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다가온 매 순간을 최선으로 살아갈 뿐인데~~

물소리~~^ 2023. 12. 5. 15:38

 

 

은행잎

 

우리 아파트 은행나무들도 드디어 노란 옷으로 갈아입었다.

올 가을 제대로 단풍 구경을 나서지 못하고 있으면서

그냥 푸르딩딩한 잎으로 가을을 나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야속타 여겼는데

며칠 추위가 닥쳐오더니 추위에 대비하느라

이렇게 고운 빛으로 단장하고 가을 정취를 보여주고 있었다.

 

일요일 한낮의 햇살이 좋은 날, 길목 한 귀퉁이에 들어서서

혼자 환호성을 지르는 나를 은행나무는 바라보았겠지~

 

은행잎 몇 잎을 주워와 컴 책상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바라본다.

잎 끝이 갈라져 있으니 언뜻 하트 모양을 연상케 한다.

쉽게 두 갈래로 나누어질 수도 있지만 여전히 하나의 잎으로 존재한다.

60대의 괴테가 젊고 아리따운 마리아네를 연인으로 만났는데

그 매개체가 은행잎이었다는 이야기를 책으로 읽었었다.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살고 있으니 영원을 뜻할 수도 있고

1과 1속 1종으로 존재하는 나무이니

오직 하나뿐임을 표현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니

감성의 소유자인 괴테의 은유적 은행잎 사랑 고백이 통했을 것 같다.

 

내가 은행잎을 즐겨 애용한 것은 책갈피다

어쩌다 옛 책을 들추다 은행잎이 사이에 끼어 있음을 만나면

기억하지 못했던 기억 한 조각이 나를 우두커니 앉아 있게 하는 장본인이다.

 

지난 일요일에 만난 밝은 은행 나뭇잎이 참 곱다.

내가 아직 가까이서 만나지 못한 용문산의 은행나무는

세종대왕으로부터 당상관이라는 벼슬을 받았다고 했는데

나는 오늘 무엇으로 이렇게 고운 은행 나뭇잎에 의미를 부여해 줄까.

 

 

콩고

▲ 11월 25일에 첫번째로 올라온 봉오리 꽃이 피었다.

 

 

 

우리 집 콩고가 그동안은 한 송이씩 꽃을 피웠는데

올해는 시간차를 두고 세 송이의 봉오리를 올렸다.

꽃을 잉태하느라 그랬는지 커다란 잎 5장이 영양분을 잃고 떨어졌다

아까워서 화분 줄기에 살짝 꽂아두었는데

아침 햇살을 투과하는 잎의 말간 빛에 내 마음이 한없이 차분해진다.

 

처음 올린 봉오리는

한 달 만인 11월 25일에 꽃을 피우고 하루 만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2번째, 3번째 봉오리는 언제 꽃을 피울까~

날마다 아침마다 얼굴을 맞대어 보는데 기미가 없다.

나의 인내심을 엿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도 연말을 맞이해 느긋하게 끝까지 기다리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콩고 꽃과 함께 해야겠다.

 

 

영산홍

 

어머니 집을 정리하면서

어머니께서 기르시던 영산홍화분을 내가 가지고 와서

울 베란다 화분들 사이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봉오리를 하나 둘 올리더니 제 철 맞은 듯 꽃을 피우고 있다.

아마도 영산홍도 울 어머니가 그리운가 보다.

참으로 예쁜 꽃빛에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다.

 

은행나무도, 콩고도, 영산홍도

그저 자신에게 다가온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그에 빗대는 내 사치스런 마음은 가당키나 할까

 

 

 

▲ 오늘, 12월 7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2번째 봉오리의 꽃이 피어 있었다.

 

▲ 꽃을 피우기까지 꽃자루를 키우고 있었음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 참으로 단아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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