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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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숲

지난 주말부터 비가 계속 내린다. 장맛비라고 했는데 억센 빗줄기가 아닌, 차분한 빗줄기가 며칠을 쉼 없이 내리고 있다. 그냥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편안해진다. 용케도 아침, 저녁 산책시간에는 더 가느다란 줄기로 내려주니 가볍게 우산을 받쳐 들고 빗속을 하염없이 걸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자꾸만 그냥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우선하니 아무 것도 하기 싫다. 무얼 할까~~ 하릴 없이 책꽂이 앞에서 책등을 훑어 내리고 있었다. 한 때 엄청나게 독서를 했었는데 이제는 일 년에 몇 권정도 들썩 거릴 뿐이다. 뽑아든 책이 2010년에 발간한 김훈 작가의 ‘내 젊은 날의 숲’ 이다. 뽑아들고 책장을 주르륵 펼쳐보니 포스트잇이 곳곳에 붙여있고, 간혹 연필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으니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흔적일 것이다..

감상문 2020.07.15

개미탑

점찍어 놓은 것 같은 작은 꽃이 개미처럼 꽃대를 타고 기어오른다. 날마다 걷는 길, 초록 풀 사이에서 붉은 기운이 감도는 줄기들이 꼿꼿하게 서 있다. 무어지? 얼른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니 세상에나~~ 개미탑이 아닌가!!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꽃이 내 눈앞에 있다니~~ 어찌나 반가운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너무나 작은 꽃, 아니 아직 개화하지 않았으니 꽃망울들과 눈 맞추기가 정말 어려웠다. 이제 날마다 꽃 피기를 기다리며 눈 맞춤하는 재미가 좋을 것인데 어쩜 이리도 작은지… 내 눈이 아플 것만 같다,

꽃과 나무 2020.07.05

왕자귀나무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호수 변 산책을 하는 날이면 다른 자귀나무와 달리 꽃 빛이 흰색인 유난히 높은 자귀나무를 딱 한곳에서 만나는데 왜 분홍색이 아니지? 나무가 높다보니 영양부실인가 보다고 혼자만의 생각으로 나무를 바라보곤 했다. 아, 오늘에서야 알았다. 이름은 왕자귀나무이며 멸종위기 보호종 이라는 것을… 분홍 꽃 피는 자귀나무는 키가 3~5 m의 키에 나뭇잎은 밤이나 흐린 날에는 수면운동으로 포개진다. 왕자귀나무는 자귀나무보다 키가 훨씬 크고 잎도 클 뿐만 아니라 밤에도 잎이 접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흰색의 꽃이 피어 흰자귀나무 라고도 하는데 왕자귀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으로 목포 유달산에서 자라고 있고 군산 앞바다 어청도에서는 작윗대나무라고 불렀다고 한다.

꽃과 나무 2020.07.05

공원 산에서 만난 까마귀는…孝鳥(효조) 였다.

아침 뒷산을 오를 때면 시간 관계상 왕복 1시간 거리를 정하여 다녀오곤 한다. 내가 되돌아오는 반환점에서 곧바로 나아가 6차선 도로위의 터널 다리를 지나면 공원 산으로 넘어 갈 수 있는데도 한 번도 건너보지 못했다. 언제부터 한 번 꼭 건너보고 싶었던 길이다. 지난 일요일,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나의 반환점에서 돌지 않고 터널 다리를 지나 공원 산으로 넘어 갔다. 터널 위의 길이 삭막할 것이라 예상 했는데 숲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의외로 잘 꾸며 놓았다. 철쭉도 명자나무도 당매자나무도 많이 식재되어 있으니 이른 봄이면 정원처럼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 하나의 나의 숨은 공간이 있다는 기쁨이 차오른다. 공원산은 사무실 이사하기 전, 사무실에서 가까운 산으로 짬짬이 자주 올랐던 산이..

단상(短想) 2020.07.01

바람 비를 만난 날

간밤에 비가 많이도 내렸다 아침 일찍 습관처럼 눈을 뜨고 베란다에 나서서 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보니 비는 내리지 않았다 공기는 더 없이 맑고 산의 나무들은 목욕을 한 듯 깨끗하다 비가 내리지 않으니 얼른 차림을 하고 뒷산을 올랐다. 아! 얼마나 좋은지… 산의 나무들은 비를 가득 머금고 있으면서도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낯빛이 환하기만 하다. 우리 뒷산은 마사토 길이어서 비가와도 흙 하나 튀기지 않는 정갈함으로 내 발길을 받아주니 내 몸은 절로 가벼워지며 통통 튀는 듯싶다. 길섶의 풀잎에 맺힌 물방울들이 정말 예쁘기만하니 이 예쁜 길을 진정 나 혼자 걷기에는 너무 아깝다. 정갈한 길을 걸으며 나무 아래를 걷는데 갑자기 두두둑하며 빗소리가 들린다. 어쩌지? 우산을 안 가져 왔는데... 잠깐 망설였지만 겨우 한..

단상(短想) 2020.06.30

타래난초

저녁 산책시간에는 늘 같은 곳을 같은 방향으로 돌게 되는데 요즈음에는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다. 그렇게 걷다 만나는 호숫가 야트막한 둔덕에 잘 가꾸어 놓은 묘가 있고 묘 주변에서 타래난초가 꽃을 피우는 철이라는 예상으로 좀 더 밝은 시간에 꽃을 보려고 그렇게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며칠을 그렇게 돌면서 행여 꽃을 피웠을까하는 마음으로 기웃거려 보았지만 좀처럼 꽃을 만나기 어려웠다. 엊그제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산책을 하면서 그 곁을 지나는데 어머! 옅은 분홍빛 무엇이 보이지 않는가. 얼른 묘 가까이 가 보니 어쩜~ 타래난초가 꽃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반가운지 우산을 받을 만큼의 비니 아니어서 우산을 팽개쳐두고 열심히 꽃을 들여다보았다. 실타래처럼 나선형으로 오른쪽일까 왼쪽일까 타고..

꽃과 나무 2020.06.27

藝의 고장 진도(남도석성)

운림산방과 신비의 바닷길을 지나 남도석성으로 향했다 고려 원종 때 삼별초군이 몽고군과의 항쟁을 위해 이곳에 쌓은 성이라고 전한다 기록상으로는 이 성이 1438년 이후에 세워졌을 거라고 추정했지만 고려 때 쌓은 성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삼별초의 배중손 장군이 성을 쌓고 여몽연합군에 항쟁하다 사망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城(성)의 사전적 의미는 "주거·군사·정치상의 목적을 가지고 선택된 지형과 거기에 설계된 방어적 구축물" 이다. 하니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방어 장벽이다. 남도석성은 평지성인 점에 비추어보면 순천의 낙안읍성과 비슷한 형태로 보이니 방어용 성이 아닌 행정적인 성 같은 느낌이 강했다 하지를 하루 앞둔 여름날의 오후에 찾은 남도석성 앞에 이르니 세월의 무게를 껴안은 돌의 묵직함이 나를..

藝의 고장 진도(운림산방)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많은 곳에 자리한 운림산방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자 조선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이 말년에 그림을 그렸던 화실이다. 이곳을 둘러싼 첨찰산 봉우리에 피어오르는 안개가 마치 구름숲 같다 하여 운림산방(雲林山房)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도 몰랐던 운림산방을 남편이 오래전에 거론하며 한 번 다녀오자 했었는데 이제야 찾아오게 되었다. 산방 입구 주차장에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 검색해 보니 산방을 에워싸고 있는 첨찰산의 등산로가 있기에 높지 않은 산이어서 올랐다 내려오려는 차림을 하고 나선 것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오니 상황이 달라졌다. 날씨가 너무 덥기도 했지만 이곳저곳 간단히 다녀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