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에 닿고 싶은 감나무의 몸짓이 참으로 아름답다.
퍽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감나무는
언제부터인지 과실이 아닌 풍경으로 우리의 감성을 일렁이게 한다.
까치밥일까?
아님 닿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남겨놓은 감일까.
까치밥이라 바라보는 마음에는
괜한 정감이 밀려오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까치라는 길조의 상징성을 띄워놓고
추운 겨울 내내 소망을 걸어두고 싶은 우리의 정서일 것이다.
우리 어렸을 적,
감나무 밑에 떨어진 감을 주우려고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
눈 뜨자마자 나무 밑으로 달려갔던 선홍빛 추억의 그림이 아려온다.
높이 달려있는 감을 바라보는 까치들도 그런 마음일까.
추운 겨울날
양식 떨어진 날, 나무에 달린 감을 만나면 얼마나 든든했을까.
저토록 아스라이 높은 가지 끝에 한 두 개 쯤 감을 맺어놓음은
사람들 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감나무의 마음일 것이다.
감나무는
육신을 내주는 대신 씨앗을 옮겨달라는 새들과의 약속으로
자신들이 살아갈 장소에 대한 무탈함을 바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 나는 가을 빈산의 빨강은 소망이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다.
빨강은 벽사의 의미를 지녔으며
서로 굳게 약속을 의미하는 빛이기도 하다.
그에 감이 지닌 빨강은 무언가를 간절히 기원하고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염원하는 감나무의 마음일 것이라 믿었다.
새들에게 양식이 되어주고
보이지 않는 먼 곳의 눈 소식을 알고만 있을 것 같은 몸짓으로
우리들의 감성을 지펴주는 따듯한 마음이 파란 가을하늘 아래에 달려있다.
누구라도 바라볼 수 있지만 누구도 쉽게 소유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감나무 밑으로 달려가던 희망으로
높은 하늘이 품고 있는 따뜻한 마음을 따고 싶은 계절이다.
"빈산의 빨강은 소망이다" ☞ http://blog.daum.net/panflut0312/348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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