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416

현충일, 그리고 망종(芒種)

현충일!! 아침 일찍이 조기를 게양하고 바라보는 산야가 참으로 청명하다. 아, 날씨가 참 좋다. 그 좋음을 하늘이 먼저 알려준다. 태극기와 하늘과 구름과 산의 나무들의 어울림이 더없이 평화롭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평화로움은 현충일을 맞이하여 기리는 영혼들이 있어서일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먹먹한 마음으로 젖어든다. 전쟁을 치르며 희생하셨던 분들은 일 년에 한 번이지만 나로 하여금 전율이 일 정도로 기억되고 있으니 어쩌면 지상 어느 곳에 살아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기억되는 것일까. 진정 나는 최소한 우리 가족들에게 만이라도 과연 무엇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가끔 답 없는 질문을 나 혼자 던져보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 앞에서는 전율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좋..

단상(短想) 2023.06.06

모두 다 꽃이야

어제저녁 6시 24분 우리의 우주선 누리호가 발사되었다 우리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된다 하니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원래는 그제 발사될 예정이었는데 하루 연기된 까닭에 더욱 조마조마하며 지켜본 것 같다 하필이면 우리 저녁 식사시간이어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는 소식에 환호하며 손을 바라보니 손에 숟가락이 들려 있었다. 어쨌든 신나는 마음이다. 정말 자랑스럽다. 발사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우주선을 발사시키는 힘이 배출하는 연기 모습이 마치 꽃처럼 보이면서 우주선을 올리는 힘은 꽃의 힘이구나! 속으로 생각했었다. 아침 출근길 평소와 다른 길을 택했다 요즈음 꽃이 한창인 대학교정으로 돌아보려고 방향을 잡았는데 교정에 들어서기 전 한 전봇대를 타고 오르는 붉은인동덩굴 꽃을 보았다 어쩜 우주선 같네~~ 하..

단상(短想) 2023.05.26

시골마을의 문화예술촌

달력상 봄을 일컫는 달(月)중 이제 마지막 5월이 어느새 하순을 걸어가고 있다. 봄꽃들은 차례로 제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피고 지고 있다 귀퉁이 한 줌의 땅이라도 개의치 않고, 쓰레기더미에서도 피어나는 꽃들의 자태는 해맑다 못해 청순하다 이 많은 꽃들을 예찬하기에는 내 마음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그 마음을 채우고 싶으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토요일 오전, 아들한테나 다녀오려고 시간을 청하니 이미 다른 약속이 있단다. 그래? 어차피 나서려 했던 마음이기에 차를 몰고 천천히 요즈음 한창 뜨고 있는 삼례 문화예술촌을 한 번 찾아가 보자 작정한다. 내비에 길을 물으니 친절히 알려준다. 나는 이색적인 모습부터 만나고 싶었는데 내비는 번잡한 주차장으로 먼저 안내한다. 주차를 하고 마주 보이는 비스..

단상(短想) 2023.05.22

이충무공과 오백원 지폐

나의 오래된 기록들을 보관하는 상자 하나가 있다. 그 상자는 어느 해 명절에 선물로 들어온 한과를 담았던 상자로 그냥 버리기 아까워 내 소지품들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안에는 내 학창 시절의 성적표와 상장 들, 그리고 서울에서의 공무원 시절 내 행색들이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아주 옛날 사진 하나를 찾기 위해 그 상자를 열어보니 아, 그곳에는 우리 아버지 퇴임식 책자도 있었다 이것 저것 뒤적거리다가 낡은 지갑 하나를 열어 보니 지금 화폐가 나오기 전 구(舊) 지폐가 권 종 별로 들어 있었다. 만 원, 오천 원, 천 원, 등은 크기가 조금 작아진 형태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지만 오백 원 지폐는 없어지고 대신 동전으로만 통용되고 있으니 나름 귀한 지폐임에 틀림없으니 관심이 확 당기는 것이다. 오백 원 지..

단상(短想) 2023.04.28

마음의 근심 걱정은 꽃가지로 피어난다.

묵은 고추장을 거의 다 먹고 이제 작년에 담은 고추장을 헐어야 한다. 지난해 10월에 담은 고추장이니 근 6개월 동안 햇살 좋은 날이면 고추장 항아리 뚜껑을 열어주면서 맛있게 익어가라고 속엣말을 해 주곤 했다 어제 아침 다시 항아리 뚜껑을 여니 망사 망 안으로 무언가가 보인다. 무어지? 아니! 손톱 크기만큼의 하얀 곰팡이가 두 군데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여태 이런 적이 없었는데.… 놀라는 마음으로 또 다른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았지만 아주 깨끗하게 잘 지내고 있다. 같은 고추장을 항아리만 달리 보관했을 뿐인데 왜 그럴까 걱정되는 마음이었지만 두 군데의 곰팡이를 걷어 내고 조금 기다려 봐서 다시 피면 냉장고에 옮겨놓을 것이다. 우리 아파트는 동남향이어서 종일 간접 햇빛이 드는 곳이다 하여 식물들도 잘 ..

단상(短想) 2023.04.16

볏짚 덩어리 뒹구는 들녘에서

2월 첫날 이른 아침 진한 안개가 창 밖 풍경을 지우고 있었다 모든 걸 새로움으로 맞이하라는 묵시적 암시일까. 점심시간 전에 일처리를 위해 잠깐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는데 눈길이 자꾸만 안개 걷힌 들녘으로 향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며 기어이 샛길로 빠졌다. 들녘의 텅 빈 논들은 계절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볏짚을 말아 놓은 동글동글한 덩어리들이 제 각각의 차림으로 듬성듬성, 옹기종기 혹은 촘촘히 제 멋대로의 몸짓으로 노닐고 있다. 마치 설치미술로 자연을 디자인한 듯싶다. 빈 논들이 펼쳐진 너른 들녘에서 풍요로움이 물씬 풍겨온다. 텅 비어 있음에도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음은, 넉넉하게 내준 충만함에서 빚어지는 편안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슴으로 다가와 감성이 되어주는 풍경을 마주하면 나만이 느낄 수..

단상(短想) 2023.02.01

토끼해에 국보속의 천진스러운 토끼를 만났다.

박물관을 다녀오신 후 포스팅하신 블친(평산)님의 글을 읽는 순간 눈에 번쩍 띄는 국보 한 점을 만났다. 국보 95호인 12세기 고려시대 향로로 1962년에 국보로 지정된 청자이다 내가 유난히 관심이 깊었던 까닭은 굽다리에 장식되어 있는 토끼 세 마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토끼인데도 귀, 눈, 얼굴, 몸체의 세세한 조각으로 영락없이 살아있는 귀엽고도 천진스러운 토끼 모양새니 우리 조상님들의 솜씨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참으로 자랑스럽다. 그런데 오늘 아침 새해 첫날의 신문 지면에 이 국보가 사진으로 소개되었으니 깜짝 반가웠다. 아마도 토끼해와 관련하여 새삼 토끼에 관한 이야기로 새해를 시작하면서 올 한 해를 재음미해 보고자 한 것 같다는 내 생각이었다. 신문에 올려진 향로 사진을 자세히 바라보니 토끼 세 ..

단상(短想) 2023.01.02

사라져 가는 풍경 앞에서

小雪 지난 11월의 요즈음 날씨는 봄인 듯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아직은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는 이 시기를 小春이라고도 한다니 그리 틀린 날씨는 아니라고 위안 삼으며 이상 기후를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나무들은 나뭇잎을 떨어트리고 헐벗고 있으니 사람들은 나무들에게 옷을 입혔다. 올해 갑자기 여기저기서 나무에 털옷을 입히더니 급기야 우리 동네 호수변 나무에도 알록달록 털옷을 입혀 놓았다. 자연에 디자인이라니…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참 고마운 일인데 오가며 바라보는 나는 저 모습이 나무들에게 좋은 현상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원래는 겨울이 시작되면 나무줄기에 볏짚을 엮어 둘러매어주었다 이는 나무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나무에서 살고 있는 병충해들을 잡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충들도 추운..

단상(短想) 2022.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