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440

나방도 열심히 일 한다고…

장맛비가 사납게 내리는가 하면 어느새 뚝 그쳐 해가 나오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내 몸이 적응을 잘못하는지 무겁게 가라앉으며 기력이 자꾸 떨어진다. 그렇다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더 힘이 빠지는 요즈음이고 보니 집에 앉아있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저녁 산책길을 매일 나선다. 일단 나서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요즈음 우리 동네 호수에는 연꽃이 한창이다. 어느 꽃은 벌써 연밥을 맺고 있기도 하지만 이쪽에는 백련이, 저쪽에서는 홍련이 자라고 있으니 연꽃 만나러 가는 마음인양 산책 나가는 힘이 생긴다. 장마철의 습한 날씨는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의학에서는 습사(濕邪)라고 부르는데 무겁고 탁한 성질의 습사가 몸에 쌓이면 혈액순환이 나빠져 손발이 붓고 팔다리가 나른해진다고 ..

단상(短想) 2023.07.12

상추와 나의 비밀

저녁산책을 하고 있는데 아파트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이는 내가 매일 그 시간대에 운동하는 것을 알기에 대뜸 지금 운동 중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끝나고 집에 들어가기 전 잠깐 자기 집에 다녀가란다. 8시가 넘는 시간인데요? 했더니 괜찮단다. 집에 다다를 즈음 전화를 하니 그이는 벌써 내려와 있었는데 손에 커다란 검정비닐봉투를 들고 있다. 시골에 밭 조금 있어 심심풀이로 조금씩 채소를 가꾸고 있는데 상추가 많아서 주려고 그랬던 것이다. 얼마 전에는 완두콩을 주어서 잘 먹고 있는데… 집에 와 풀어 보니 상추는 물론 풋호박도, 치커리도, 쑥갓도, 아욱도 조금씩 있었다. 그중 제일 많은 것이 상추였다. 많은 상추를 보니 조금 걱정이 된다. 남편은 상추를 아주 좋아하지만 나는 별로이기 때문이다. 상추를 ..

단상(短想) 2023.06.24

거짓으로 피는 꽃, 헛꽃은.....

이른 아침 초여름의 바람은 바뀐 계절의 산차림이 궁금한 듯 살짝 엿보고 있었는지 산등성이 나뭇잎들이 제법 살랑이고 있다. 작은 바람에도 잎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나뭇잎의 움직임이 마냥 부드러운데 내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의 감촉이 어찌나 좋은지… 새들도 마냥 좋은 듯 지난밤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가 부지런히 재잘거린다. 모든 것들이 예뻐 보이면서 내 마음도 저절로 차분해지니 참 좋은 날이다. 요즈음의 우리 아파트 화단 곳곳에는 수국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그 중 내가 제일 반겨하는 수국은 빙 돌아 아파트 뒤 화단에 조용히 참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산수국이다. 배구공 모양 둥글고 탐스럽게 피어나는 수국 꽃과는 달리 보랏빛인가, 청람색인가, 신비의 색으로 어스름한 새벽녘의 빛을 발하는 산수국 꽃이 너무 예뻐 내 마..

단상(短想) 2023.06.16

6월, 초여름 마중 길

어느덧 6월 중순이다. 봄이 짧았다고, 유난히 더운 봄이었다고 투덜댔지만 그래도 봄꽃들이 있어 하나하나 만나는 기쁨 속에 함께 가자 청했던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기억 속에 예쁜 봄을 저장해 두고 떠났다.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해 줄, 여름에 피는 꽃 마중을 상상해 본다. 내 손에는 그새 6월이라는 계절에 맞는 일을 해야 할 일들이 쥐어졌다. 마늘 한 접반을 준비했다 마늘 값이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 작년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았다 구입해 놓은 마늘을 시간 나는 대로 조금씩 까기 시작하여 엊그제 토요일 오후까지 모두 마쳤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마늘 까기를 끝낸 홀가분한 마음으로 호수가 아닌 맞은편 마을 쪽으로 걸었다. 그 길목에 태산목이 꽃을 피운 것을 차로 오가며 보았기에 직접 보고 싶은 마..

단상(短想) 2023.06.12

현충일, 그리고 망종(芒種)

현충일!! 아침 일찍이 조기를 게양하고 바라보는 산야가 참으로 청명하다. 아, 날씨가 참 좋다. 그 좋음을 하늘이 먼저 알려준다. 태극기와 하늘과 구름과 산의 나무들의 어울림이 더없이 평화롭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평화로움은 현충일을 맞이하여 기리는 영혼들이 있어서일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먹먹한 마음으로 젖어든다. 전쟁을 치르며 희생하셨던 분들은 일 년에 한 번이지만 나로 하여금 전율이 일 정도로 기억되고 있으니 어쩌면 지상 어느 곳에 살아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기억되는 것일까. 진정 나는 최소한 우리 가족들에게 만이라도 과연 무엇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가끔 답 없는 질문을 나 혼자 던져보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 앞에서는 전율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좋..

단상(短想) 2023.06.06

모두 다 꽃이야

어제저녁 6시 24분 우리의 우주선 누리호가 발사되었다 우리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된다 하니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원래는 그제 발사될 예정이었는데 하루 연기된 까닭에 더욱 조마조마하며 지켜본 것 같다 하필이면 우리 저녁 식사시간이어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는 소식에 환호하며 손을 바라보니 손에 숟가락이 들려 있었다. 어쨌든 신나는 마음이다. 정말 자랑스럽다. 발사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우주선을 발사시키는 힘이 배출하는 연기 모습이 마치 꽃처럼 보이면서 우주선을 올리는 힘은 꽃의 힘이구나! 속으로 생각했었다. 아침 출근길 평소와 다른 길을 택했다 요즈음 꽃이 한창인 대학교정으로 돌아보려고 방향을 잡았는데 교정에 들어서기 전 한 전봇대를 타고 오르는 붉은인동덩굴 꽃을 보았다 어쩜 우주선 같네~~ 하..

단상(短想) 2023.05.26

시골마을의 문화예술촌

달력상 봄을 일컫는 달(月)중 이제 마지막 5월이 어느새 하순을 걸어가고 있다. 봄꽃들은 차례로 제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피고 지고 있다 귀퉁이 한 줌의 땅이라도 개의치 않고, 쓰레기더미에서도 피어나는 꽃들의 자태는 해맑다 못해 청순하다 이 많은 꽃들을 예찬하기에는 내 마음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그 마음을 채우고 싶으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토요일 오전, 아들한테나 다녀오려고 시간을 청하니 이미 다른 약속이 있단다. 그래? 어차피 나서려 했던 마음이기에 차를 몰고 천천히 요즈음 한창 뜨고 있는 삼례 문화예술촌을 한 번 찾아가 보자 작정한다. 내비에 길을 물으니 친절히 알려준다. 나는 이색적인 모습부터 만나고 싶었는데 내비는 번잡한 주차장으로 먼저 안내한다. 주차를 하고 마주 보이는 비스..

단상(短想) 2023.05.22

이충무공과 오백원 지폐

나의 오래된 기록들을 보관하는 상자 하나가 있다. 그 상자는 어느 해 명절에 선물로 들어온 한과를 담았던 상자로 그냥 버리기 아까워 내 소지품들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안에는 내 학창 시절의 성적표와 상장 들, 그리고 서울에서의 공무원 시절 내 행색들이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아주 옛날 사진 하나를 찾기 위해 그 상자를 열어보니 아, 그곳에는 우리 아버지 퇴임식 책자도 있었다 이것 저것 뒤적거리다가 낡은 지갑 하나를 열어 보니 지금 화폐가 나오기 전 구(舊) 지폐가 권 종 별로 들어 있었다. 만 원, 오천 원, 천 원, 등은 크기가 조금 작아진 형태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지만 오백 원 지폐는 없어지고 대신 동전으로만 통용되고 있으니 나름 귀한 지폐임에 틀림없으니 관심이 확 당기는 것이다. 오백 원 지..

단상(短想) 2023.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