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하늘아래 바람이 거칠다.
느닷없는 바람소리에 창밖을 응시하는데
웬 종이의 조각 하나가 하늘로 솟구치더니
제 몸을 어찌할 줄 모르며 이리저리 몰리고 있다.
혼미한 정신이 되었을까
종이는 이미 정신 줄을 놓았고
바람에 휘둘리며
좌로 우로 위로 아래로 솟구치더니
결국 굵은 전신줄에 부딪치고 말았다.
그리고는 낙하~~ 마침 바람이 잦아든다.
바람은 무언가 목적을 달성했을까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상대방을 벼랑 끝으로 휘돌리는 마음을 받은 것처럼 아릿해진다.
종이가 부딪힌 굵은 전선에
노란색의 삼각 주의표시가 선명하다.
삼각형 주의마저도 위험한 듯 바람에 앞뒤로 정신없이 나부낀다.
무엇을 주의하는 표시일까
높이는 이미 사람 키를 훌쩍 넘었는데
어지간한 차들의 높이도 빗겨 달려 있었는데
무엇의 주의를 요하고 있을까
종이의 조각 하나 잡아주지 못하고
제 한 몸 가누지 못하면서 누구에게 주의를 하라 경고하고 있었을까.
오늘을 살아가는
하늘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주의를 해야 한다는 의미인가보다.
주의하라는 친절한 안내표시는
위험을 감수하라며, 으름장을 놓으며
위험을 부린 자의 면죄부가 아닌지 모르겠다.
주의 표시를 내 걸기 전에
서로가 주의 할 일을 챙겨주고 거둬들이면 좋겠다.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임승차 (0) | 2014.11.17 |
---|---|
향기로 전하는 말 (0) | 2014.11.13 |
아름다운 굴곡 (0) | 2014.11.11 |
오래 기억하기위한 마음 짓 (0) | 2014.11.07 |
하늘에 달린 따뜻한 마음 (0) | 2014.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