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438

풍경으로 받은 추석 선물

요즈음의 아침 산을 올라가는 시간은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기이다. 어둠은 나의 발걸음을 조심조심 옮겨 놓게 하는데 갑자기 산등성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쭈볏거린다. 추석을 앞 둔 요즈음에는 밤이 익어가는 최적의 시기인지라 몇 몇 사람이 밤을 줍느라 배낭 하나씩 짊어지고 손에는 집게를 든 사람들의 움직임이 내는 소리임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시간에 맞춰 다녀와야 하는 내 발걸음은 눈앞에 딱 놓인 밤송이나 밤알 말고는 염두에 둘 여유가 없다. 돌아 내려올 즈음이면 햇살이 막 올라 오면서 산 가까이 보다는 산의 그림자를 받지 않는 산 너머 아파트를 먼저 환히 비추고 있으니 나는 어둠이 걷히지 않은 음예공간에 서서 부드러운 햇살을 받는 밝은 풍경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노라면 마음이 한 없이 선해지고 맑..

단상(短想) 2020.09.29

싹쓸바람이 지나고

태풍 바비에 이어 마이삭이 지나갔다. 또다시 하이선이라는 태풍이 올라오고 있단다. 올해처럼 어려운 시절에 왜 태풍마저 자주 오는지… 지난번 장마 때 내린 엄청난 비에 울 동네 호수 수위가 꽉 차 오르면서 출입통제를 한 바 있었다. 내가 이곳에서 28년을 살아오면서 호수 출입금지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때 놀란 가슴이었을까. 지자체에서는 태풍의 영향권에서 멀리 있는 곳임에도 마이삭을 이겨 보자고 호수 입구를 경계테이프로 막아 놓고 있었던 것이다. 늘 하던 산책시간에 호수 산책로는 걸을 수 없었지만 호수 따라 이어진 차도 옆 인도를 걸었다 비는 많지 않았지만 바람이 있는 듯 없는 듯싶기도 한데 느닷없이 휙 끼쳐오는 바람이 우산을 화들짝 들어올리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하기도 하다. 아무래도 저녁쯤..

단상(短想) 2020.09.04

8월이 이렇게...

오늘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 8월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창밖에서는 매미소리가 우렁찬데 아파트 광장은 고요하기만 하다 코로나 재확산이 아니라면 우리는 지금 강원도 홍천에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아들이 회사에서 선물을 받아왔다. 힐링캠프를 다녀오라는, 자기 부서에서 오로지 아들 혼자 받은 초대권이었던 것이다. 내용을 읽어 보고 장소를 검색하여 찾아보니 아주 훌륭한 시설과 경치에 마음이 흠뻑 반해 서로가 일정을 맞춰 우리 가족이 8월 21일에 다녀오기로 했었는데... 코로나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모기 입뿐만 아니라 제발 코로나의 모든 것이 망가져서 활동을 못하는 시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정을 10월쯤으로 미루어 놓긴 했지만 그때도 알 수 없는 일~~ 아들이 아주 많이 서운해 한다. 아들아, ..

단상(短想) 2020.08.23

낯설음 앞에서

비가 연일 끊임없이 무섭게 내리고 있으니 연일 날아오는 비 예방안내 문자는 코로나예방안내 문자를 앞서고 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로인한 피해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나마 우리지역은 조금 덜하다는 안도감이 미안해 얼른 감추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도 입추절기에 때 아닌 호우주의보를 내리더니 급기야 호우경보로 바뀌면서 나를 불안케 하였다. 산사태소식도 연이어 들러오니 뒷산을 근 일주일 동안 오르지 못했다. 비는 많이 내려도 출근은 해야 했다. 호수 순환산책로에 줄지어 서 있는 벚나무들의 여름 낙엽이 애상스럽다. 굵은 빗줄기였지만 흐트러짐 없는 곧은 사선으로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받아내는 자동차 와이퍼의 움직임이 방정맞다. 차를 주차하고 내려야 하는데 억척스런 빗줄기 때문에 선뜻 내리지 못하였다...

단상(短想) 2020.08.09

공원 산에서 만난 까마귀는…孝鳥(효조) 였다.

아침 뒷산을 오를 때면 시간 관계상 왕복 1시간 거리를 정하여 다녀오곤 한다. 내가 되돌아오는 반환점에서 곧바로 나아가 6차선 도로위의 터널 다리를 지나면 공원 산으로 넘어 갈 수 있는데도 한 번도 건너보지 못했다. 언제부터 한 번 꼭 건너보고 싶었던 길이다. 지난 일요일,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나의 반환점에서 돌지 않고 터널 다리를 지나 공원 산으로 넘어 갔다. 터널 위의 길이 삭막할 것이라 예상 했는데 숲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의외로 잘 꾸며 놓았다. 철쭉도 명자나무도 당매자나무도 많이 식재되어 있으니 이른 봄이면 정원처럼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 하나의 나의 숨은 공간이 있다는 기쁨이 차오른다. 공원산은 사무실 이사하기 전, 사무실에서 가까운 산으로 짬짬이 자주 올랐던 산이..

단상(短想) 2020.07.01

바람 비를 만난 날

간밤에 비가 많이도 내렸다 아침 일찍 습관처럼 눈을 뜨고 베란다에 나서서 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보니 비는 내리지 않았다 공기는 더 없이 맑고 산의 나무들은 목욕을 한 듯 깨끗하다 비가 내리지 않으니 얼른 차림을 하고 뒷산을 올랐다. 아! 얼마나 좋은지… 산의 나무들은 비를 가득 머금고 있으면서도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낯빛이 환하기만 하다. 우리 뒷산은 마사토 길이어서 비가와도 흙 하나 튀기지 않는 정갈함으로 내 발길을 받아주니 내 몸은 절로 가벼워지며 통통 튀는 듯싶다. 길섶의 풀잎에 맺힌 물방울들이 정말 예쁘기만하니 이 예쁜 길을 진정 나 혼자 걷기에는 너무 아깝다. 정갈한 길을 걸으며 나무 아래를 걷는데 갑자기 두두둑하며 빗소리가 들린다. 어쩌지? 우산을 안 가져 왔는데... 잠깐 망설였지만 겨우 한..

단상(短想) 2020.06.30

명태껍질은...

지난 구정에 구정 선물로 반 건조 생선을 다수 구입하게 되었다. 많은 양을 구입해서인지 주인이 덤으로 말린 명태 껍질이 담긴 큼지막한 비닐 한 봉을 주셨다. 명태 껍질에 영양분이 많다고 하여 몇 번 구입해서 먹어보았지만 손질하기는 벅찬데 영양 효과는 보이지 않으니 그냥 시들해져서 잊어버리고 지냈는데 덤으로 받은 껍질을 다시 손질하여 조금씩 먹고 이젠 한 번 손질할 만큼만 남은 것이다. 일요일 오후에 마지막을 손질하였다. 껍질에 붙어있는 비늘과 잔뼈를 제거하고 손질한 껍질 한줌씩만 소금물에 주물주물 헹군 다음 물기를 제거하고 후라이팬에 기름 한 술 정도만 넣고 볶아내면 아사삭 아사삭 ~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그런데 넘 많이 먹으면 오히려 영양분이 모두 배출된다고, 아주 조금씩만 먹으라고 하니 아껴가며 먹..

단상(短想) 2020.06.16

계절 음식을 준비하며...

해마다 6월이면 계절 밑반찬을 준비하곤 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단한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내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이다. 양파장아찌를 담았고, 매실을 구매했고, 마늘 두 접을 샀다. 이 중 제일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이 마늘 까기다. 알이 굵은 것으로 고르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껍질 까는 일이 더욱 어려운 것이다. 이번에 마늘 구입은 재난지원금 받은 것을 사용하기 위해 전통시장으로 갔었다. 그런데 차를 주차하고 시장으로 들어가는 한 골목에 할머니 한 분이 마늘 몇 단을 쌓아놓고 앉아 계시는 것이다. 더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앉아계시니 그냥 마음이 동한다. 한 단에 만원이라고 하시니 두 단(한 접)을 현금으로 사고 나머지 한 접은 시장에서 고르고 골라 알이 굵은 것으로 샀던 ..

단상(短想) 20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