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록의 물결을 이루고 있는 산등성이 참으로 곱다.
꽃 진 자리의 상처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듯 전해오는 연한 부드러움에
내 마음도 그만 한 없이 연해지고 있으니
하마 내 모습도 연초록으로 물이 들었을까.
이제 막 새잎을 내밀고 있는 나무들은 둥글게, 둥글게 제 몸피를 키우고 있으니
마치 산이 만들어내는 연초록의 도넛 같다는 생각에 미소가 번진다.
나무들은 왜 저렇게 둥근 모습으로 살아갈까
자신이 너무 많은 가지를 이리저리 뻗어내면
다른 나무들이 행여 피해를 당할까봐
그렇게 제 안으로 가지를 굽어 사노라니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진 것 아닐까
뻗치고 싶고, 제 영역을 넓히고 싶은 모난 마음을
얼마만큼 담금질하면 저런 둥근 미학이 나올까.
나만 잘 살아보자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자며 저렇게 동그란 간격을 유지하고 있으니
우리는 지금 나무들한테 저 아름다운 과학적 이치를 배워
거리두기를 하자고 하는 것이다.
우리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내 마음을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 지내는 요즈음을 발판으로
이런 간격유지의 원칙으로 평생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았으면 참 좋겠다.
그러면 저 산등성 나무들처럼 참으로 예쁘게 보일 것이나니…
내가 옳다는 것을 주장하기 보다는
함께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혜를 빌려와
이 아름다운 계절을 마음껏 누리고 싶은 마음을 다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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