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면 핸드백 내려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큰 머리핀으로 머리 묶고, 손 씻고 지체 없이 달려가는 곳은 주방이다.
순식간의 일이다.
이런 두서없는 내 마음을 착 차분하게 이끌어주며
서두르지 말라 어르는 것이 있으니…
주방의 작은 창이다.
아무도 없는 낮 동안 혼자 심심했을까
말끔한 얼굴은 어느새 어둠을 배경으로 거울이 되어 나를 바라본다.
바삐 서두르면서도
언뜻 보이는 내 모습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움직임 없는 고요한 물이 거울이 되어 사물을 비춘다 했는데…
지금 창밖의 어둠은 움직임 없는 고요함을 품었다
작은 창은 고요한 어둠을 배경으로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고 있는 것이다.
움직임이 없는 정적은
세상의 수선스러움들을 불러 모아 참선 중인가 보다.
마음의 고요함을 배경으로 거울이 되는
그런 작은 창, 하나 내 마음에 내달고 싶다.
그 창을 통하여, 내가 나를 바라 볼 수도 있겠지만,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가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창이라면 좋겠다.
보일 수 없어 혼자 애달아하는 마음을
삭이지 못하면 걱정이 되고 지나침이 될 수 있다.
그 지나침은 때로 오해를 가져오기도 할 것이다.
내 마음의 창이 있어
무엇이든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때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표출되는 나의 지나침일지라도
나의 진정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나의 작은 창하나 예쁘게 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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