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은 시간, 분명 익히 잘 알고 있는 길을 걷는 산책이라는 명분은
때로는 무한한 새로움을 안겨주는 일이기도 하다.
요즈음의 산책은
어둠이 내린 주위의 풍경이 청각적, 시각적으로 다른 그 무엇으로
늘 나와 동행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른 그 무엇은 내 생각의 날실과 씨실이 되어 스며든다.
11월 8일은 음력으로 15일 보름이었다.
한 달 중 가장 등근달이 떠오르는 날이니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서인지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잦은 날이기도 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수를 따라 걸으려 나와 하늘을 바라보니
이상하게 둥근 보름달이 구름에 가리 운 듯싶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라 했는데…조금 걸으면 걷히겠지 했지만
달은 더 어두워지면서 제 모습을 자꾸 잃어가고 있다.
구름 낀 날이 아닌데… 하며 달을 응시하던 차!
개기월식 진행되고 있으니 빨리 하늘을 보라며 언니에게서 카톡이 왔다.
어쩜, 개기월식이구나! 하며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날렸다.
달은 온전한 제 모습을 갖추고도
슬금슬금 번져오는 지구의 그림자에 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환한 빛을 지녔으면서도 내 밝음을 자랑하지 않고
우주의 질서에 순응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달은 그렇게 움쩍하지 않고 지구의 그림자에 제 모습을 먹히면서
우주의 신비한 법칙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가려져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더욱 확실한 이치를 설명해주는 보름달이었다.
오늘은 달의 개기월식을 바라보는 시각적인 새로움을 만난 산책시간이었다.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려도
햇빛이 지구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돼 일부가 달을 비추는데
이때 파장이 짧은 파란 푸른빛은 흩어지고
파장이 긴 붉은빛이 달에 도달하여 검붉게 보인다하여
블러드 문(blood moon)으로 불린다. - 신문 내용 일부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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