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440

마음의 근심 걱정은 꽃가지로 피어난다.

묵은 고추장을 거의 다 먹고 이제 작년에 담은 고추장을 헐어야 한다. 지난해 10월에 담은 고추장이니 근 6개월 동안 햇살 좋은 날이면 고추장 항아리 뚜껑을 열어주면서 맛있게 익어가라고 속엣말을 해 주곤 했다 어제 아침 다시 항아리 뚜껑을 여니 망사 망 안으로 무언가가 보인다. 무어지? 아니! 손톱 크기만큼의 하얀 곰팡이가 두 군데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여태 이런 적이 없었는데.… 놀라는 마음으로 또 다른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았지만 아주 깨끗하게 잘 지내고 있다. 같은 고추장을 항아리만 달리 보관했을 뿐인데 왜 그럴까 걱정되는 마음이었지만 두 군데의 곰팡이를 걷어 내고 조금 기다려 봐서 다시 피면 냉장고에 옮겨놓을 것이다. 우리 아파트는 동남향이어서 종일 간접 햇빛이 드는 곳이다 하여 식물들도 잘 ..

단상(短想) 2023.04.16

토끼해에 국보속의 천진스러운 토끼를 만났다.

박물관을 다녀오신 후 포스팅하신 블친(평산)님의 글을 읽는 순간 눈에 번쩍 띄는 국보 한 점을 만났다. 국보 95호인 12세기 고려시대 향로로 1962년에 국보로 지정된 청자이다 내가 유난히 관심이 깊었던 까닭은 굽다리에 장식되어 있는 토끼 세 마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토끼인데도 귀, 눈, 얼굴, 몸체의 세세한 조각으로 영락없이 살아있는 귀엽고도 천진스러운 토끼 모양새니 우리 조상님들의 솜씨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참으로 자랑스럽다. 그런데 오늘 아침 새해 첫날의 신문 지면에 이 국보가 사진으로 소개되었으니 깜짝 반가웠다. 아마도 토끼해와 관련하여 새삼 토끼에 관한 이야기로 새해를 시작하면서 올 한 해를 재음미해 보고자 한 것 같다는 내 생각이었다. 신문에 올려진 향로 사진을 자세히 바라보니 토끼 세 ..

단상(短想) 2023.01.02

사라져 가는 풍경 앞에서

小雪 지난 11월의 요즈음 날씨는 봄인 듯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아직은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는 이 시기를 小春이라고도 한다니 그리 틀린 날씨는 아니라고 위안 삼으며 이상 기후를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나무들은 나뭇잎을 떨어트리고 헐벗고 있으니 사람들은 나무들에게 옷을 입혔다. 올해 갑자기 여기저기서 나무에 털옷을 입히더니 급기야 우리 동네 호수변 나무에도 알록달록 털옷을 입혀 놓았다. 자연에 디자인이라니…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참 고마운 일인데 오가며 바라보는 나는 저 모습이 나무들에게 좋은 현상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원래는 겨울이 시작되면 나무줄기에 볏짚을 엮어 둘러매어주었다 이는 나무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나무에서 살고 있는 병충해들을 잡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충들도 추운..

단상(短想) 2022.11.25

폐가와 노박덩굴의 만남은…

늘 지나치는 곳이기에 방심하던 길, 아니 에움길을 쓰윽 올라 굽이돌아 내려가는 길이기에 언제나 앞만 주시하던 길, 그럼에도 무언가 모를 정취를 안겨주는 곳이기에 좋아하는 에움길, 일요일 햇살 좋은 한낮 자질구레한 집안일들을 마치고 가을 햇살 가득히 내려앉은 에움길을 따라 걸었다. 걷는다는 느림의 행보에는 눈 해찰이 함께 한다. 문득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데 하늘아래, 폐가 지붕 위를 뒤덮듯 엉켜있는 노박덩굴을 보았다. 매년 내 블로그를 장식하는 폐가 지붕과 노박덩굴은 최고의 멋있는 만남이라는 생각을 한다 폐가는 쓸모없다고 여기었을 제 지붕을 삶의 터 삼아 살아가는 노박덩굴이 고마웠을 것이다 노박덩굴은 이리저리 마구 뻗치는 자신들의 삶의 형태 때문에 다른 나무를 타거나 길가에서 자랐다면 벌써 잘려 나갔..

단상(短想) 2022.11.23

산책길 하늘의 개기월식

늘 같은 시간, 분명 익히 잘 알고 있는 길을 걷는 산책이라는 명분은 때로는 무한한 새로움을 안겨주는 일이기도 하다. 요즈음의 산책은 어둠이 내린 주위의 풍경이 청각적, 시각적으로 다른 그 무엇으로 늘 나와 동행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른 그 무엇은 내 생각의 날실과 씨실이 되어 스며든다. 11월 8일은 음력으로 15일 보름이었다. 한 달 중 가장 등근달이 떠오르는 날이니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서인지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잦은 날이기도 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수를 따라 걸으려 나와 하늘을 바라보니 이상하게 둥근 보름달이 구름에 가리 운 듯싶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라 했는데…조금 걸으면 걷히겠지 했지만 달은 더 어두워지면서 제 모습을 자꾸 잃어가고 있다. ..

단상(短想) 2022.11.09

감이 익어가는 풍경

가을날 쓸쓸함의 극치는 11월에 있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차창으로 스치는 11월 가을 들녘은 모두를 비워낸 공허함이 가득했지만, 보이지 않는 것까지, 모든 것을 나누어준 여유로운 모습의 공허함이기에 언제 보아도 다감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가을 색이 짙어가고 있다는 말은 어쩌면 모든 것들의 차림새가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분을 잃은 나뭇잎들의 부석 거림, 반쯤은 메마른 줄기 끝에 피어있는 작은 들꽃들의 모습, 나무들도 내년을 위해 스스로 자신들의 잎을 메마르게 하고 있으니 이 모든 것들은 가을만이 빚어내는 가을 색인 것이다. 가을 색이 완연한 일요일, 자분자분 집안일과 어제 이어 옷장 정리를 마치고 보니 아이들 생각이 난다. 내가 가서 이것저것 겨울 채비를 챙겨주어야 하는데 일한다는..

단상(短想) 2022.11.07

해국을 마중했던 날

어느 작은 서해바닷가에 작디나 작은 몸짓의 연보랏빛 해국이 피었습니다. 알 수 없는 그리움을 찾으려는 듯 해풍에 맞서느라 갯바위에 몸을 숨기고 도톰한 잎과 잔잔한 솜털로 추위를 이기며 무심한 낚시꾼의 등을 바라보며 한적한 해변 갯바위 위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피었습니다. 문득 만난 아련한 몸짓의 해국의 그리움을 담아 아픈 마음들을 어루만져 주고 싶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전~ 집안 깊숙이 들어온 햇살이 참으로 얌전하다 그 얌전을 본 받아 아침 일찍부터 집안 청소를 마치고 밑반찬 몇 가지를 만들고 나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부엌 창으로 보이는 울 뒷산은 아직도 푸른빛이 우세다. 뒷산에나 다녀올까 하는 생각에 도리질을 하게하는 까닭은 요즈음 뒷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

단상(短想) 2022.11.01

고추장을 담으며...

10월 16일 남편과 나는 추자도에 있어야 했던 일요일이었다. 하지만 2일 전에 연락이 오기를 여객선 이상으로 17일까지 점검 예정이라고 운행을 할 수 없어 죄송하다며 예약 취소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이런이런~~ 사실 추자도는 당일여행으로는 어려운 곳이었다. 그런데 지난 5월 7일 진도항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여 45분 만에 추자도에 도착 후, 오후 6시 45분에 추자를 출발하는 쾌속선 산타모니카 취항으로 충분히 하루에 다녀올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좋아하며 예약을 해 놓았던 것인데~~ 새롭게 만든 쾌속선이라는데 웬 고장이람~~ 주말이면 이것저것 둘러보며 잠깐씩 소일하던 티스토리도 어제(15일) 오후부터 이용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접고 고추장을 담기로 했다. 그동안 재료를 하나 둘 준비를 ..

단상(短想) 2022.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