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438

매실청을 담그며...

매실청을 담았다. 해마다 5, 6월이 되면 양파, 마늘, 매실을 구입하여 장아찌, 저장, 청을 담그곤 하느라 나로서는 참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도 하나씩 해 둘 때마다 그냥 마음이 든든해진다. 올해도 지리산에서 재배하는 황매실을 5kg씩 두 자루를 구입하였다. 받아보니 알이 튼실하고 싱싱해서 좋았다 포장을 뜯는 순간 훅! 올라오는 단내가 어찌나 맛있게 느껴지는지 씻는 것도 아까웠다. 오후 5시 쯤 도착한 매실을 살살 씻으며 이물질을 제거하고 물기를 닦아 채반에 하룻밤을 재우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사이에 매실이 노랗게 익었다. 퇴근 시간까지 놓아두어서는 안 되겠기에 이른 아침 모든 일을 제치고 바로 설탕에 재웠다. 담근 날과, 100일 되는 날의 명찰을 달아 뒤 베란다 한쪽에 놓아두니 내 자리가 이곳..

단상(短想) 2021.06.27

야단법석(野壇法席)

어제 저녁 늦게까지 마늘을 까느라 고단했던지 오늘 아침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몸을 질질 끌며 거실에 나가 그대로 쇼파에 털썩 앉아버렸다. 맞은편 TV 에서는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고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한 여자 아나운서가 오늘의 이슈톡? 이라는 주제로 갑자기 나타난 범고래를 피하려는 바다사자 무리들이 가까이서 정어리 잡이 하는 배 위로 뛰어 오르는 모습을 포착한 장면이었다. 이에 아나운서는 바다사자들이 배 위로 오르려고 야단법석이라는 표현을 한다. 잠이 확 달아난다. 범고래에 잡히지 않으려고, 살아남으려고 필사적으로 날뛰는 바다사자들에게 야단법석이라는 표현이 과연 맞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야단법석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몹시 떠들썩하고 소란스럽게 법석을 떠는 상태”..

단상(短想) 2021.06.18

백신을 맞고......

오늘로 백신접종 후 일주일이 되었다. 주사를 맞을까 말까 저울질하며 복잡한 마음의 시간들을 보내다가 사전예약 마감 일 하루 전에 신청했다. 막상 신청 사이트에 들어가니 내가 원하는 병원은 모두 예약불가였다. 접종인원이 마감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조금씩 조바심이 일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두들 접종을 하는데 나는 너무 내 몸을 사리고 있었나 보다. 어렵게 집 근처가 아닌, 사무실 근처의 내과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오후 2시에 접종을 하고 이상 반응 여부를 관찰하는 시간까지 아무런 이상이 없어 돌아왔는데 두어 시간 후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겁이 더럭 난다. 얼른 두통약 한 알을 먹고 지켜보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다시 아프다. 5시간 간격으로 두통약을 먹으며 하루 반 정도 지나니 개운하지..

단상(短想) 2021.06.13

마늘 꽃을 먹었나?

마늘종을 나는 마늘쫑이라 말한다. 남편이 마늘쫑 조림을 좋아한다. 하니 매년 이즈음이 되면 마늘쫑 요리 하기에 바쁘다. 도톰한 마늘쫑을 알맞게 자른 후 갖은 양념장에 은근하게 졸이면 부드러우면서도 졸깃한 맛이 일품이다. 사실 마늘쫑은 마늘의 꽃줄기이다. 이 꽃줄기는 꽃을 피우기위해 온갖 영양분을 곧은 줄기에 비축해 두는데 꽃줄기가 꽃을 피우면 땅속의 알마늘에 양분이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에 부실하게 자란다고 한다. 하여 꽃줄기를 뽑아 내는데 우리는 마늘쫑이라 하며 꽃줄기의 영양분을 먹고있는 것이다. 마늘의 꽃을 빼앗아 먹으면서도 우리는 꽃을 피우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마늘쫑은 우리들의 식탁 위에서, 사람들의 입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따라 유난히 졸인 마늘쫑이 맛있다. 아마도 꽃이 배어..

단상(短想) 2021.06.01

듣고 바라보는 즐거움은...

분주히 움직이는 아침시간이면 습관처럼 FM 방송을 켜 놓고, 몸은 움직이면서 귀로는 열심히 음악프로의 진행자 멘트와 음악을 즐겨듣곤 한다. 출근 전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홀가분한 마음 안으로 젖어드는 음악들이 잔잔하게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과 어우러지면서 참으로 정겹게 느껴지곤 한다. 늘 같은 시간대에 같은 진행자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간혹 진행자의 목소리가 달리 들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채널을 잘 못 맞추었을까? 하며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하는데 진행자가 개인사정으로 방송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렇게 대신 진행해 주며 낯선 음성을 들려주는 것이다. 진행자가 바뀌면 편성되는 내용도 자연히 진행자의 취미에 따라 조금은 변경 될 터이니 그에 거는 기대, 혹은 실망이 따르기도 한다. 오늘..

단상(短想) 2021.05.12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나무

봄꽃들이 마치 마라톤 시작점을 출발하여 달려가듯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면서도 앞서 가려는 마음을 숨기며 피어나더니 이제 마악 마지막 결승점 테이프를 끊었을까 이제 오솔길에는 꽃들의 뒤를 이어 나무들이 아침과 저녁이 다를 정도로 연두 잎을 피우고 연두를 초록으로 바꾸면서 넘실대고 있다. 그 틈에 덜꿩나무들은 흰 꽃봉오리를 올리느라 내 작은 발걸음소리에도 덜컹거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 있고 팥배나무들도 꽃 피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쯤 되면 나는 나무들이 뿜어내는 삽상한 기운을 어쩌지 못하고 우리 조상님들이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린다. 바람 솔솔 소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죽어도 살구나무 방귀 뀐다 뽕나무 나무들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오랜 세월 변함없이 살아갈 수 있..

단상(短想) 2021.04.27

봄길을 걸으며…

이른 아침 공원의 호수에는 물안개가 가득 피어오르고 있다. 풍경은 풍경일 뿐인데 괜한 감성을 끄집어내며 풍경들에 찬사를 보내며 걷노라니 목련꽃이 환한 모습으로 내 눈 안으로 들어온다. 어쩜! 고개를 젖히고 한참을 이리저리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꽃을 더 아름답게 찍기 보다는 어쩌면 사진 찍는 순간의 내 감성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닌지… 봄은 이렇게 늘 다니던 장소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계절인 것이다. 한 계절, 한 순간 만나는 목련의 화려한 새로움 앞에서 나는 즐겨 부르던 목련화 노래를 흥얼거리고 내가 수놓은 병풍의 목련을 생각한다. 이참에 집 정리를 하면서 그동안 벼르고 벼렸던 오래된 병풍의 표구를 비단으로 다시 했다. 어찌나 기분이 좋고 뿌듯한지 모르겠다. 그 시절에 수 놓은 목련이 과연 지금의..

단상(短想) 2021.03.19

나이테로 말하는 나무

이제 마지막 오름 오솔길이다. 이곳을 오르면 곧장 내려가는 길을 만나고 오늘 하루의 코스를 다 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올 것이다. 경칩이 지난 봄날인데도 산속 풍경은 아직 겨울이다. 모두 제 안에 봄을 품기 위해 열심히 물을 올리고 있어서일까. 산등성의 낙엽들이 촉촉이 젖어 있음이 마냥 정겹기만 한데 내 거친 숨소리를 받아내는 길섶의 굴참나무의 낯선 모습을 발견했다. 튼튼한 줄기 하나가 잘려 나간 것이다. 왜 잘랐지? 동절기에 나무 손질을 하는데 그 틈에 베어진 듯싶다. 잘려나간 줄기의 나이테가 선명하다 어쩜! 나이테 모양이 그냥 둥근 것이 아니라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듯 글씨처럼 보이는 것이다. 大 자 같기도 하고 太 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무는 비록 제 몸이 잘려 나갔지만 큰 뜻을 품고 크게 자..

단상(短想) 2021.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