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416

모과나무를 바라보며...

5월 15일아버지, 어머니 계신 곳을 우리 형제 모두 모여 다녀왔다.아버님 기일이기도 하지만어머니 가신 후, 처음 맞는 아버님 기일이기에우리는 모두 한 마음이 되어 그렇게 부모님을 만난 뜻깊은 날이었다.  그곳에서 잘 자라고 있는 모과나무를 만났다.나는 모과나무의 수피를 나무 중 으뜸이라 생각한다.모과나무는 꽃이 지면 수피를 절로 벗겨낸다고 하였거늘~ 초록색인 듯싶은데도 안쪽으로 갈색이 스며있는 껍질이 벗겨진 후, 상처처럼 남은 얼룩들을 시간이 지나면서 윤이 나는 매끈함으로 치장한다. 참으로 예쁘다.  또 한편 매년 이맘때쯤 모과나무를 바라볼 때면 묵은 껍질을 벗겨내고 있는 나무가 무척이나 가려울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래도 벗겨내야 한다면 참아야 할 것이라고 미동 없이 묵묵히 제자리 지키고 있..

단상(短想) 2024.05.17

꽃창포가 예쁘게 핀 수변 산책 길을 걸으며

꽃창포가 예쁘게 핀 수변 산책길을 걸으며 한 생각에 골똘히 잠기다.     나는 ‘맛난 만남’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내가 이 말을 배우게 된 것은 한 대학 국문과 정민 교수님의 저서 ‘삶을 바꾼 만남’이라는’ 책의 서문을 읽으면 서다.첫 문장에 나오는 말로 읽는 순간전광석화처럼 내 뇌리를 스쳐 가면서 나를 자석처럼 끌어간 것이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과 그의 제자 황상에 관한 이야기, 아니 학술적으로 파고든 논문에 이르는 내용이라고 나는 감히 말한다.그즈음 다산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그에 관한 또 다른 책도, 소설도 읽으며 지내던 차에 접하게 된 책이었다. 내가 감히 이 두 사람의 귀한 관계를 말할 수 있는 자격이나 있을까내가 지닌 그 무엇에 과연 인용할 수 있을까를 몇 번이나 고심하고 ..

단상(短想) 2024.05.09

오동나무 꽃이 피면

근로자의 날이니 모두의 휴일~나 역시도 덤으로 쉬는 날이지만모처럼 집안일에 열심인 척하며 재래시장을 찾아갔다 모두가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주차장이 꽉 찼다.주차할 자리를 못 찾고 빙빙 돌다어느 은행건물의 주차장 자리 하나를 만나간신히 주차하고 문을 열고 내리는데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고개를 들고 둘레둘레 하는데 어쩜 이 건물과 저 건물 경계선에 오동나무가 꽃을 환하게 피우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부터 찍노라니그리움 한 자락이 출렁이며 밀려온다.우리 어머니 분냄새와 닮은 오동나무 꽃향기라고오동나무 꽃을 만날 때마다 말을 건네주곤 했었다.     ***** 오래전 어버이날 즈음에 ***** 5월이 시작되는 무렵,봄이 끝나는 무렵,보랏빛 오동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꼿꼿이 세운 가지에 피어난..

단상(短想) 2024.05.02

향기 으뜸, 봄나물의 제왕 -두릅

제부(여동생 남편) 지인이 강원도에서 두릅 농사를 짓고 있다.하니 해마다 봄, 두릅 생산철이 되면 제부는 주말 하루 날 잡아 강원도에 가서두릅을 직접 따서 우리 형제들에게 한 박스씩 보내주곤 한다.지인이 먼저 오라는 연락을 한다고 한다. 올해도 그렇게 두릅 한 박스를 받았고그중 한 줌을 삶아 나물로 무쳐 먹으니 연하고 부드러운 것이 맛까지 좋았다.그에 특유의 향이 입안 가득 맴돌고 있으니 봄을 제대로 먹은것 같은 느낌이다.한데 한 박스나 되는 분량을 한꺼번에 다 먹을 수는 없어삼분의 일은 삶아 소분하여 냉동고에 넣어두고나머지는 장아찌를 담았다.장아찌는 두고두고 먹을 수 있어 참 좋다.고기 먹을 때, 또 찬이 없을 때 나에게 효자 노릇하는 장아찌를 담아 놓으니 괜히 든든하다, 봄에 나는 연한 새순이나 나물..

단상(短想) 2024.04.27

어느 봄 날의 상차림

이른 아침 일어나서 바로 베란다로 나섰다. 어제 베란다 청소와 화초들에 물을 주고 난 후의 개운함이 그대로 전해오니 내 마음도 개운하다. 새벽부터 베란다를 오가며 창밖을 바라보니 비가 내린다는 예보와 달리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창문을 여니 차분하며 부드러운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친다. 아! 우리 동네 앞산의 풍경이 참으로 어여쁘다 이제 막 새싹을 내밀고 있는 나무들의 연둣빛 부드러운 감촉을 느껴보고 싶다. 각기 다른 특유의 색으로 둥글게 둥글게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이 봄을 맞이해 여린 맛의 각종 나물로 차려놓은 정갈한 밥상이 연상된다. 어설픈 주부로서의 어제저녁 상차림이 참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나도 나름대로 맛있게 차려 먹었다고 속엣말을 건네 본다. 하지만 저렇게 제 몸을 둥글게 가꾸며 봄을 ..

단상(短想) 2024.04.15

토끼 눈으로 만난 옛 화가

내 오른쪽 눈이 토끼 눈이 된 것은 힘겹게 피어난 매화꽃이 내 눈길을 끌어 간 3일 전이었다. 그날 아침 세수를 마치고 얼굴에 이것저것 바르려고 화장대 앞에 앉았는데 오른쪽 눈 끝이 무언가에 당기는 듯 아팠다. 무어지? 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아무렇지 않기에 서둘러 출근했다. 사무실에 도착하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앞의 여직원이 눈이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왜? 하니 거울을 한번 보시라고… 나는 깜짝 놀랐다. 눈 흰자위가 붉게 충혈된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눈에 이상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놀라운 마음이다. 얼른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렌즈를 통해 내 눈을 바라보더니 과로하거나 혈압이 높은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눈의 충혈 흔적은 일주일 이상 갈 거라면서 처방해 준 안약..

단상(短想) 2024.03.09

일상의 소중함

춘설이 난분분하던 삼일절이 지났다. 마치 그동안 과중한 업무에서 나를 해방이라도 시키 듯 춘설은 그렇게 내 눈앞에서 독립 만세를 외치던 그 마음처럼 바람을 타고 게양된 태극기를 휘날렸다. 내 마음도 덩달아 휘날렸다. 기분이 좋았다. 홀가분한 마음이다. 이제 여느 때처럼 일상을 이어가면 될 것이라는 편안함이 다가온다. 동안 진한 향기로 온 집안을 향기롭게 해 주던 행운목은 제 할 일을 다하고 시들어 갔다. 다 시들어 가는 동료들 틈새에서 뒤늦게 꽃 피우던 늦둥이 꽃 몇 송이들은 기죽지 않고 제 몫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몸짓으로 향기를 뿜어내며 나를 향해 자신들처럼 최선을 다하라고 응원해 주었다. 진정 그 응원에 힘입어 나도 최선을 다했다. 안방 창가 베란다에서 자라던 군자란은 빼꼼히 안방을 기웃거리며 이제..

단상(短想) 2024.03.03

겨울 산길의 겨우살이

한겨울의 맑은 날씨를 나는 곧잘 ‘명징하다’는 표현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깨끗하고 맑다는 뜻이지만 나는 이에 날카로운 추위라는 표현을 섞어 '에이듯 춥지만 깨끗하고 맑은' 뜻으로 사용하고 싶은데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 명징한 날, 일요일에 조금 멀리 한겨울의 숲을 만나러 갔다. 맑은 날이지만 스치는 바람결은 나를 움츠리게 하니 한겨울 기세가 등등하다. 파란 하늘 아래의 명징한 겨울 산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출입 통제했는지 적막함이 가득하다. 내가 걷고자 하는 산길옆의 조그만 계곡에는 적막감에 활기를 불어넣듯, 아니 마치 봄을 품은 듯싶게 맑은 물이 얇게 흐르고 있다. 봄이라니~~~ 순간 빠른 세월의 무상함에 뜻 없이 편승하고 있는 내 자신에 마음이 잠깐 어두워진다. 나는 길가의 푸른 싹이 보이기라도 ..

단상(短想) 202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