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416

49일 만에 다시 어머니를 만나고

어머니 어머니 돌아가신 후 49일 만에 어머니를 만나러 갔습니다. 어머니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는데 오늘도 역시 그러했습니다. 스치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 들판은 차분하면서도 풍요로웠습니다. 길가의 코스모스들은 살짝 지나는 바람결에도 제 몸을 하늘거리며 내 지난 시절의 정감을 모두 알려주는 듯 다정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막 익어가기 시작한 벼들의 옆에 불쑥 나타난 듯 서 있는 뚱딴지의 농익은 노란 꽃이 너무 멋져 보입니다. 지나는 길을 일부러 국도를 타고 달렸어요 그 길을 따라나서면 아버지께서 마지막 근무를 하셨던 학교 곁을 지나게 되는데 그 학교는 이미 폐교가 되었다고 어머니는 몹시 서운해하셨지요. 곳곳에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져 있네요. 웃는 모습도, 바삐 걷..

단상(短想) 2023.10.09

일상의 소소함 속에

계획대로라면 내일(16일)이 어머니 면회 가는 날이다. 병원에 그냥 가보고 싶고 어머니 집에도 들어가 보고 싶으나 그럴 수 없다는 현실에 문득문득 밀려오는 허전함을 애써 누르며 다가오는 추석에, 사무 일에, 가정일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즈음이다. 그 바쁜 시간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어 운전대를 잡고 앉으면 온갖 마음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곤 한다. 오늘도 사무실을 나서는데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창에 점점이 무늬를 그리는 빗방울들이 와이퍼에 쓸려나가는 순간까지 그냥 예쁘게 느껴지며 마음이 차분해지니 일부러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는 듯 만나는 신호등마다 빨간불을 보인다. 신호를 기다리며 느긋함으로 그 시간대의 음악방송을 들으며 ..

단상(短想) 2023.09.15

만국기는 펄럭이는데

오늘 광복절! 이른 아침에 태극기를 내 걸었다. 광복절이면 우리 어머니는 광복절 노래를 가사도 틀리지 않고 잘 부르신다고 요양사는 우리한테 알려 주곤 했었다. 그 어머니는 요양병원 침상에서 지금 얼마나 더우실까 오늘이 광복절인 것을 알기나 하실까 어머니를 대신하여 광복절 노래를 불러 보았다. 정인보 작사 윤용하 작곡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꿈엔들 잊을 건가 지난 일을 잊을 건가 다 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의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 자꾸 마음이 서성거려진다. 간단히 집안일 마치고 새만금 방조제를 다시 달렸다 그곳을 꼭 보..

단상(短想) 2023.08.15

장마철의 편린...

해마다 찾아오는 장마, 그리고 물난리다 그에 따르는 이유는 언제나 ‘몇십 년 만의 집중호우’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라는 수식어다 올해는 ‘극한 호우’라는 새로운 말이 첨가되었다. 하지만 자연현상은 예측 불가능한 것인 만큼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 비구름이 지나가는 길을 알고 있어도 느닷없이 찾아오는 자연을 맞이할 준비는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지 싶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바라볼 수 있는 심미안을 지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연일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소나무는 날마다 제 모습을 호수에 비춰보며 단정하게 매무새를 여몄을 것이다. 호수는 소나무를 위해 제 몸을 더욱 깨끗하고 맑게 단장을 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서로를 바라볼 수 없다. 무언가를 선택했다는 것은 잘 지키고 보존해 주며 ..

단상(短想) 2023.07.25

나방도 열심히 일 한다고…

장맛비가 사납게 내리는가 하면 어느새 뚝 그쳐 해가 나오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내 몸이 적응을 잘못하는지 무겁게 가라앉으며 기력이 자꾸 떨어진다. 그렇다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더 힘이 빠지는 요즈음이고 보니 집에 앉아있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저녁 산책길을 매일 나선다. 일단 나서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요즈음 우리 동네 호수에는 연꽃이 한창이다. 어느 꽃은 벌써 연밥을 맺고 있기도 하지만 이쪽에는 백련이, 저쪽에서는 홍련이 자라고 있으니 연꽃 만나러 가는 마음인양 산책 나가는 힘이 생긴다. 장마철의 습한 날씨는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의학에서는 습사(濕邪)라고 부르는데 무겁고 탁한 성질의 습사가 몸에 쌓이면 혈액순환이 나빠져 손발이 붓고 팔다리가 나른해진다고 ..

단상(短想) 2023.07.12

상추와 나의 비밀

저녁산책을 하고 있는데 아파트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이는 내가 매일 그 시간대에 운동하는 것을 알기에 대뜸 지금 운동 중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끝나고 집에 들어가기 전 잠깐 자기 집에 다녀가란다. 8시가 넘는 시간인데요? 했더니 괜찮단다. 집에 다다를 즈음 전화를 하니 그이는 벌써 내려와 있었는데 손에 커다란 검정비닐봉투를 들고 있다. 시골에 밭 조금 있어 심심풀이로 조금씩 채소를 가꾸고 있는데 상추가 많아서 주려고 그랬던 것이다. 얼마 전에는 완두콩을 주어서 잘 먹고 있는데… 집에 와 풀어 보니 상추는 물론 풋호박도, 치커리도, 쑥갓도, 아욱도 조금씩 있었다. 그중 제일 많은 것이 상추였다. 많은 상추를 보니 조금 걱정이 된다. 남편은 상추를 아주 좋아하지만 나는 별로이기 때문이다. 상추를 ..

단상(短想) 2023.06.24

거짓으로 피는 꽃, 헛꽃은.....

이른 아침 초여름의 바람은 바뀐 계절의 산차림이 궁금한 듯 살짝 엿보고 있었는지 산등성이 나뭇잎들이 제법 살랑이고 있다. 작은 바람에도 잎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나뭇잎의 움직임이 마냥 부드러운데 내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의 감촉이 어찌나 좋은지… 새들도 마냥 좋은 듯 지난밤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가 부지런히 재잘거린다. 모든 것들이 예뻐 보이면서 내 마음도 저절로 차분해지니 참 좋은 날이다. 요즈음의 우리 아파트 화단 곳곳에는 수국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그 중 내가 제일 반겨하는 수국은 빙 돌아 아파트 뒤 화단에 조용히 참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산수국이다. 배구공 모양 둥글고 탐스럽게 피어나는 수국 꽃과는 달리 보랏빛인가, 청람색인가, 신비의 색으로 어스름한 새벽녘의 빛을 발하는 산수국 꽃이 너무 예뻐 내 마..

단상(短想) 2023.06.16

6월, 초여름 마중 길

어느덧 6월 중순이다. 봄이 짧았다고, 유난히 더운 봄이었다고 투덜댔지만 그래도 봄꽃들이 있어 하나하나 만나는 기쁨 속에 함께 가자 청했던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기억 속에 예쁜 봄을 저장해 두고 떠났다.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해 줄, 여름에 피는 꽃 마중을 상상해 본다. 내 손에는 그새 6월이라는 계절에 맞는 일을 해야 할 일들이 쥐어졌다. 마늘 한 접반을 준비했다 마늘 값이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 작년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았다 구입해 놓은 마늘을 시간 나는 대로 조금씩 까기 시작하여 엊그제 토요일 오후까지 모두 마쳤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마늘 까기를 끝낸 홀가분한 마음으로 호수가 아닌 맞은편 마을 쪽으로 걸었다. 그 길목에 태산목이 꽃을 피운 것을 차로 오가며 보았기에 직접 보고 싶은 마..

단상(短想) 2023.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