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겨울 연지(蓮池)를 바라보며 추억속으로 풍덩!

물소리~~^ 2024. 1. 6. 15:12

 

▲ 겨울 연지(蓮池)

 

 

동지가 지나서인지 늘 오후 7시 무렵의 산책시간이 

어스레한 겨울 이내에 제법 눈이 밝아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사물의 뚜렷한 모습을 분간하기 어렵다

蓮池 옆을 지날 때쯤 호수 위에서 무언가가 푸드덕 거린다.

아, 오리들이구나.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어둠 짬에서 그냥 짐작할 뿐이니

내일 아침 조금 일찍 서둘러 저들을 만나고 싶다.

 

내가 늘 지나치는 길목의 순서에 따라

대학교 인근의 한 마을 연지를 먼저 만났다. 이곳은 오롯한 백련지다.

아침 햇살이 막 번지기 시작한 연지를 바라보노라니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어설픈 내 마음을 헤치며

내 안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이 차오른다.

 

▲호두까기 인형 中 8곡 '꽃의왈츠' 라 붙여주고 싶었다.

 

 

겨울 연지는 진정 멋쟁이다.

겨울을 나고 있는 연대들의 갖가지 모습에 절로 눈길이 가는 것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고 알 수 없는 기호로 제 마음을 마음껏 펼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매번 다른 느낌을 받곤 한다. 어느 해 인가는 저들은 마치 수학시간의 도형 공부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지난 더운 여름날,

연대들은 화려하게 피운 꽃이 열매를 맺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넓은 잎이 무게 중심을 잡아가며 우리에게 연잎의 지혜를 보여주도록 안간힘을 다하며 앙버텼을 것이다. 이제 꽃도 잎도 다 떠나보내고 자신은 홀로 넓은 연지에서 외발로 서기도 하고 쭉 엎드려 기지개도 켜고 있다.  그림자는 꼴을 따른다고 했듯 때론 제 그림자와 서로 부둥켜안고 서서 새 삶을 기약하고 있으니 저들은 마치 춤이라도 추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명시설도 없는 공간에서 오직 물과 햇살만의 응원을 받으며 그들은 그렇게 있는 그대로 꾸밈없는 아날로그적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순간 내 머리를 탁 치며 지나는 생각! 나는 저들에게서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중 호두까기 인형의 모음곡들이 연상되는 것이다.

 

 

▲호두까기 인형 中 2곡 '행진곡' 이라 붙여주고 싶었다.

 

 

▲호두까기 인형 中 5곡 '아랍인의 춤' 이라 붙여주고 싶었다.

 

▲호두까기 인형 中 7곡 '갈잎피리의 춤' 이라 붙여주고 싶었다.

 

 

 

 

 

이제 호수의 연대를 만나러 가야겠다.

바쁜 시간에 해찰이 심하다. 좁은 공간에 어렵사리 주차를 하고 산책로로 내려서니 아. 아침의 그곳에는 오리 떼가 나와서 발레리나들처럼 더욱 운치있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지난 초저녁에 자맥질하던 그 오리들이었을 것이다. 이른 시간에 호수 변 따라 걷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들은 내가 자꾸자꾸 물 가까이 내려가는 모습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지나친다.

 

정말 오리들이 물을 가로지르며 내달으니 마치 발레 무용 연습을 하느라 움직이는 물결무늬처럼 크게 널리 퍼져가며 음률을 이루고 있었다. 무용수가 된 오리들은 얼마나 흥겨울까. 오리 한 마리가 자맥질을 하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입에는 무언가 먹이가 물려 있었다. 그 오리는 아마도 남자무용수일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연대는 오리 떼에게 놀이터도 되어주고 있었구나. 연대의 모습에서도, 연대 사이를 휘저어 다니며 노니는 오리들에서도 발레리나를 연상하는 나의 유치한 마음이 저들에게는 조금은 곰살맞게 보였으면 좋겠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나는 나의 옛 아날로그시절에 마음 멋을 부리던 책 한 권을 꺼내어 호두까기 인형 曲에 대한 해설을 읽어본다. 시간은 흐르고 흘렀지만, 아주 오래된 책에서 만난 아날로그적 고전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내용과 한 치도 틀림없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누렇게 변한 낡고 해진 책이, 세로 쓰기의 책이 내 유치한 마음을 쓰담쓰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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