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고맙구나! 냉이야~, 봄꽃들아~

물소리~~^ 2020. 4. 27. 15:49

 

일요일 오후, 여유 있는 시간이면 뒷산을 오르곤 하는데

오늘은 이상스레 몸이 가볍지 않고 쉬고 싶은 생각만 드니

아마도 한 이틀 업무와 씨름한 탓이려니~

그래도 먹고 살아야하니 필요한 식료품을 이것저것 사야겠기에

무거운 몸을 풀어주려고 일부러 조금 먼 곳의 마트까지 걸어가자 했다.

 

바람이 많이 분다.

내 머리가 앞, 뒤, 위, 아래를 가리지 않고 멋대로 휘날린다.

이것도 봄 멋이려니 여기며 개의치 않고 걸으며 주말농장 곁을 지나는데

무얼 심으려고 했는지 밭이랑마다에 검정비닐이 둘려있고

작물을 심을 자리마다에 작은 구멍들이 나란히 나 있다.

 

주인이 보이지 않는 밭에는 바람과 봄 햇살만 가득하다

이곳 주말농장에도 코로나 영향으로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밭 돌보기를 포기한 주인인 듯,

아무런 작물도 심어있지 않았다.

예전 이맘때 같으면 이 곁을 지날 때마다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나곤 하는데 오늘은 썰렁하기만 하다

 

사람과 밭, 작물들은 서로 간에 정성과 다정한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하나의 잘못된 것이 이어짐을 방해하고 있으니

이 밭에서도 애먼 식물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군데군데 비닐 구멍에서 냉이, 점나도나물 등이

버젓이 고개를 내밀고 살아가면서

자신들에게 코로나 그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들의 모습에 용기가 난다. 고마웠다.

이들은 분명 밭주인 대신 이곳에 뿌리를 내려 밭을 갈아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나가 막히면 둘,

이어 둘 이상이 막히며 모든 것을 바뀌게 하는 것은 자명한 일

삶의 질을 바꾸고, 끌어내리며 방해하는 것에

이 봄을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모든 것을 막아서고 있는 코로나에 대항하고 있다.

 

▲ 작물 대신 들풀이 자라고 있다.

 

▲ 모과

예쁜 모습과 향으로 코로나의 氣를 죽이겠다고…

 

 

▲ 살갈퀴

내 갈퀴로 코로나를 모조리 긁어모아 폐 처분할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 아주가

      너희들 코로나는 어서 빨리 아주 가라고 시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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