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에 지인이 고춧가루를 넉넉히 보내주었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고추장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남편이 고추장을 좋아하니 많이 먹는 편이라 반가운 선물이었다.
하지만 고추장 담그는 일은
종일은 아니어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로
나로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조금씩 조금씩 준비를 해 놓고 오늘 일요일에 담그기로 했다.
받은 고춧가루는 일반 고춧가루인 까닭에
고추장 담기에는 입자가 조금 크고 거칠다.
하여 고추장 담을 2kg을 덜어서
믹서기에 곱게 갈아 놓기를 하루 저녁,
또 다른 하루 저녁은
아침에 물에 담가둔 찹쌀 1kg을
역시 믹서기에 갈아 냉동고에 넣어두고
엿기름 1kg, 메줏가루 1kg, 조청 1.8kg을 주문했다.
집에 있는 재료로는
항아리를 깨끗이 씻어놓았고
천일염 1kg, 매실청 2리터 등, 재료 준비를 다 해 놓았다.
우리 집에는 천일염 두 포대가 있다.
하나는 부안 곰소에서 15년산을 구입 해 놓은 것이고
또 하나는 우리 위층에서 17년산 천일염을
자기의 고향 해남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주었는데
오늘 사용한 것은 곰소 천일염이다.
어제저녁(토요일)에 물 6리터에 담가 놓은 엿기름을
오늘 아침 조물조물해서 걸러낸 후
물 2리터를 추가로 엿기름에 부어 다시 걸렀으니
물은 총 8 리터를 사용했다.
엿기름 물에 찹쌀가루를 풀고 10여 분 동안 미지근하게 데운 후
1시간 동안 삭혔다
찹쌀물을 삭히는 동안
항아리에 신문지 한 장을 넣고 태우면서 열소독을 했고
항아리 열기가 식은 후, 다시 식초를 부어 놓았다.
곰팡이 방지를 위해 하는 과정인데
요즈음 코로나를 생각하면 보이지 않는 이 균들을 어찌 잡아내면 좋은지 모르겠다
물론 고추장이나 된장에 끼는 곰팡이는 걷어내면 되지만
보기에 영 보기 싫을 뿐만 아니라
고추장을 버려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어쨌든 싸워야 하는데
그들과 맞서 싸울 확실한 무기가 없는 것 같다.
조상님들의 지혜를 따라 열소독을 하고 식초로 행구고 하는 것이다
1시간 후,
엿기름 물이 반절이 될 때까지 저어주며 1시간 이상을 끓였다.
다 졸였다고 느낄 때
조청을 부어 주는데 물양이 조금 많은 것 아닐까? 하는 염려에
다시 팔팔 끓인 후, 불을 끄고 소금을 부어 잘 녹였다.
이제부터는 불 없이 하는 작업이다.
소금이 다 녹으면 메줏가루를 붓고 멍울이 없도록 저어 준 후
여기에 주인공인 고춧가루를 다시 붓고 저어주어야 하는데
아마도 이 과정이 제일 힘든 시간일 것이다.
손가락이 자꾸 쥐가 나서 힘들었다.
물의 양이 많을 것 같아 조금 걱정했는데
아주 아주 알맞은 농도였다. 기분이 좋다.
고춧가루가 의외로 물을 많이 먹는다는 것을 오늘 새삼 느꼈다.
고춧가루가 풀어질 때까지 저은 후,
여기에 매실청 2리터를 붓고 다시 저어주고
마지막으로 방부제 대신
소주 250ml를 붓고 저어주면 고추장 만들기 끝~~
아침 8시부터 12시 40분경까지 움직였다.
고춧가루가 물을 많이 먹으면 고추장 농도가 변 할 수 있으니
그에 대처하기 위해 담은 고추장을 바로 항아리에 옮기지 않고
볕 잘 드는 베란다에 내놓고 어지러워진 집안 정리를 한 후
뒷산에 올랐다,
늦은 오후 시간의 기울어진 햇살이 더없이 부드럽다.
고추장의 붉은 기운에 내 눈이 물들었을까
산등성의 덜꿩나무 열매가 고추장처럼 붉게 익어 있다.
어쩜 개옻나무도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네~~
뒷산도 올 한 해를 갈무리 하느라 바쁘구나
바쁜 마음이 이리도 예쁘다면
오늘 하루 고추장 담그며 바쁘게 지낸 내 마음빛도
고추장처럼 붉은 빛일것 이라고 자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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