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의 익살스러움 일요일 한낮 밀린 집안일을 부지런히 마치고 얻어지는 짬에 뒷산을 오르는 일은 참으로 기분 좋은 순간이다. 이른 새벽의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길로만 다녀와야 하는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한들한들 걷는 내 모습에 나무.. 단상(短想) 2014.09.03
맑고 맑은 파란 꽃잎의 닭의장풀 요즈음 길가, 산중턱, 빈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 "닭의장풀" 이름에서 연상되어지는 탓일까? 이른 아침 목을 길게 빼며 홰를 치는 닭의 모습처럼 새벽을 깨우고 있는 듯 길게 빼어 문 기다란 수술이 곱기만 하다. 꽃잎의 파랑이 어찌나 선명하게 비쳐지는지 파랑물이 금방이라도 뚝뚝.. 단상(短想) 2014.09.02
담백한 운치를 지닌 박 초기지붕과 돌담, 그리고 박 눈길을 끌어가긴 했는데 무언가 어색했다. 아, 박이 돌담위에 엉성하게 올라 있음이 어울리지 않는다. 박은 초가지붕위에 있어야 제 멋이지 않는가. 어두워지는 저녁에 어스름 달빛아래 하얗게 꽃을 피우고 둥글게 자란 박이 조금은 무거운 몸을 부린 듯 초가.. 단상(短想) 2014.08.30
늙음이 더 어여쁜 호박 사무실에서 나와 6차선 큰 길을 건너노라면 고등학교가 있다. 학교 주변의 여유로운 땅은 알뜰한 사람들에 의해 텃밭으로 변해있다. 가끔 점심시간이면 한 바퀴 돌아보곤 하는데 고구마, 깨, 부추, 가지, 고추 등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오늘 문득 커다란 호박 .. 단상(短想) 2014.08.28
마음에 꽃무늬를… 화개장터에서 다기(茶器)점 구경에 나섰다. 아담하면서 정이 듬뿍 담긴 예쁜 찻잔, 그릇들을 구경하는데 정작 주인은 손님은 나 몰라라 하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살그머니 다가가 보니 작은 송이의 분홍빛 꽃들을 조심스럽게 핀셋으로 한 송이씩 집어 물위에 띄우고 있었다. ‘ 어.. 단상(短想) 2014.08.25
처서(處暑)설거지 고요가 게으름을 피우는 새벽길 발맘발맘 걷는 내 숨결이 유난히 커다랗게 들려옴은 부드러운 정적에 포위당한 나의 두려움의 신호였다. 내 옆구리를 지나는 숲에서 갑자기 우지끈! 뚝! 딱! 소리와 함께 온 숲을 흔드는 출렁임이 물결친다. 화들짝 놀란 마음에 우뚝 서서 어찌할 바를 몰.. 단상(短想) 2014.08.22
마음만 닮아가는 일 넓디나 넓은 벌판에 샛노란 해바라기 꽃이 피었다. 해를 따라 해바라기하는 꽃 위에 나비 한 마리 앉았네. 해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의 마음을 돌려보고 싶었을까 꽃 위에 거꾸로 앉은 나비도 문득 빛을 닮았다.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하는데 네가 나를 돌릴 수 없지, 살아가는 일 늘 무언가를.. 단상(短想) 2014.08.13
손톱 끝에 매달린 영원한 추억 봉선화(鳳仙花) 여름에 피는 꽃 중 가장 운치 있는 꽃이 아닐까. ‘울밑에 선 봉선화야’ 라는 노랫말이 있듯 어느 집이나 담장 밑, 우물가, 장독대를 따라 피어있던 꽃, 무더운 여름밤 모깃불 피워놓고 둘러앉아 손톱에 물들이는 모습은 정말 잊지 못할 우리의 정겨운 추억이다. 혼자서는.. 단상(短想) 2014.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