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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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나타

아침저녁으로 지나는 길목 한 곳에 작은 꽃집이 있다. 그곳을 지날 때면 오늘은 문 앞에 무슨 꽃이 나와 있을까 하며 바라보곤 하는데 가을의 길목에 들어선 언젠가부터 노란 국화분이 샛노란 빛을 발하며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곁에 앉아서 국화가 내뿜는 알싸한 향기를 느껴보고 싶었지만 주차할 자리가 마땅치 않으니 번번이 그냥 지나치곤 했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가을 단풍 소식들이 들려온다. 마음 놓고 나설 수 없는 내 마음이 초라해지고 있으니 그냥 국화꽃이라도 한 다발 사고 싶었다. 꽃집에서 먼 곳에 주차를 하고 꽃집에 들어섰다. 마음이 환해진다. 밖의 국화화분을 보고 들어 왔는데 다발 묶음의 소국들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아. 이 쌉싸름한 향기라니~ 망설이지 않고 두 묶음의 소국 꽃을 사들고 나왔다..

단상(短想) 2020.11.11

가을비 내리는 산길에서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일요일, 우리 지역의 청암산을 다녀왔다. 비가 내리는 탓인지 산길은 오직 나 혼자뿐이다. 산의 최고 높이는 119m이지만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누적 고도는 462m라고 내 폰이 알려 주었다. 내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간혹 지저귀는 산새 소리뿐 적막하기 그지없는 산길이지만 나는 오롯한 마음을 챙길 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 곳곳에서 단풍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빼앗아 가고 있는데 이 작은 산은 아직도 푸르름이 더 짙다. 하니 주위의 풍경보다는 비 머금은 숲이 전해주는 향기를 듬뿍 마시며 질펀한 산길에 행여 미끄러지기라도 할까 봐 내 눈은 계속 땅을 바라보며 걸어야 했다. 작은 오솔길은 다정했다. 갈잎으로 덮인 길이기..

내맘의 글방 2020.11.04

가을의 위로

가을날 오후 햇살은 자꾸만 깊숙이 기울어지며 제 키를 키운다. 늘 걷는 오솔길이지만 늘 새로움을 안겨주는 길섶이 마냥 정겹다 가을을 움켜쥐고 가을을 살아가는 초목들을 바라보며 내가 좋아하는 에움길을 돌아서면 노박덩굴이 이 계절을 잊지 않고 노상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왜 이름이 노박일까 노박은 노상의 방언이란다. 노상은 ‘언제나 변함없이’ 라는 뜻이고… 하니 매년 그 자리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살아가고 있다. 지금 노박덩굴은 마음이 조금 급한가 보다 껍질을 셋으로 나누어 열고서 덜 익은 제 속내를 부끄럼 없이 내 보이며 가을햇살을 움켜쥐고 있는데 가을은 괜찮다며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며 위로를 보내고 있다. 지난 계절 동안 수고하여 맺은 결실을 단단히 익히려는 다부짐을 여실히 드러낸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단상(短想) 2020.10.27

방랑자가 순례자가 되는 길, 섬티아고(2)

일곱 번째 토마스의 집을 찾아가는 순례길에서 ~~ 여덟 번째 마태오의 집을 찾아가는 순례길에서 ~~ 노둣길에서 다시 바닷가 갯벌로 길을 내어 지은 마태오의 집은 밀몰때가 되면 바다 한 가운데에 떠있는 예배당이 된다. 물이 찼던 곳과 차지 않은 곳의 차이가 보인다. 아홉 번째 작은야고보의 집을 찾아가는 순례길에서~~ 야고보가 어부였다는데서 착안한 집으로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물고기 형상이 이채로웠으며 왼쪽 지붕 아래로 기다랗게 고기를 잡는 작살도 달려 있다. 열 번째 유다타대오의 집을 찾아 가는 순례길에서~~ 흰 회벽과 코발트색 창문 그리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타일바닥이 갯벌의 칙칙함을 살려주고 있는 듯싶었다. 열한 번째 시몬의 집을 찾아가는 순례길에서~~ ▼ 바다풍경이 그대로 기도 장소가 되어주고 있었다...

방랑자가 순례자가 되는 길, 섬티아고(1)

일주일 중, 온전한 하루를 얻어 여행길에 나서는 일은 나에게는 복권 당첨만큼이나 큰 행운이다. 주말이면 가능한데 일주일 동안 밀린 가사 일과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오는 날이면 종일 종종거리는 날이 주말이다. 하니 아이들이 주말에 오지 않는 날이면 남편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우리 어디 다녀오자’ 라는 말이다. 지난 17일 토요일이 그러했다. 섬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이 신안의 ‘가보고 싶은 섬, 기점 소악도’ 라는 tv 프로를 보았나 보다 그곳에 다녀오자며 준비를 하라고 하니… 일찍이 울 언니가 다녀왔다는 이야기에 부러운 마음으로 나는 언제나 가볼까 했는데 마침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전남 신안군에는 1004개의 섬이 있어 천사의 섬으로 불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천사대..

가을 갈무리 고추장 담그기

지난 추석에 지인이 고춧가루를 넉넉히 보내주었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고추장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남편이 고추장을 좋아하니 많이 먹는 편이라 반가운 선물이었다. 하지만 고추장 담그는 일은 종일은 아니어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로 나로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조금씩 조금씩 준비를 해 놓고 오늘 일요일에 담그기로 했다. 받은 고춧가루는 일반 고춧가루인 까닭에 고추장 담기에는 입자가 조금 크고 거칠다. 하여 고추장 담을 2kg을 덜어서 믹서기에 곱게 갈아 놓기를 하루 저녁, 또 다른 하루 저녁은 아침에 물에 담가둔 찹쌀 1kg을 역시 믹서기에 갈아 냉동고에 넣어두고 엿기름 1kg, 메줏가루 1kg, 조청 1.8kg을 주문했다. 집에 있는 재료로는 항아리를 깨끗이 씻어놓았고..

사진 2020.10.19

스며드는 가을햇살 속에서

일요일 한낮에 방안으로 가득 스며든 가을 햇살은 아늑함을 전해준다. 종종거리는 내 발자국 뒤에 남겨지는 정갈함 속에 창문을 타고 들어온 햇살이 안방을 차지하고 논다. 그랬구나. 평일에는 난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들은 온종일 주인 없는 방안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소꿉놀이를 하기도 하고 출근길 부산하게 서두르는 내 모습을 기억해내고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겠구나. 모처럼 그들 곁에 가만히 앉아 있노라니 어느새 내 몸 위에서 마음껏 유희를 펼치는 햇살의 부드러움에 한없는 아늑함이 느껴진다., 언젠가 재래시장에서 가제 천을 사와 행주를 만들었다. 어설픈 솜씨로 둘레를 박음질하고 귀퉁이 한쪽에 살짝 꽃을 흉내 낸 바느질 수준의 수(繡)를 놓았다. 그 행주를 삶을 때 마다 나는 코를 벌름거리며 그 냄새를..

단상(短想) 2020.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