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잎에 띄우는 편지 ▲ 노랗게 물든 가을날의 예덕나무 잎 파란 하늘아래의 예덕나무 노란색 단풍이 참으로 아름답다. 어쩜 저리도 맑은 표정일까. 처음엔 무심코 생강나무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바라보니 예덕나무다. 예절과 덕성을 모두 갖춘 예덕나무는 독특한 자람을 뽐내지 않고 절기 따라 제 모습을 조.. 단상(短想) 2014.10.30
가을언덕의 국화 향은~~ 울긋불긋 불콰한 시월은 슬그머니 자리를 비우려는데 곤드레만드레 취하고 싶은 십일월은 자꾸만 단풍을 청한다. 호젓한 산길에 들국화, 감국이 피었다. 저잣거리의 화려함을 마다한 채 맑은 향기 가득 담아 외롭게 피었다. 아무도 와 주지 않는 외로움을 지키며 허름한 자세로 서 있지.. 단상(短想) 2014.10.29
즐풍(櫛風)을 즐기다. 가을비가 길게 지나가는 동안 바람이 길을 나서지 못했나 보다. 비 그치니 성급함으로 길거리 낙엽들을 몰아세운다. 바람도 우산이 필요했을까 사나운 몸짓에 내 몸을 웅크린다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사는 맛이 없다는데 그 세상바람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데 이왕 만나는 세상 바람이라.. 단상(短想) 2014.10.23
이쁜 가을이 띄운 낙엽엽서^^ 비가 내리니 가을은 깊어만 갑니다. 작년에도 올해도 내년에도 찾아오는 가을이건만 가을은 잊지 않고 낙엽편지를 띄우며 단풍구경 가자합니다. 참으로 멋진 가을의 초청이지만 금세 응하지 못하고 예서제서 차츰 무르익어가는 가을기운에 내 소매 깃만을 자꾸만 내려뜨리며 지천에 스.. 단상(短想) 2014.10.21
국화꽃을 사랑함은… 아침에 눈을 뜨니 빗소리가 제법 거세다. 아, 가을비~~ 무심한 빗줄기임에도 계절을 붙이고, 내 마음을 붙이며 소리를 듣노라면 빗줄기도 어느새 계절을 일러주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살아있는 그 무엇이 되어 내 곁에 다가오곤 한다. 사납지도, 약하지도 않은 소리를 앞세워 바싹바.. 단상(短想) 2014.10.20
풍경을 만나는 일은 내가 풍경이 되어 내 마음을 만나는 일이다. 박물관에서 나와 언니를 만나러 갔다. 이곳에 오기 전 이미 연락을 했고, 어머니 집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어머니 안 계시는 집에서 언니와 둘이 오붓하게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회포를 풀던 중 언니가 나랑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한다.. 단상(短想) 2014.10.19
一葉知秋를 말하는 오동잎 ▲ 물들어가는 오동잎 새벽의 가을 산은 스산하다. 유독 바람이 심상치 않은 시간 행여 지닌 잎들이 떨어질까 밤새 뒤척였을 나무들이 애처롭다 희붐한 오솔길에 커다란 오동잎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똑같이 떨어지는 잎인데도 유난히 큰 몸집의 오동잎은 마치 낙엽들의 선두에 서 있는 .. 단상(短想) 2014.10.16
건망증의 辨 햇살에 드러나는 건망증이 부끄러워 해를 가리다 ^^ 일 년 동안 부어온 적금통장이 만기가 되었다는 연락을 은행으로부터 진즉 받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에서야 은행을 방문하였다. 만기 후 한 달여가 지나 있었다. 친절한 은행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창구 앞 의자에 앉아 천연덕스.. 단상(短想) 201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