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438

가을..... 풋풋한 억새

이름도 이상했던 태풍이 몰고 온 후텁지근했던 날씨가 물러나니 속절없이 찾아온 산책길의 서늘한 기운이 옷소매를 길게 내려주며 가을이라고 속삭인다. 나는 조금 더 여름옷을 입고 시원함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고 소매를 걷어 올리며 열심히 걸었다. 생각에 골몰하느라 내가 나를 잊으며 무의식적으로 걷는데 가로등 불빛 아래 한 무리의 억새들이 가만가만 제 머리를 날리고 있다. 어쩜 벌써 억새가 꽃을 피웠구나. 이제 막 피어난 듯 부드러움 보다는 어색함으로 불빛을 눈부셔하는 모습들에 이상스레 안도감이 느껴지며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래 가을이구나 햇살 아래서 흔들리는 억새의 풋풋함을 만나고 싶었다. 점심시간을 훔쳐 시내를 벗어났다. 아, 들판은 이제 초록에서 연두의 카펫으로 바꾸고 있었다 정말 가을이구나~~ 이제 조금 ..

단상(短想) 2022.09.22

화려한 조명 아래의 거미줄은

추분 절기를 며칠 앞 둔 요 며칠 날씨는 다시 여름이 오려는 듯싶게 덥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여도 절기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 이런 절기의 변화 앞에서 내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절기는 하지이다. 매년 6월 21일이나 22일이면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그림자는 가장 짧다는 날인데 나는 하지가 다가오면 이상하게도 연말이 되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그런 어떤 의식보다도 더 큰 아쉬움을 매번 경험하며 지낸다. 그 이유는 단지, 하지가 지나면 하루 1분씩 낮의 길이가 짧아진다는 아주 단순한 이치 때문이다. 막연히 낮의 길이가 1분씩 짧아진다는 것은 이제 일 년이 고비를 넘겨 하향 곡선을 그리는 시기라는 생각에 마냥 아쉬워지는 것이다. 하루 ..

단상(短想) 2022.09.18

꽃게의 특별한 의미

가을 꽃게철이다. 봄은 암게철이고 가을은 숫게철이다. 나는 알이 많은 암게보다는 살이 많은 숫게를 더 좋아한다. 여기저기서 꽃게 소리가 들려오니 아이들도 좋아하는 생선이라서 추석에 모이면 같이 먹을까 싶어 한 번 구입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제 남편 지인이 꽃게를 보내왔다. 아무리 수확이 많은 꽃게철이라 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커다란 스티로폼 상자가 묵직했다. 열어보니 살아있는 싱싱한 꽃게 33마리가 들어 있는 것이다. 구입하고 싶었던 꽃게이기에 반가웠지만 이걸 그대로 냉동실에 넣을 수 없으니 일일이 손질해야 하는 어려움에 걱정이 앞선다. 얼음속에 넣어왔기에 밤새 그대로 두고 일요일 아침 일찍 7시 30분부터 손질하기 시작했다 게는 분홍빛이 돌면서 싱싱함을 보였다. 나는 간장게장 담는 법..

단상(短想) 2022.08.28

조용히 울리는 선함이 깃든 말

조선 시대의 황희정승은 청렴결백하고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길이 후손들에 추앙받는 인물임에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에 수많은 일화가 전해 오지만 나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이야기가 있다. 황희가 정승이 되었을 때 공조판서로 있던 김종서를 꼼짝 못하게 한 이야기다. 김종서는 회의 도중 의자에 앉을 때도 삐딱하게 앉아 거만한 태도로 거드름을 피웠다고 한다. 이를 지켜 본 황희는 어느 날 하급관리를 불러 “김종서 대감이 앉은 의자의 한 쪽 다리가 짧은 모양이니 고쳐 오너라.” 했다. 그 말을 들은 김종서는 정신이 번쩍 들어 사죄하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고 한다. 황희 정승의 빗댐도 훌륭했지만 그에 재빠르게 깨닫고 수용하는 김종서의 태도도 훌륭하다고 생각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말의 힘을 새삼 깨달았었다. ..

단상(短想) 2022.08.24

누리, 누리, 다누리~~누리장나무

나의 아침 시간은 늘 분주하다. 하니 귀만 빼앗기는 fm 방송을 틀어 놓고 이 방 저 방 다니는 품새가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잰걸음인데 문득 방송 진행자의 멘트가 귀에 쏘옥 들어온다.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우리의 첫 달탐사선 다누리가 8시 8분에 성공 발사되었다는 소식이다. 와!!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다 보니 어깨가 으쓱해진다 물론 로켓은 우리의 것이 아니지만 8년 후에는 모든 것을 우리의 제품으로 발사한다는 계획 하에 있다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진행자는 이에 부합하기라도 하듯 드보르작 루살카 중 '달에게 부치는 노래' 를 들려준다. 혼자 으쓱해지노라니 거의 동시에 두 가지가 생각난다. 53년 전 아폴로가 11호가 발사 된 일 년 후 우리의 아동문학가 윤석중님이 아폴로 ..

단상(短想) 2022.08.05

무심히 살아가는 모습인 것을.....

우리 집 베란다에는 다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올망졸망한 화분들이 아닌 근 20~30년을 함께 하다보니 제법 큰 키의 관엽식물들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구 정리를 하고 곧장 베란다로 나가 식물들을 바라보며 아침인사를 하곤 한다. 그제 아침이었다. 킹벤자민 고무나무에 열매가 달려있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쩌면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된 관엽식물이지 싶은데 작년인가? 처음 열매를 맺어 온 식구의 관심을 폭발시켰었는데 올해 또다시 몇 개의 열매를 맺었다. 예전에 모로코 여행 시, 모로코 시내 곳곳에 우람한 벤자민나무가 가로수로 식재되어 있어 많이 놀랐는데 공기정화를 위해 심었다는 설명을 들었으니 그만큼 벤자민 고무나무의 공기정화 능력은 뛰어나다고 한다. 하여 더 애지중지하며 바라보는데 이렇게 열매를 맺다니..

단상(短想) 2022.07.22

마늘꽃을 보았다.

엊그제 전통시장에 가서 마늘 한 접반을 샀다. 마늘 까기가 너무 번거로워 육 쪽 마늘을 찾아 나선 길이다. 마침 마음에 드는 마늘을 만나 사 가지고 돌아오는 길 내내 알이 굵은 마늘은 아마도 마늘종을 뽑히고 꽃을 피우지 못한 마늘일 것이라 생각하니 마늘 꽃이 몹시도 궁금하였다. 사무실에서 여직원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오늘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니 페트병에 웬 미끈한 줄기 끝의 보랏빛 꽃이 꽂혀있다 알리움??? 일까 했는데 여직원이 어제 오후 늦게 시댁에 가서 가져 왔단다. 화단가에 마늘을 심어 놓았는데 꽃이 피었다고 하셔서 일부러 가져 왔다고 한다. 세상에 이렇게나 탐스럽다니~~ 아직 활짝 피지 않았는데 자잘한 봉오리들이 와르르 꽃을 피우면 얼마나 더 탐스러울까! 씨앗을 튼실하게 만들도록 꽃대가 뽑..

단상(短想) 2022.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