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오후 햇살은 자꾸만 깊숙이 기울어지며 제 키를 키운다.
늘 걷는 오솔길이지만
늘 새로움을 안겨주는 길섶이 마냥 정겹다
가을을 움켜쥐고 가을을 살아가는 초목들을 바라보며
내가 좋아하는 에움길을 돌아서면
노박덩굴이 이 계절을 잊지 않고 노상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왜 이름이 노박일까
노박은 노상의 방언이란다. 노상은 ‘언제나 변함없이’ 라는 뜻이고…
하니 매년 그 자리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살아가고 있다.
지금 노박덩굴은 마음이 조금 급한가 보다
껍질을 셋으로 나누어 열고서 덜 익은 제 속내를 부끄럼 없이 내 보이며
가을햇살을 움켜쥐고 있는데
가을은 괜찮다며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며 위로를 보내고 있다.
지난 계절 동안 수고하여 맺은 결실을
단단히 익히려는 다부짐을 여실히 드러낸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문득 내 지나온 5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난다.
아닌 척 외로움을 견디며 지나온 내 마음결도 꺼내어
저 열매들 옆에 나란히 세워 놓고
다정한 가을의 위로를 받아 보고 싶다.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산의 빨강은 소망 (0) | 2020.12.02 |
---|---|
가을 소나타 (0) | 2020.11.11 |
스며드는 가을햇살 속에서 (0) | 2020.10.16 |
우리도 이렇게 견디며 살아왔다고... (0) | 2020.10.07 |
풍경으로 받은 추석 선물 (0) | 2020.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