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438

일상의 소중함

춘설이 난분분하던 삼일절이 지났다. 마치 그동안 과중한 업무에서 나를 해방이라도 시키 듯 춘설은 그렇게 내 눈앞에서 독립 만세를 외치던 그 마음처럼 바람을 타고 게양된 태극기를 휘날렸다. 내 마음도 덩달아 휘날렸다. 기분이 좋았다. 홀가분한 마음이다. 이제 여느 때처럼 일상을 이어가면 될 것이라는 편안함이 다가온다. 동안 진한 향기로 온 집안을 향기롭게 해 주던 행운목은 제 할 일을 다하고 시들어 갔다. 다 시들어 가는 동료들 틈새에서 뒤늦게 꽃 피우던 늦둥이 꽃 몇 송이들은 기죽지 않고 제 몫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몸짓으로 향기를 뿜어내며 나를 향해 자신들처럼 최선을 다하라고 응원해 주었다. 진정 그 응원에 힘입어 나도 최선을 다했다. 안방 창가 베란다에서 자라던 군자란은 빼꼼히 안방을 기웃거리며 이제..

단상(短想) 2024.03.03

겨울 산길의 겨우살이

한겨울의 맑은 날씨를 나는 곧잘 ‘명징하다’는 표현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깨끗하고 맑다는 뜻이지만 나는 이에 날카로운 추위라는 표현을 섞어 '에이듯 춥지만 깨끗하고 맑은' 뜻으로 사용하고 싶은데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 명징한 날, 일요일에 조금 멀리 한겨울의 숲을 만나러 갔다. 맑은 날이지만 스치는 바람결은 나를 움츠리게 하니 한겨울 기세가 등등하다. 파란 하늘 아래의 명징한 겨울 산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출입 통제했는지 적막함이 가득하다. 내가 걷고자 하는 산길옆의 조그만 계곡에는 적막감에 활기를 불어넣듯, 아니 마치 봄을 품은 듯싶게 맑은 물이 얇게 흐르고 있다. 봄이라니~~~ 순간 빠른 세월의 무상함에 뜻 없이 편승하고 있는 내 자신에 마음이 잠깐 어두워진다. 나는 길가의 푸른 싹이 보이기라도 ..

단상(短想) 2024.01.15

겨울 연지(蓮池)를 바라보며 추억속으로 풍덩!

동지가 지나서인지 늘 오후 7시 무렵의 산책시간이 어스레한 겨울 이내에 제법 눈이 밝아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사물의 뚜렷한 모습을 분간하기 어렵다 蓮池 옆을 지날 때쯤 호수 위에서 무언가가 푸드덕 거린다. 아, 오리들이구나.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어둠 짬에서 그냥 짐작할 뿐이니 내일 아침 조금 일찍 서둘러 저들을 만나고 싶다. 내가 늘 지나치는 길목의 순서에 따라 대학교 인근의 한 마을 연지를 먼저 만났다. 이곳은 오롯한 백련지다. 아침 햇살이 막 번지기 시작한 연지를 바라보노라니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어설픈 내 마음을 헤치며 내 안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이 차오른다. 겨울 연지는 진정 멋쟁이다. 겨울을 나고 있는 연대들의 갖가지 모습에 절로 눈길이 가는 것이다. 누구도 흉내 낼 ..

단상(短想) 2024.01.06

아니 만날 수 없는 보석 같은 새해(年)의 새날(日)!!

23년 마지막 날, 흐린 날씨로 해넘이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똑같이 잠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tv에서 난리입니다. 새해가 떠오른다고… 산에서 강에서 모두 새해를 맞이하며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는데 저는 조금은 허전했지만 그저 무덤덤한 마음으로 자고 일어나니 어제의 모든 것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똑같은데, 그러니 세월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만 같은데 새해라고 나이 한 살을 더 얹어주고 있네요 새해! 하늘에 있는 둥근 해(日)를 말함인가요, 아니면 또 다른 일 년이 시작된다는 해(年)를 말함일까요? 집에서 새해를 만나보려고 이른 아침 베란다를 들락날락하는 사이에 희뿌옇게 퍼진 안개가 걷히면서 붉은 기운이 번지더니 어느 순간 호수..

단상(短想) 2024.01.01

목소리를 듣고....

동짓날이 지나면서 낮의 시간 길이와 밤의 시간 길이가 서로 자리를 바꾸느라 뒤척이는지 하늘에서는 눈이 며칠 계속 내리고 있다. 우리 조상님들은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동지 다음날부터 새해라고 믿었다고 한다. 이런 절기상 의미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약해지고 있으니 낮과 밤도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느라 잠시 혼란스러운지 눈을 자꾸 흩뿌리고 있다. 우리 지역에 눈이 아주 많이 내린 날, 저녁 9시 뉴스 시간대에 지명과 함께 소개되었나 보았다. 나는 tv를 그리 자주 시청하지 않기에 못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두 번인가 받고 또 전화가 오는데 발신자가 ‘고모’라고 뜬다. 난 당연히 아이들 고모(우리 시누이)인 줄 알고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대뜸 ‘애, ** 야’ 하며 말을 시작하는데..

단상(短想) 2023.12.24

눈 내리는 날

눈이 끊임없이 내린다. 새벽 6시 무렵에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그쳐 있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라도 제설작업을 하면 출근길에 문제는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종종거리며 아침 스케줄을 소화하다 어느 때쯤 다시 창밖을 바라보니 아니! 또 눈이 펑펑 내리고 있는 게 아닌가! 연이어 날아드는 안전안내 문자를 보며 오늘은 걸어서 출근하기로 하고 만반의 준비물을 챙겼다. 핸드백 대신 백팩에 소지품을 옮겼다. 기모 레깅스를, 두터운 털장갑을, 마스크, 목이 있는 부츠에, 우산을 챙겼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집 밖으로 나오니 애꿎은 경비아저씨들만 고생하신다. 아무리 염화칼슘을 뿌려도 우리 아파트 입구 오르막에서는 차들이 계속 헛바퀴를 돌리며 서너 대가 엉켜 있다. 걷기로 작정한 것은 정말 ..

단상(短想) 2023.12.21

12월의 묵상(默想)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벌써 중순이 지났다. 정말 화살과 같은 속도의 세월이 지나가고 있으니 무언가 모를 아쉬움이 자꾸만 스멀스멀 차오른다. 인디언들은 12월을 침묵하는 달, 무소유의 달, 이라고 한다는데 진정 아무 말 없이, 무엇을 챙기려 하지 않고 조용히 12월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게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이맘때가 되면 교수들이 올 한 해를 뒤돌아보며 우리 사회상을 빗대어 뽑는 사자성어가 꼭 선정되곤 하는데 나는 은근히 어떠한 뜻의 사자성어가 선정될지 기대해 보곤 한다.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어중문학과)가 추천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뽑았다고 한다. '이로움을 쫓느라 의로움을 잊은 한 해' 라는 뜻이라고!! 내 개인적 생각은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일반..

단상(短想) 2023.12.12

다가온 매 순간을 최선으로 살아갈 뿐인데~~

은행잎 우리 아파트 은행나무들도 드디어 노란 옷으로 갈아입었다. 올 가을 제대로 단풍 구경을 나서지 못하고 있으면서 그냥 푸르딩딩한 잎으로 가을을 나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야속타 여겼는데 며칠 추위가 닥쳐오더니 추위에 대비하느라 이렇게 고운 빛으로 단장하고 가을 정취를 보여주고 있었다. 일요일 한낮의 햇살이 좋은 날, 길목 한 귀퉁이에 들어서서 혼자 환호성을 지르는 나를 은행나무는 바라보았겠지~ 은행잎 몇 잎을 주워와 컴 책상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바라본다. 잎 끝이 갈라져 있으니 언뜻 하트 모양을 연상케 한다. 쉽게 두 갈래로 나누어질 수도 있지만 여전히 하나의 잎으로 존재한다. 60대의 괴테가 젊고 아리따운 마리아네를 연인으로 만났는데 그 매개체가 은행잎이었다는 이야기를 책으로 읽었었다. 어쩌면 지구상..

단상(短想) 202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