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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된 경험

물소리~~^ 2023. 10. 20. 15:20

 

▲ 해국

 


2주 전 목요일 점심시간, 우리는 잘 차려진 식당으로 들어갔다.
한 테이블에 4명씩 먹을 수 있도록 차려진 식탁 위에는
4종류의 싱싱한 생선회가 올려 있었고
그 옆 가스레인지 위에는 회를 뜬 나머지로 끓일 매운탕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두들 배가 고팠을 것이다.
횟집이어서 나로서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나 혼자 어긋날 수 없어 동석을 했고
늦게 끓여지는 매운탕만 먹을 작정을 했기에 스스럼없었다.
모두 재잘거리며 싱싱한 회를 잘 먹었다
내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거짓말 같지만 지금까지 나는 생선회를 먹은 적이 없다.
원래부터 살아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의사는 나에게 절대로 날 것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 왔기에
단단히 세뇌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너무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한 번쯤? 하는 호기심이 이는데
옆에 앉은 동료가 자꾸 권한다.
나 역시 약간 허기진 시간대였기에
젓가락 끝으로 오징어회? 서너 번 집어 야채와 함께 먹었다.
어라? 괜찮은데? 하며 옆의 광어회를 또 한 번 집었다.
 
그러기를 딱 세 번, 안 되겠다 싶어 얼른 밥 한 공기를 달라 하여
입 속으로 넣고 아무렇지 않은 듯 오물거렸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마치고 저녁 시간대까지 아무 일이 없었다.
그런데 한 밤 중
갑자기 몸이 근질근질하여 일어나 불을 켜고 거울을 바라보는 순간
난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소름이 확 돋았다
몸 전체로 발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한밤중이라 약도 없었다.
뜬 눈으로 날이 밝기를 기다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그렇게 진정되는 듯싶었지만 아니었다.
토요일 밤에는 더욱 심해지는데
가려움이 사람 정신을 온통 빼앗아 가 버리는 것이다.
진정 영혼이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어떻게 될 것만 같은 두려움과, 먹지 말라 한 음식을 먹고 말았다는
방심한 내 마음이 그렇게 후회될 수 없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새벽녘에 응급실에 갔다.
그곳이라고 딱히 더 나아지는 방법은 없는 듯싶다.
주사 주고 처방해 준 약이 내과의 그것과 똑같았다.
 
내 몸의 흔적들은 내가 보아도 끔찍했다.
어느 한 곳이 가려워 살짝 손을 대면 그 순간부터
몸 전체의 신경세포가 나도 긁어 달라고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그 요청을 받아 긁다가는 몸이 성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알로에 푸딩 젤을 듬뿍듬뿍 덜어 이곳저곳 바르고 손바닥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진정되지 않으면 냉동실의 얼음을 가져다 몸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잠도 못 잘 뿐 아니라 입맛이 천리만리 도망가 버렸다.
 
나는 3일을 내과에 다니다가 문득 대상포진 걸려 치료받은 피부과가 생각났다.
내 몸의 면역체계는 어지간히 낮은지 대상포진 이력까지 지니고 있으니
내 몸을 침투하는 나쁜 그 무엇도 이겨내지 못하는가 보다.
 
긴 시간의 기다림 끝에 의사 앞에 앉았다
내 몸 상태를 보더니 ‘어휴~~ 심하네요’ 한다.
내 이력을 천천히, 세심히 살펴본 의사는 주사와 약을 처방해 주었다
가려움이 가라앉을 때까지 내원하라고 한다.
 
오늘까지 치료를 받았고
이제 가려움을 참을 수 있으니 내 몸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 같았다.

그래도 의사는 가려움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한다.
 


어머니 가신 후,
이 좋은 가을날들을 잃어버리면서
모든 것에 의욕마저 잃고 지내는 나에게 내리는 무서운 채찍 같았다.
순간의 방심으로
내 의지와 다른 선택의 후회가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번 새겨보라는
내 삶에 대한 엄중한 경고인 것 만 같다

아주 호된 경험을하며 이 가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