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438

노랑이 무르익어가는 산책길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설거지하는 동안 내 눈은 자꾸만 디지털시계로 향한다. 요즈음은 해가 늦게 지니 조금 여유롭게 나가면 호수변 산책로의 풍경을 환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빠른 움직임으로 설거지를 마치고 양치하고 차림을 하고 대개 7시에서 7시 20분 사이 집을 나선다. 밖에 나와 숨을 한 번 길게 들이마시고 내쉬면 왜 그렇게 편안한지… 마치 속세와 피안 사이를 넘나든 느낌이다. 룰루랄라 주택가를 지나 큰길을 건너면 바로 호수공원에 닿는다. 공원 주차장에서는 이미 시작한 에어로빅 강사의 구령이 야무지다. 나를 유혹하는 음악소리를 뒤로하고 호수를 만나면 호수주변에는 함초롬한 노랑붓꽃(꽃창포)이 지천이다. 저들은 어떻게 때를 알고 저리도 날렵한 맵시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살며시 쪼그리..

단상(短想) 2022.05.27

겨울날의 蓮池

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중에서 내가 가끔 일탈하는 시간은 출퇴근길을 달리하여 운전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동선이 그려지면서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퇴근길에 차들이 정체되는 지점에서 살짝 근처의 대학교 후문으로 진입을 하는 일이다. 그 길은 대학교 중심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교정 주변을 잠깐 돌다 근처 마을로 빠지는 한적한 길인데 봄이면 양 길가에 벚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우거진 녹음이 시원함을 내려주고 가을이면 노란 은행나무 잎들이 차 꽁무니를 따라 나서는 길이다. 요즈음 같은 겨울이면 빈 나무들만이 서 있는 길이지만 그 길을 빠져 나가는 마지막 지점에 커다란 연지를 만나는 기쁨이 크다 백련지인데 여름철의 환한 꽃들도 아주 예쁘지만 요즈..

단상(短想) 2022.02.15

나만의 세한도

설날을 하루 앞 둔 늦은 오후~ 주방에서 서성거리다가 무심코 작은 주방 창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걸어 다니는 저 봉우리의 능선이 참으로 고요한데 문득 어느 소나무 한 그루가 나에게 선물하듯 아파트 벽면에 그림 한 점을 그리고 있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문득 떠오르며 마음이 한 없이 고요해 진다. 해의 기울기 따라 10여분 후면 사라질, 숲속에서 수런거리는 나무들의 입김이 서린 저 그림이 왜 이다지도 정겹단 말인가!!! 박모의 시간에 잠겨드노라니 먼 것들이 떠오른다

단상(短想) 2022.02.05

초가을, 억새곁에 서서

대체휴일~ 어쩌면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그런 날일까 월말 일에 떠밀려 사무실에 나왔다가 오후 4시쯤 차를 몰고 나왔다. 저쪽 공항 근처 CC클럽 가는 길을 드라이브나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길은 한적하기도 하고 길가에는 산국도 감국도, 억새도 뚱딴지도 감나무도 제각각의 모습으로 파란 하늘 하나를 나누어 가지며 살아가고 있는 다정스런 길이다 혼자서 그 길을 찾아 가노라니 소슬한 가을 맛이 내 마음에 소슬소슬 젖어드는 것이다. 그냥 막연히 조금은 슬프다. 아,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외롭던, 그래서 더 좋았던 그 길의 한적함이 사라지고 있었다. 클럽에 기대어 부수적인 수입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곳곳에 건물을 짓고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 너른 억새밭이 사라졌고 길가의 산국들은 오가는 공사 차량에..

단상(短想) 2021.10.05

디펜바키아

낯선 이름으로 우리 사무실에서 자라던 화분의 식물이 꽃을 피웠다. 그냥 단순히 관엽식물이겠지… 하며 물을 주며 키웠는데 느닷없는 꽃을 보노라니 신기하다. 우리 집에서나 사무실에서나 내가 키우는 식물들의 꽃을 보는 경우가 잦으니 식물들을 키우는 재미가 참 좋다. 꽃은 무엇일까 어쩌면 한 자리에서 한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식물들은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내면에 꽃을 품고 그 꽃에 자신만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가 아닐까. 꽃의 색깔을 고심하고, 모양을 창출하고 비와 바람을 이겨내는 인내심을 키워내고 어느 때 살그머니 그 모습을 드러내는 행위는 분명 예술의 경지일 것이다. 요즈음 자꾸 무기력해지는 내 자신에 실망을 거듭하는 날들이다. 내 안의 꽃 피우기를 잃어버린 것만 같다. 열정도 사그라졌고, 매일 똑..

단상(短想) 2021.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