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어렸을 적부터 모아둔 소지품들을 정리하다가
큰 아들 소지품에서 깜짝 놀라운 편지를 발견했다.
세상에!! 울 친정아버지의 편지가 있는 게 아닌가?
18년 전 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글씨체를 보는 순간
그만 나도 모르게 울컥해지고 말았다.
편지를 울 아들에게 보낸 시기는
아버지 정년퇴직하신 후 3년 째 되는 해였고
울 아들은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시기로 짐작된다.
예나 지금이나 일을 해야만 했던 나로서는
아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지 못하고 생활을 해 나갔었다.
그 당시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서인지
큰 아들의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기에
아마도 그 고민을 아버지께 잠깐 이야기했던가? 하는 기억만 있을 뿐
정확한 기억이 없는데 이 편지를 보고 나니
울 아버지는 내 말을 예사로 듣지 않고 언제 그렇게
아들 성적까지 확인하시고 비교표까지 작성하시면서 조언을 해 주셨던 것이다.
정작 울 아버지는 자식들인 우리 형제들에게는
공부하라 어쩌라하는 말씀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
모두 우리가 알아서 했고 아버지는 지켜만 보셨던 것인데
이렇게나 자상하게도 외손자인 울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셨다니~~
가슴이 뭉클하면서 절로 눈물이 난다.
울 아버지는 울 큰 아들에게 세 가지 당부를 하셨다.
첫째, 공부시간을 일정하게 계획 세워라 : (엄마가 챙겨주지 못하는 시간을 지키려면)
둘째, TV를 너무 가까이 하지마라 : (사고력이 줄어든다.)
셋째, 네 자신을 너무 믿지 말라 : (동안 공부 잘했다는 자만심을 버려라)
울 아들은 이 편지를 읽고 무엇을 깨달았을까
나는 지금 순간,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으면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버지! 많이 많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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