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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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금의 미학

연초록의 물결을 이루고 있는 산등성이 참으로 곱다. 꽃 진 자리의 상처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듯 전해오는 연한 부드러움에 내 마음도 그만 한 없이 연해지고 있으니 하마 내 모습도 연초록으로 물이 들었을까. 이제 막 새잎을 내밀고 있는 나무들은 둥글게, 둥글게 제 몸피를 키우고 있으니 마치 산이 만들어내는 연초록의 도넛 같다는 생각에 미소가 번진다. 나무들은 왜 저렇게 둥근 모습으로 살아갈까 자신이 너무 많은 가지를 이리저리 뻗어내면 다른 나무들이 행여 피해를 당할까봐 그렇게 제 안으로 가지를 굽어 사노라니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진 것 아닐까 뻗치고 싶고, 제 영역을 넓히고 싶은 모난 마음을 얼마만큼 담금질하면 저런 둥근 미학이 나올까. 나만 잘 살아보자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자며 저렇게 동그란 간격을 유..

단상(短想) 2020.04.30

고맙구나! 냉이야~, 봄꽃들아~

일요일 오후, 여유 있는 시간이면 뒷산을 오르곤 하는데 오늘은 이상스레 몸이 가볍지 않고 쉬고 싶은 생각만 드니 아마도 한 이틀 업무와 씨름한 탓이려니~ 그래도 먹고 살아야하니 필요한 식료품을 이것저것 사야겠기에 무거운 몸을 풀어주려고 일부러 조금 먼 곳의 마트까지 걸어가자 했다. 바람이 많이 분다. 내 머리가 앞, 뒤, 위, 아래를 가리지 않고 멋대로 휘날린다. 이것도 봄 멋이려니 여기며 개의치 않고 걸으며 주말농장 곁을 지나는데 무얼 심으려고 했는지 밭이랑마다에 검정비닐이 둘려있고 작물을 심을 자리마다에 작은 구멍들이 나란히 나 있다. 주인이 보이지 않는 밭에는 바람과 봄 햇살만 가득하다 이곳 주말농장에도 코로나 영향으로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밭 돌보기를 포기한 주인인 듯, 아무런 작물도 심어있지 않았..

단상(短想) 2020.04.27

상생의 배려

매월 16일이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직장가입자들의 보험료고지가 날아온다. 고지를 받으면 각 사업장에서는 직원들의 급여에 적용 공제 후,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4월은 20일이 되어도 고지가 되지 않으니 업무처리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답답하기만 하다. 아마도 4월은 작년도 정산부분이 있어 조금 늦나보다고 생각하며 기다리다 엊그제 21일에 전자고지를 받았다. 하지만 받는 순간 너무나도 다른 보험료에 깜짝 놀랐다. 혹시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보험공단으로 전화를 했지만 전화폭주로 통화할 수 없다는 멘트만 나올 뿐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우리만이 아닌 모든 사업장에 공통된 문제인가 보다고 생각하고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다른 부서로 전화하니 전화 받은 직원도 난감해 한다..

단상(短想) 2020.04.24

광대를 만나고.....

원래 산을 좋아하지만 요즈음 사회적 현상으로 거리두기를 장려하고 있으니 나는 더욱더 산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지리적으로 먼 곳의 산이 아닌, 가까운 뒷산, 공원 산, 우리 지역의 이름난 산을 주말이면 1시간 내, 혹은 3시간 정도를 걸어 다녀오곤 하는데 마치 최적의 격리공간에 들어서는 듯싶기도 하니 우리는 어쩌면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게 마련인가 보다고 혼자 생각하곤 한다. 그렇게 한적한 산을 오르다 한 작은 산사의 일주문 앞에서 광대수염 꽃을 만났다. 봄 들녘에서 자라는 작은 꽃들은 일단 나를 쪼그려 앉게 한다. 그렇게 앉아 꽃을 바라보노라니 광대라는 이름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광대의 사전적 의미로 (1) 판소리, 가면극, 곡예 따위를 업으로 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던 말 (2) 탈춤을 출 ..

단상(短想) 2020.04.21

애기풀꽃

정확히 5년 전, 이맘때 울 뒷산 햇살 따스하고 양지바른 한 무덤가에서 자주 빛 꽃 피운 애기풀꽃을 만났었다 해마다 그 자리에서 만나는 꽃이었건만 그 해만큼은 이상스레 진한, 멍든 보랏빛 꽃빛에 마음이 쓰였었다. 지난 세월 지난했던 고난의 골이 깊어서 저리도 진한 꽃빛일 것이라고 삶의 여정이 힘들수록 더 예쁜 빛을 띄운다는 그 하찮은 진리를 진하게 보여주는 애기풀꽃을 만남을 끝으로 그 해의 봄 꽃맞이는 시간을 멈추고 병원에서 애기풀꽃의 꽃말처럼 ‘‘숨어사는 여자’가 되었었다. 5 년이 지난 지금, 이제 온전한 몸으로 돌아왔지만 마음 한 구석에 늘 두려움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나는 어쩌면 애기풀꽃처럼 한 조각 멍든 마음 빛을 지니고 있을 것만 같아서 올해도 어김없이 그 곁을 지나며 꽃을 찾아 보았다 그동안..

꽃과 나무 2020.04.19

각시붓꽃

토요일, 모처럼 집에서 옷장 정리를 시작했다. 두꺼운 옷을 집어넣고 이제 가벼운 옷들을 내 놓아야 한다. 매년 반복하는 일인데 들어가고 나오는 옷들이 변함이 없다. 안 입는 옷을 버려야지 하면서도 다시 또 옷장에 걸어놓곤 하는 일이 다반사이니… 비가 올 듯 말 듯 하는 날씨가 자꾸 무겁게 내려앉는다. 옷장 정리를 마치고 그냥 집에 있을까하던 마음을 접고 뒷산을 올랐다. 오늘은 울 뒷산을 넘어 공원 산까지 다녀오리라 하는 마음 다짐을 한다. 착 가라앉은 숲속에 들어서니 작은 연두 잎들이 풋내를 풍기며 나를 반긴다. 풋풋함이 정말 깨끗하게 다가온다. 내 몸도 연두 빛으로 물 들 것만 같다. 벚꽃 떨어진 길, 꽃길을 원 없이 걷다가 공원 산으로 넘어가 나는 산책로가 아닌 트래킹 코스를 따라 산을 오르락내리락 ..

꽃과 나무 2020.04.18

제비꽃 이야기

그리스 신화에 제비꽃 이야기가 나온다. 제우스신이 아름다운 소녀 이아를 사랑하게 되자 제우스의 부인 헤라는 질투가 나서 이아를 소로 만들어 버렸다 한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더니 소로 변한 이아를 바라보는 헤라는 불쌍한 마음이 들어 이아가 먹을 풀을 만들어 주는데 그 풀이 바로 제비꽃이며, 그리스 말로 이온(ion)이라 하고 영어로는 바이올렛(violet)이다. 신화 주인공들의 후손이 번지고 번져 오늘날 제비꽃 종류만도 50여 종을 이루고 있으니 봄마다 만나는 제비꽃들 이름을 불러주기가 늘 어렵다. ◀ 호제비꽃 우리의 이름으로 알려진 제비꽃이란 이름은 강남으로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즈음에 피어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또 다른 이름인 오랑캐꽃이란 이름은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춘궁기 시절에 북쪽의 오랑..

꽃과 나무 2020.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