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오래 기억하기위한 마음 짓

물소리~~^ 2014. 11. 7. 22:16

 

 

 

 

 

11월 7일 오후 7시 20분 경의 보름달

 

 

 

오늘이 보름, 윤달 보름이다.

오늘은 입동이다.

 

달은 음력을 따라 윤달인 보름에도 어김없이 온전한 제 모습을 보이나니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보름달이건만

늘 새로움을 발하는 달 아래를 걷는 것은 언제나 미망의 시간이다.

내가 숨죽여 바라보는 동안

나무들은 잎 떨어뜨리기를 멈추고,

미미한 바람은 바람(所望)을 하늘에 걸어두고 무릎을 꿇었다.

 

절기인 입동은 양력의 달력을 따라

시치미 떼고 제자리를 찾아 들었다.

오늘 종일 라디오 음악방송에서는

방송프로시간마다 비발디의 겨울을 들려준다.

마치 겨울이 금방이라도 덮쳐 올 듯 앞서는 마음에

남은 가을이 서운타 할 것만 같다.

 

우리 뒷산은 아직 단풍도 들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한 달 동안 가을다운 가을을 보여 줄 텐데…

그 진한 가을을 느끼며 겨울을 준비하라는 암시일 뿐인데

오늘이 입동이라 말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갖은 절기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말한다.

 

세월을 앞당기며 앞서는 이야기들에 마음이 싸해지면서 살갗이 오소소 돋는다.

내 몸의 수분이 증발한 듯, 마음이 버석거린다.

아, 내 몸은 진즉부터 물을 내렸나 보다

지난겨울에 구입하고서는 꽉 조여 오는 답답함에 입지 못했던 셔츠가

오늘 입고 나서는데 불편함을 전혀 모르겠다.

옷을 입은 것조차 잊어 버렸다.

그렇다고 무게가 줄어든 것은 아닌데

아마도 내 몸은 이 계절을 틈타 물을 내렸나 보다.

 

이 계절은 물을 말리는 계절이다.

입동을 겨울처럼 말하기 전, 가을을 살아내는 모든 것은

겨울에 얼지 않으려면 물을 내리기도, 말리기도 하며 준비하는 시간이다.

물을 말리는 것은 물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응축하는 일이다. 가을 햇살을 오래 간직하는 일이다.

 

내 마음이 버석거리는 것은

마음 속 깊이 젖은 내 생각들을

고슬고슬하게 말려 오래 기억하기 위한 변화의 마음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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