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황희정승은
청렴결백하고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길이 후손들에 추앙받는 인물임에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에 수많은 일화가 전해 오지만 나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이야기가 있다.
황희가 정승이 되었을 때
공조판서로 있던 김종서를 꼼짝 못하게 한 이야기다.
김종서는 회의 도중 의자에 앉을 때도
삐딱하게 앉아 거만한 태도로 거드름을 피웠다고 한다.
이를 지켜 본 황희는 어느 날 하급관리를 불러
“김종서 대감이 앉은 의자의 한 쪽 다리가 짧은 모양이니 고쳐 오너라.” 했다.
그 말을 들은 김종서는 정신이 번쩍 들어 사죄하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고 한다.
황희 정승의 빗댐도 훌륭했지만
그에 재빠르게 깨닫고 수용하는 김종서의 태도도 훌륭하다고 생각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말의 힘을 새삼 깨달았었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란 환경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위 이야기에서 황희가 옳은지 김종서가 옳은지는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점심시간에 개인적인 일로 은행을 다녀왔다.
정기예금 만기일이 되어 재 적립을 해야 하기에 창구를 통해야하는 업무로
점심시간을 이용하느라 마음이 조급하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는데 은행직원들도 점심시간에는 교대 근무를 하기에
창구에 앉아 업무처리를 하는 직원도 두 명만이 업무를 보고 있다.
내 앞 번호의 손님은 나이가 지긋한 여자 분이셨다.
순서가 되어 창구로 가셨는데 어쩌고저쩌고 하더니 급기야 목소리가 높아진다.
요는 출금을 해야 하는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고 하니
직원은 그러면 출금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자 손님은 왜 은행에서 비밀번호를 모르냐며 역정을 내시는 것이다.
막무가내로 인출을 요구하시니 지점장까지 나서서
신분증을 가져 오시면 비밀번호 변경하여 찾을 수 있다며
겨우 겨우 진정시켜 되돌아가시게 한 것이다.
요즈음 웬만한 은행 업무는
ATM기를 이용하거나 인터넷, 또는 폰으로 하는 세상이다
앞선 분은 여러 기기를 이용하실 줄 몰랐을까 아니면
비밀번호를 잊으셨기에 창구에서 떼를 쓰셨을까.
내 번호 부르기를 기다리며 사태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나는 왜 황희정승 이야기가 생각이 났을까
과거는 현재와 통하고 미래와 만난다는 말이 있듯
옛날 훌륭한 조상님들의 이야기는 옛날이 아닌, 우리의 미래를 위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 시대를 요즈음에 대입할 수는 없지만
말하고 받아들이는 감정의 순화는 같다고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기억일 것이다.
제 의견을 굽히지 않기 위해 은행을 쩌렁쩌렁 울리는 말을 들으며
정신이 번쩍 드는 옛 조상님의 조용조용한 울리는 말을 생각하며
일을 마치고 은행 문을 열고나오니 처서 지난 바람의 상쾌함이 나를 맞이한다.
가을을 싣고 오는 모든 것들에는 조용히 울리는 선함이 깃들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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