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6월 중순이다.
봄이 짧았다고, 유난히 더운 봄이었다고 투덜댔지만
그래도 봄꽃들이 있어
하나하나 만나는 기쁨 속에 함께 가자 청했던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기억 속에 예쁜 봄을 저장해 두고 떠났다.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해 줄, 여름에 피는 꽃 마중을 상상해 본다.
내 손에는 그새 6월이라는 계절에 맞는 일을 해야 할 일들이 쥐어졌다.
마늘 한 접반을 준비했다
마늘 값이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 작년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았다
구입해 놓은 마늘을 시간 나는 대로 조금씩 까기 시작하여
엊그제 토요일 오후까지 모두 마쳤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마늘 까기를 끝낸 홀가분한 마음으로
호수가 아닌 맞은편 마을 쪽으로 걸었다.
그 길목에 태산목이 꽃을 피운 것을 차로 오가며 보았기에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실제 그 옆에 서니 내 키를 훌쩍 넘었다
보기에는 참으로 탐스런 꽃인데 그 모습을 담을 수 없어 몹시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보고 찍고 싶어 한 그 순간의 나만의 느낌을 나는 그냥 좋아한다.
19년도 6월 30일 비 내리는 날의 태산목 사진이 있어 올려보았다
꽃이 지기 시작하고 있어
열매가 많이 보이고, 꽃잎은 추레해 보이지만
한창 일 때의 꽃은 정말 우아하고 아름답다
태산목의 탐스런 모습을 포기하고
자전거 전용 도로를 걷는데
낭아초, 서양톱풀, 브라질마편초 등 산등성의 꽃들이 내 눈을 끌어간다.
해마다 만나는 장소에서 만나는 꽃들이지만
늘 새롭게 보이는 꽃들에게서 서로 간의 정겨움과 낯섦이 공존하고 있음을 느끼고
그들의 들을 수 없는 말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느낄 때면 찍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끼워 달라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트 앞에 매실이 진열되어 있다.
기웃거리다가 황매실을 발견하고 얼른 구매했다
10kg에 25,000원이다. 황설탕 10kg도 함께 구입했다
마음이 바빠진다.
매실을 식초 물에 살살 씻어 꼭지를 따고 채반에 건져 놓았다
물기가 어느 정도 빠진 후 마른행주로 매실의 물기를 닦아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집안에 매실 단내가 가득하다.
일요일 아침 일찍 설탕에 재었다. 이제 100일이 지나면 거를 것이다.
곧이어 까놓은 마늘을 갈기 시작했다.
18개의 지퍼 팩을 채웠다.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나만의 방법인지라 잘하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늘 시간에 쫓기는 나로서는
이렇게 해 놓음으로 마늘을 듬뿍 넣을 때마다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초여름인 6월이 안겨주는 식재료들의 준비를 마치고 나니 한결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파트 화단에서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시작하는 수국과 접시꽃이
수고했다며 나를 응원해 준다.
초여름 꽃들이 나를 마중 나온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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