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설렘으로 시작하는 아이콘 같은 것 아닐까.
인천 공항 제2 터미널에서 출국심사를 마치고
오전 11시 10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기다리는데
동생이 나를 부른다. 사진을 찍어준단다!
우리 모두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 좌석에 앉았다.
13시간!! 정말로 긴 비행시간이었다.
갈 때는 맞바람을 맞는 방향이기도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상공을 지나지 못하고
우회하는 비행노선이기에 2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몸이 약한 언니는 거금을 더 내고 비즈니스석에 앉아가고
동생과 나는 최대한 편한 옷을 입고
일반석에 앉아 가노라니 아휴~~ 왜 그렇게 시간이 안 가는지…
등받이 화면으로 영화 쇼생크 탈출, 보호자 등 3편을 보아도 남은 시간이 더 많다.
기내식을 두 번 먹고, 샌드위치로 제공하는 간식도 먹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자는 둥 마는 둥,
불편한 다리를 이리저리 뒤척여 보기를 여러 번,
진정 몸살 나기 직전에 프라하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와 시차는 8시간이 늦는 나라이기에 프라하에 도착 시간이 오후 4시 10분이다.
우리는 그곳 공항에서 우리를 태우고 다닐 버스를 만나
다시 2시간 40분을 달려 우리 처음 여행지인 체스키크룸로프로 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에 체크인하고 잠을 청했다.
비행기 안에서의 불편함 때문이었는지 낯설었지만 잠자리가 반가웠다.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일찍이 '체코의 오솔길' 이라는 뜻의 체스키크룸로프 마을로 향했다.
무겁게 가라앉은 날씨는 쌀쌀했다.
한참을 걸어 체스키크롬로프 성으로 들어가는 다리에 올라서는 순간
우리는 모두 와!! 하는 함성을 질렀다.
붉은 기와지붕들의 가지런한 정렬이 진정 동화 속 마을 같았다.
이 작은 마을은 체스키크롬로프 성을 중심으로
중세시대부터 5세기 동안 평화롭게 발전하면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건축양식이 모두 존재하는 곳으로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널리 인정받아
1992년 이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선정되었다.
굴곡을 이루며 흐르는 강 주변에는 파스텔 톤의 집들이 모여 있고
언덕 위에는 프라하 성 다음으로 큰 성이 자리 잡고 있다.
▲ 체스키크롬로프 성
체코에서 프라하 성 다음 두 번째로 큰 성으로
자연 암반위에 지은 특징이 있으며
귀족이었던 크롬로프 경에 의해 1250년에 지어진 성이라고 한다.
17세기부터 합스부르크왕가에서 구입하여 왕가의 소유가 되었고
이곳은 크게 성박물관, 성 탑, 성 정원으로 나뉘어 있다.
역사를 지키고 보존하는 일은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민족의 가치성일 것이라는 나만의 믿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 라트란 거리
성 밖으로 나와 작은 다리(이발사의 다리)를 건너 라트란 거리를 걸었다.
중세 모습을 간직한 고풍스러움으로 영화에도 등장할 만큼 예쁘장한 거리는
예전 영주들을 모시던 하인들이 살았던 곳인 만큼
아기자기한 작은 상점들이 눈에 뜨였지만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상점 건물 간판들의 특이함을 이곳에서도 만났다.
이곳 라트란 거리에 들어서니 울 가이드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오스트리아 천재 화가 애곤 실레의 작품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 마을은 애곤 실레 어머니의 고향으로
애곤 실레가 그의 여자 친구와 잠시 머물며 많은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애곤 실레 아트 센트룸은 문이 닫혀 있었다.
10시부터 운영하는데 우리는 10시 이전에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겨우 28년을 살다 간 그의 그림은
우리의 비엔나 일정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체코의 체스키크룸로프에서의 일정을 마쳤다.
체스키크롬로프 마을의 규모가 작아 짧은 시간에 돌아볼 수 있었지만
그만큼 예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역사가 깊은 마을이었다.
마지막 날 다시 체코에 와서 프라하를 관광하는 일정이 있다.
이제 우리는 오스트리아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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