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새벽까지도 내리지 않은 가을비였는데 어느 순간 내렸을까 숨 돌릴 여유조차 없이 모든 걸 다 내려놓은 낙엽은 여비조차 챙기지 못했나보다. 차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고운 미소를 보낸다. ‘ 저 좀 태워 주세요~~’ ‘ 제가 가는 방향, 어느 곳이든 내려주세요.’ 수줍은 겸손한 마음 닮.. 단상(短想) 2014.11.17
향기로 전하는 말 향기로 말을 건넨 호박 어제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는데 고소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 한다. 아니 냄새가 아닌 향기였다. 꼭 둥굴레 차 끓이는 것처럼 구수한 향기였다. 위나 아래층 어느 집에서 둥굴레 차 끓이나보다고 의심없이 생각했다. 은근한 구수함이 좋아 나도 끓여볼까? 했지만 엊.. 단상(短想) 2014.11.13
위험한 면죄부 잿빛 하늘아래 바람이 거칠다. 느닷없는 바람소리에 창밖을 응시하는데 웬 종이의 조각 하나가 하늘로 솟구치더니 제 몸을 어찌할 줄 모르며 이리저리 몰리고 있다. 혼미한 정신이 되었을까 종이는 이미 정신 줄을 놓았고 바람에 휘둘리며 좌로 우로 위로 아래로 솟구치더니 결국 굵은 .. 단상(短想) 2014.11.12
아름다운 굴곡 숲길을 걷다 나도 모르게 다가섰다. 소나무 한 그루가 밑동만 남은 채 희말쑥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윗몸이 잘려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톱밥이 어지러이 날려 있었다. 내 마음이 고약할까? 그냥 참 예쁘다 라는 생각이 먼저다. 입으로 후우 톱밥을 날려 보내니 나이테 선이 더욱 뚜렷.. 단상(短想) 2014.11.11
오래 기억하기위한 마음 짓 11월 7일 오후 7시 20분 경의 보름달 오늘이 보름, 윤달 보름이다. 오늘은 입동이다. 달은 음력을 따라 윤달인 보름에도 어김없이 온전한 제 모습을 보이나니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보름달이건만 늘 새로움을 발하는 달 아래를 걷는 것은 언제나 미망의 시간이다. 내가 숨죽여 바라보는 동.. 단상(短想) 2014.11.07
하늘에 달린 따뜻한 마음 파란 하늘에 닿고 싶은 감나무의 몸짓이 참으로 아름답다. 퍽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감나무는 언제부터인지 과실이 아닌 풍경으로 우리의 감성을 일렁이게 한다. 까치밥일까? 아님 닿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남겨놓은 감일까. 까치밥이라 바라보는 마음에는 괜한 정감이 밀려오면서 가슴.. 단상(短想) 2014.11.05
마음의 창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면 핸드백 내려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큰 머리핀으로 머리 묶고, 손 씻고 지체 없이 달려가는 곳은 주방이다. 순식간의 일이다. 이런 두서없는 내 마음을 착 차분하게 이끌어주며 서두르지 말라 어르는 것이 있으니… 주방의 작은 창이다. 아무도 없는 낮 동안 .. 단상(短想) 2014.11.04
가을이 푹 젖었다. 집안에서는 분명 비가 내리고 있는 기척을 몰랐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서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잠시 멈칫 했지만 이 정도는 그냥 맞아도 될 거 같다는 생각에 후드를 머리에 둘러씌우고 나왔다. 내리는 비로 더욱 어둑한 길이지만 사위를 아우르는 한없는 아늑함으로 마음만은 그.. 단상(短想) 201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