 빨간불을 보인다.
신호를 기다리며
느긋함으로 그 시간대의 음악방송을 들으며 상념에 잠겨있는데
방송 진행자의 멘트가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이다.
바나나가 제일 맛이 있을 때는 표면에 까만 점이 박히기 시작할 때라면서
우리의 소소한 생활 속에 갑자기 박히는 점들을
마냥 어렵고, 힘들고 아픈 것이라 생각 말고
활력을 주는 아름다움으로 여길 때
더욱 맛있는 삶이 되지 않겠느냐는 요지였다.
정신이 번뜩 들면서
차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까만 점은 아니었지만
흔적을 남기며 아름다움을 유발하는 이치를 매치시키며
내 감정 안으로 이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요즈음 내 마음 안에 박혀있는 허전함의 까만 점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겠지…
이렇게 한 순간씩 나를 합리화시켜 주는 말과 글들이 들려오고 읽힐 때면
작은 밝은 빛 한줄기를 만난 듯 편안한 마음이 된다.
라디오에서는 메모리 노래가 애절하면서도 시원스럽게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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