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토마스의 집을 찾아가는 순례길에서 ~~
여덟 번째 마태오의 집을 찾아가는 순례길에서 ~~
노둣길에서 다시 바닷가 갯벌로 길을 내어 지은 마태오의 집은
밀몰때가 되면 바다 한 가운데에 떠있는 예배당이 된다.
물이 찼던 곳과 차지 않은 곳의 차이가 보인다.
아홉 번째 작은야고보의 집을 찾아가는 순례길에서~~
야고보가 어부였다는데서 착안한 집으로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물고기 형상이 이채로웠으며
왼쪽 지붕 아래로 기다랗게 고기를 잡는 작살도 달려 있다.
열 번째 유다타대오의 집을 찾아 가는 순례길에서~~
흰 회벽과 코발트색 창문
그리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타일바닥이 갯벌의 칙칙함을 살려주고 있는 듯싶었다.
열한 번째 시몬의 집을 찾아가는 순례길에서~~
▼ 바다풍경이 그대로 기도 장소가 되어주고 있었다.
열두 번째 가롯유다의 집을 찾아가는 순례길에서~~
기롯유다의 집을 가기 위해 밟는 바닷물 빠진 길에는 수많은 발자국들과 다슬기들이 모여 있었다.
마지막 가롯유다의 집에서 다시 시몬의 집으로 돌아 와 쉼 의자에 앉아
아침겸 점심으로 가져온 도시락을 먹으며 멀고 가까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내가 지나오며 만났던 12개의 작은 예배당들은 밋밋했던 섬의 풍경들에 활력을 주고 있었으며
섬이라는 도화지에 작은예배당을 그려 넣으니 서로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섬과 예배당은 각자의 특별함으로 서로를 끌어주며 우리에게 뜻모를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한참을 앉아 쉬다가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어 가롯 유다의 집을 다시 다녀올까? 하는 마음으로
다시 대나무 사잇길을 걸어 나가니!! 세상에
이미 물이 들어와서 길을 지우고 있었다.
노둣길이 없는 이곳이기에 가장 먼저 물에 잠기고 마는 것이다.
괜히 마음이 설렁인다.
가야할 곳을 가지 못하는 이상야릇한 마음으로 되돌아 나와서
그냥 막연히 작은야고보의 집 까지 또 다녀오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다시 노둣길을 건넜다
물이 슬금슬금 들어오고 있었지만 노둣길의 높이까지는 여유가 있다.
다시 작은 야고보의 집에 도착하여
무심코 아까 내 마음을 빼앗아갔던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들어오는 물들이 갯벌을 야금야금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니
그냥 슬픔이 밀려온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마음이어서일까
그냥 이곳에서 하루쯤 갇혀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미처 몰랐던 내 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구나
이곳 순례길의 매력은
아마도 이처럼 하루 종일 열려있는 길이 아닐 뿐만 아니라
또한 열려있는 시간도 매번 다르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니 걷는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다.
오늘의 나만 하다라도 처음 배에서 내린 후, 1번 베드로의 집에서
좀 더 천천히 걸었다면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었을 텐데
행여 늦은 걸음으로 바닷물에 막힐까하는 조바심이 있었음을 숨길 수 없다.
저 배는 아까까지만 해도 갯벌위에 놓여 있었는데 이제는 물 위에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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