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나방도 열심히 일 한다고…

물소리~~^ 2023. 7. 12. 16:20

 

 

장맛비가 사납게 내리는가 하면

어느새 뚝 그쳐 해가 나오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내 몸이 적응을 잘못하는지 무겁게 가라앉으며 기력이 자꾸 떨어진다.

그렇다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더 힘이 빠지는 요즈음이고 보니

집에 앉아있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저녁 산책길을 매일 나선다.

일단 나서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요즈음 우리 동네 호수에는 연꽃이 한창이다.

어느 꽃은 벌써 연밥을 맺고 있기도 하지만

이쪽에는 백련이, 저쪽에서는 홍련이 자라고 있으니

연꽃 만나러 가는 마음인양 산책 나가는 힘이 생긴다.

 

 

장마철의 습한 날씨는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의학에서는 습사(濕邪)라고 부르는데 무겁고 탁한 성질의 습사가 몸에 쌓이면

혈액순환이 나빠져 손발이 붓고 팔다리가 나른해진다고 하니

요즈음 장마철에 내 몸이 그렇게 반응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다

그걸 이겨 내려고 산책길을 나서는데

길바닥에 나방 한 마리가 날개를 쫘악 펴고 앉아 있다.

어쩜! 나방도 제 몸이 무거워졌을까?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어도 날아갈 생각을 못한다.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생각을 한 방향으로 모아보았다

풍경을 바라보며 산책하는 일은

꽉 막힌 일상이라는 틀에서 마음에 작은 창을 만들고 열어보는 시간이다.

하루 사이에 키를 키운 비 맞은 풀들이 바지자락을 적시기도 하고

산책길 곳곳에 만들어진 작은 물웅덩이를 폴짝 뛰어넘는 걸음도

나 아닌 또 다른 대상을 향하는 걸음걸이인 것이니

비는 나로 하여금 예의범절에서 벗어나도록 유인하는 여백과도 같다.

 

그 여백 속 오늘의 화두는 나방이다.

오늘 내 시선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연꽃에게 미안하다고 마음 전하니 활짝 웃음을 보인다.

 

▲ 까치수영과 부처꽃 위에 날개를 붙이고 앉은 나비

 

요즈음 온난화 현상으로 꿀벌의 위기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꿀벌이 적어지면 꽃과 식물들의 수분(受粉)이 적어지고

그로 인해 열매 맺음이 부실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인류도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경고를 날리고 있다.

 

올해 꽃들은 유난히 철 이르게 피고 지고 했다.

그런데 꿀벌들은 그 “일찍”이라는 생태주기의 변화에

잘 맞추지 못한 현상이었다고 곤충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식물들의 수분을 벌꿀들만이 맡아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나비도 있지만 나방도 한몫한다는 뜻밖의 사실에 놀랍기조차 하다.

 

▲ 날개를 쫙 펴고 앉은 나방

 

나방을 밤 불빛을 찾아 날아드는 해충으로만 생각하는데

밤에 활동하는 나방은 밤새 이리 저리 날아다니며 식물들의 수분을 도맡아 하고 있다니~~

사람으로 말하면 야간 근무를 하면서 수분의 삼분의 일을 처리한다고 한다.

나는 나방을 보면 애벌레가 생각나 몸서리 쳐지는데

나비 역시 애초에 나방으로 밤에 활동을 했는데

밤이 아닌 낮에도 날아다니며 영양을 챙기기 위해 나비로 변천하였다고 하니

나비의 애벌레도 당연히 징그럽게 바라보아야 하는데

예쁘게 바라보는 마음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나비와 나방의 구분법은 앉을 때

나비는 날개를 딱 접어서 앉지만 나방은 쫙 펼치고 앉는다고 한다.

 

습기 가득한 날,

무거운 몸으로 아스팔트위에 앉아 있던 나방 한 마리에

사유를 걸어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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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친님께서 제일 위 사진은 나방이 아니라 세줄나비라고 알려 주셨어요

날개를 펴고 앉아 나방으로만 생각을 했는데

나방에서 나비로 변천했다는 사실의 유전자와

습기 많은 날의 공기를 생각하면 나비의 뜻밖의 행동이었나 봐요

블친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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