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鳳仙花)
여름에 피는 꽃 중 가장 운치 있는 꽃이 아닐까.
‘울밑에 선 봉선화야’ 라는 노랫말이 있듯
어느 집이나 담장 밑, 우물가, 장독대를 따라 피어있던 꽃,
무더운 여름밤
모깃불 피워놓고 둘러앉아 손톱에 물들이는 모습은
정말 잊지 못할 우리의 정겨운 추억이다.
혼자서는 손톱에 물들일 수 없으니
마주 앉아
나는 네 것을
너는 내 것을
싸매주고 묶어주었지.
자고 일어나면
내 손톱에 보다도
이불에 베개에 옷자락에
물들여 놓았지만
어머니는 야단치지도 않고
얼마만큼 물들여졌는지 손톱 좀 보자 하셨지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 모여 할 수 있는 일,
아무데나 물들여 놓아도
손톱 끝의 물듦을 더 챙겨준 마음으로
정겨움을 잊지 못하게 한 그곳에는
봉선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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