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438

노을지는 산책길의 골무꽃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 예찬 받은 오월의 신록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더니 이제는 완숙미가 물씬 느껴지는 강인함으로 다가온다. 튼튼하게 자라는 오월을 축하해 주려는 듯 해거름의 하늘에는 노을빛이 축포처럼 퍼져 있다. 노을빛을 받으며 산책길을 걷노라니 낮 동안의 시름은 어느새 꽁무니를 감추고 사라져 버린다. 하늘 한 번, 호수 한 번, 풀숲 한 번, 산등성 한 번씩 바라보며 온갖 상상으로 내 마음에 그림을 그리며 걷는다. 늘 같은 길이지만 내 생각에 따라 늘 다른 길, 새로움을 보여주는 길이기에 난 이 시간을 좋아한다. 새로움을 만나면, 아니 느끼면 나는 사진 찍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집에 돌아가 찍어 놓은 사진들을 보고 어쩌다 한 두 개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리곤 하면서도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사물을 만나..

단상(短想) 2020.05.24

소만(小滿),그리고 윤사월

탁상달력을 눈앞으로 끌어당겨 물끄러미 보는데 오늘 날짜 옆에 작은 윗글자로 소만이라고 쓰여 있다. 세상에~ 절기가 어느새 소만(小滿)에 닿아 있었구나. 코로나에 시달리느라 절기의 오고 감을 모르고 지냈으니 새삼 세월의 빠름을 느껴본다. 소만 절기는 봄 햇살에 피어났던 작은 (小) 것들이 자라나서 온 세상을 가득 (滿) 하게 메우는 때인 것이다. 소만 무렵이 되면 우리 조상님들은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애송이 밤송이를 겨드랑이에 끼워보고 아프지 않을 때를 모내기철이라 가늠하였다니… 불변하지 않는 자연의 이치를 알고 그에 따르는 삶의 철학은 그대로 예술의 경지가 아니었던가. 한참을 달력을 바라보노라니 23일 옆에는 윗글자로 윤 4.1이라고 적혀있다. 아, 윤사월이네~~ 윤사월~ 윤사월~ 입안에서 절로 구르는..

단상(短想) 2020.05.20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바람 불고 비 내리는 날, 호숫가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들의 몸부림이 마치 지금 내 두통처럼 요란스럽다. 호수를 이루고 있는 물들은 강한 바람에 제 몸을 사정없이 일렁이며 무의식 중 제 살들의 부딪힘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아차! 하는 듯 출렁출렁 소리를 내며 몸부림친다. 서로 간에 마음도 몸도 얼마나 아플까마는 호숫가까지 밀려 왔다가 되돌아서며 그냥 그대로 제 삶의 숙명인 듯 받아들이고 있다 축 늘어진 버드나무도 제 몸을 사정없이 휘둘리며 바람에 순응하고 있다 바람에 맞서면 제 몸이 꺾이고 마는 것을 알고 있겠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일 인지를 버드나무는 온 몸으로 알려주고 있다. 오늘 5월 10일의 탄생화는 꽃창포란다. 오늘 따라 비에 젖은 꽃창포가 귀족스런 꽃 날개를 펄럭이며 함초롬히 젖어 있으니 더욱..

단상(短想) 2020.05.10

둥금의 미학

연초록의 물결을 이루고 있는 산등성이 참으로 곱다. 꽃 진 자리의 상처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듯 전해오는 연한 부드러움에 내 마음도 그만 한 없이 연해지고 있으니 하마 내 모습도 연초록으로 물이 들었을까. 이제 막 새잎을 내밀고 있는 나무들은 둥글게, 둥글게 제 몸피를 키우고 있으니 마치 산이 만들어내는 연초록의 도넛 같다는 생각에 미소가 번진다. 나무들은 왜 저렇게 둥근 모습으로 살아갈까 자신이 너무 많은 가지를 이리저리 뻗어내면 다른 나무들이 행여 피해를 당할까봐 그렇게 제 안으로 가지를 굽어 사노라니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진 것 아닐까 뻗치고 싶고, 제 영역을 넓히고 싶은 모난 마음을 얼마만큼 담금질하면 저런 둥근 미학이 나올까. 나만 잘 살아보자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자며 저렇게 동그란 간격을 유..

단상(短想) 2020.04.30

고맙구나! 냉이야~, 봄꽃들아~

일요일 오후, 여유 있는 시간이면 뒷산을 오르곤 하는데 오늘은 이상스레 몸이 가볍지 않고 쉬고 싶은 생각만 드니 아마도 한 이틀 업무와 씨름한 탓이려니~ 그래도 먹고 살아야하니 필요한 식료품을 이것저것 사야겠기에 무거운 몸을 풀어주려고 일부러 조금 먼 곳의 마트까지 걸어가자 했다. 바람이 많이 분다. 내 머리가 앞, 뒤, 위, 아래를 가리지 않고 멋대로 휘날린다. 이것도 봄 멋이려니 여기며 개의치 않고 걸으며 주말농장 곁을 지나는데 무얼 심으려고 했는지 밭이랑마다에 검정비닐이 둘려있고 작물을 심을 자리마다에 작은 구멍들이 나란히 나 있다. 주인이 보이지 않는 밭에는 바람과 봄 햇살만 가득하다 이곳 주말농장에도 코로나 영향으로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밭 돌보기를 포기한 주인인 듯, 아무런 작물도 심어있지 않았..

단상(短想) 2020.04.27

상생의 배려

매월 16일이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직장가입자들의 보험료고지가 날아온다. 고지를 받으면 각 사업장에서는 직원들의 급여에 적용 공제 후,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4월은 20일이 되어도 고지가 되지 않으니 업무처리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답답하기만 하다. 아마도 4월은 작년도 정산부분이 있어 조금 늦나보다고 생각하며 기다리다 엊그제 21일에 전자고지를 받았다. 하지만 받는 순간 너무나도 다른 보험료에 깜짝 놀랐다. 혹시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보험공단으로 전화를 했지만 전화폭주로 통화할 수 없다는 멘트만 나올 뿐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우리만이 아닌 모든 사업장에 공통된 문제인가 보다고 생각하고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다른 부서로 전화하니 전화 받은 직원도 난감해 한다..

단상(短想) 2020.04.24

광대를 만나고.....

원래 산을 좋아하지만 요즈음 사회적 현상으로 거리두기를 장려하고 있으니 나는 더욱더 산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지리적으로 먼 곳의 산이 아닌, 가까운 뒷산, 공원 산, 우리 지역의 이름난 산을 주말이면 1시간 내, 혹은 3시간 정도를 걸어 다녀오곤 하는데 마치 최적의 격리공간에 들어서는 듯싶기도 하니 우리는 어쩌면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게 마련인가 보다고 혼자 생각하곤 한다. 그렇게 한적한 산을 오르다 한 작은 산사의 일주문 앞에서 광대수염 꽃을 만났다. 봄 들녘에서 자라는 작은 꽃들은 일단 나를 쪼그려 앉게 한다. 그렇게 앉아 꽃을 바라보노라니 광대라는 이름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광대의 사전적 의미로 (1) 판소리, 가면극, 곡예 따위를 업으로 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던 말 (2) 탈춤을 출 ..

단상(短想) 2020.04.21

바닷물에 잠긴 녹슨 도구들의 정겨움

지난 3월 말 경 바람 불어 몹시 을씨년스러운 섬 무녀도엘 갔었다. 아니 그곳에 도착해보니 바람이 많이 불어 참 어설픈 마음으로 썰물이 되어 모습을 드러낸 쥐똥섬까지 이어진 모세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그날 물이 빠져 드러난 갯벌의 풍경 중 하나, 바닥에 무언가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물이 빠져 드러난 모습인 걸 모르고 평소에도 그렇게 늘 바닷가에 놓여 있는 것인 줄 알았다. 무심코 사진을 찍었고 가끔 그 모습이 떠오르면서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어부들이 사용한 도구들인 것을 훗날에서야 알았다. 소임을 다한, 이제 쓸모없는 것들의 가지런함에는 소중하게 여겼던 어부의 정성어린 손때와 마음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던 것이다. 도구들 역시 밀물 때면 모습을 감추고 썰물 때면 갯벌에 모습을 드러내..

단상(短想) 202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