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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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 날의 상차림

이른 아침 일어나서 바로 베란다로 나섰다. 어제 베란다 청소와 화초들에 물을 주고 난 후의 개운함이 그대로 전해오니 내 마음도 개운하다. 새벽부터 베란다를 오가며 창밖을 바라보니 비가 내린다는 예보와 달리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창문을 여니 차분하며 부드러운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친다. 아! 우리 동네 앞산의 풍경이 참으로 어여쁘다 이제 막 새싹을 내밀고 있는 나무들의 연둣빛 부드러운 감촉을 느껴보고 싶다. 각기 다른 특유의 색으로 둥글게 둥글게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이 봄을 맞이해 여린 맛의 각종 나물로 차려놓은 정갈한 밥상이 연상된다. 어설픈 주부로서의 어제저녁 상차림이 참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나도 나름대로 맛있게 차려 먹었다고 속엣말을 건네 본다. 하지만 저렇게 제 몸을 둥글게 가꾸며 봄을 ..

단상(短想) 2024.04.15

우리에게도 아름다운 섬, 붕어섬이 있다!

♣ 사진을 클릭하면 조금 더 크게 보입니다. 섬진강은 내 유년 시절의 추억이 고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의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버지의 근무지인 학교가 섬진강 변에 있었기에 늘 그 강을 오가며, 매일 그 강가에서 놀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 섬진강 댐이 건설되면서 그 학교는 수몰되었고 그때 생긴 저수지가 지금의 옥정호이다. 나 어렸을 때는 운암저수지라고 불렀고 근처 학교들의 소풍장소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였다. 댐 근처에 옥정리(玉井里)라는 마을이 있었기에 훗날 옥정호라고 바뀌었다. 그 옥정호가 요즈음 말 그대로 핫 플레이스가 되어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옥정호 안에 붕어섬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있는데 그 섬까지 이어지는 출렁다리가 놓였고, 지자체에서는 온갖 정성으로 그 섬을 꽃섬으로 가꾸어 놓..

슬로베니아(2) - 블레드 섬(島)

성을 내려와 우리는 블레드 섬을 왕복 운행하는 슬로베니아의 전통 배인 ‘플레트나’라는 보트를 탑승하기 위해 이동했다. 이 섬은 tv로도 자주 보아온 곳이기에 호기심이 더욱 많다. 이 보트는 직접 노를 저어 운행하는데 호수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무동력으로 하기 위해서란다 그래서인지 호수의 물이 정말 깨끗했다. 이 보트 운행은 아무나 할 수 없으며 지금 하는 사람들이 가업으로 대를 이어하고 있으며 신규는 허락해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배를 젓는 사람의 동작을 보니 규칙적이며 아주 리드미컬한 동작을 연속적으로 하고 있다. 자부심이 강한 듯 연신 미소를 지으며 배를 젓는다 배 젓는 남자는 키가 무척 크고 인물이 좋았다. 슬라브족의 정통 혈통인 것 같다. 15분 정도 보트를 타고 메인 선착장이라고 하는 그 유명..

슬로베니아(1) - 블레드 성(城)

이제 오스트리아에서 슬로베니아로 넘어가는 날이다. 쌀쌀한 날씨에 경량 패딩 잠바를 입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의 일정이 남았지만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서부 지역으로 동부의 비엔나(빈)로 먼저 가기보다는 국경을 넘어 남쪽의 슬로베니아로 가는 일정이 앞서 있다. 내가 슬로베니아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는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책을 통해서다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책을 다수 읽긴 했지만 아쉽게도 ‘베로나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끝까지 읽지 못한 채 책꽂이에 꽂혀있으니!! 이 기회에 다시 읽기에 도전해 봐야겠다. 국경은 언제나 한 나라의 변두리에 있기에 우리는 다시 버스로 3시간 30분 동안 이동을 해야 했다. 스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흰 눈을 얹고 있는 알프스 산의 ..

우리 동네 봄, 벚꽃은...

우리 동네 벚꽃들이 좀처럼 제 몸을 보여주지 않으려 앙다물고 있더니 잔잔한 봄비가 연이틀 지나고 나니 화르르 피어나기 시작한다. 봄비와 벚꽃은 무슨 관계일까. 벚꽃이 피면 사나운 비가 내려 꽃의 힘을 빼앗아 가곤 했는데 올해는 반대로 봄비가 꽃을 피우도록 하는 것 아닌가. 봄비와 벚꽃은 미묘한 심리전을 하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꽃을 반기는 상춘객들에 ‘속세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나의 삶이 어떠한가? ’ 라며 상춘곡을 읊는다. 밤 벚꽃 아래에 펼쳐진 야시장에 활기가 가득하다. 여행을 다녀오니 밑반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 생활 패턴에는 밑반찬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걱정이 앞서니 모든 일 제쳐두고 밑반찬을 만들어야 했다. 남편 식성에 맞는 것을 준비하기 마련인데 이참에는 어째 ..

사진 2024.04.05

오스트리아(3) -호엔잘츠부르크 성, 모차르트 생가

17세부터 25세까지 모차르트가 살았던 신시가지의 모차르트 집을 지나 호엔성을 찾아가기 위해 걷다 한 다리 앞에서 빨간 신호에 걸려 멈추었다. 다리 풍경을 바라보며, 거리에 세워진 조각품을 바라보며 자전거 도로표지일까? 둘레둘레 돌아보노라니 가이드가 한 건물을 가리키며 카라한의 생가라고 알려 준다 어머나!! 호기심에 얼른 사진을 찍고 발코니 부분의 창이 열려 있는 듯싶어 지금 사람이 사느냐고 물으니 후손들이 살고 있단다 건물 앞에는 지휘하는 모습의 카라한 동상이 서 있었다. 이곳저곳에 예술가들이 많이 있으니 과연 예술의 도시, 잘츠부르크인가 보다고 감탄한다. 다리 아래에 흐르는 강은 잘자흐강이라고 한다는데 옛날에는 소금을 운반하는 뱃길이었다고 한다 소금으로 부를 형성한 나라답게 강을 소중히 여기며 이제는..

오스트리아(2) -잘츠부르크

우리는 잘츠커머구트에서 잘츠부르크로 이동하여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미라벨 정원~ 미라벨 정원은 미라벨 궁전 앞에 조성된 공원으로 분수와 연못, 꽃, 그리고 마로니에 가로수?의 어울림이 참 아름다웠다. 예전에는 궁전이어서 일반인들 출입이 금지되었지만 요즈음은 완전히 개방하고 있단다. 이 궁에서도 모차르트가 대주교를 위해 연주하였다고 한다. 또한 사운드 오부 뮤직의 배경이되어 더욱 유명해진 미라벨 정원이라고~~ 나란히 서 있는 가지 친 나무들이 아직은 겨울 모습인데도 왠지 모를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가이드에게 이 나무 이름을 물으니 보리수 라고 하는데 어째 아닌 것 같다. 혹시 마로니에 나무 아닐까? 아직 잎을 보이지 않는 나무의 위용이 그냥 멋있게 다가왔다. 미라벨 정원을 나와 호엔잘츠부르크 성을 찾..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로 ~(잘츠커머구트 장그트 길겐 마을)

이제 우리는 오스트리아의 잘츠커머구트로 이동하는데 버스를 타고 3시간 30분을 달려가야 하는 곳으로 국경을 넘어야 했다. 유럽연합 회원국 간의 국경은 아무런 제재 없이 통과할 수 있다. 다만 비상사태나 난민 문제 등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을 때는 검문을 할 수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하여 이곳 체코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갈 때 우리는 여권을 펼쳐 창문에 대고 지나야 한다는 것 아닌가! 우리는 그런가 보다고 모두 여권을 꺼내 창에 대고 있는데 가이드가 하는 말, 여권이 없는 사람은 얼굴을 창에 대라고 한다. 그제야 우리는 아차! 가이드의 장난이었음을 알고 한바탕 웃음 소동을 벌였다. 웃지도 않고 진지한 말투로 차내 마이크를 통해 하는 가이드의 말에 그만 우리가 깜박 속았고 여행 내내 국경을 넘을 때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