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넷, 다섯, …… 열다섯. 현관문을 열고서부터 방 끝까지의 내 걸음 수는 딱 열다섯 걸음이다. 이 좁은 공간에 신발장, 화장실, 싱크대, 작은 옷장 그리고 반원형 베란다에 세탁기와 보일러가 설치되어있는 곳, 내가 지금 까끔살이를 하는 아파트형 원룸이다. 오밀조밀한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남편은 자꾸만 어디론가 여행을 온 기분이라고 한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 온 날은 지난 16일, 이사를 마치고 나자마자 강한 바람과 함께 때 아닌 눈보라가 몰아쳤기에 많이 어설픈 마음이었는데 이삿짐을 옮기는 동안 따뜻해진 방 온도가 어찌나 좋은지 금세 안온한 마음이 들면서 이사하는 날까지의 피곤이 풀어지면서 잠이 쏟아지는 것이다. 옛날 뜨뜻한 구들장 방에서 잠들 듯 그렇게 자고 나니 이 공간이 아늑함으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