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록의 물결을 이루고 있는 산등성이 참으로 곱다. 꽃 진 자리의 상처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듯 전해오는 연한 부드러움에 내 마음도 그만 한 없이 연해지고 있으니 하마 내 모습도 연초록으로 물이 들었을까. 이제 막 새잎을 내밀고 있는 나무들은 둥글게, 둥글게 제 몸피를 키우고 있으니 마치 산이 만들어내는 연초록의 도넛 같다는 생각에 미소가 번진다. 나무들은 왜 저렇게 둥근 모습으로 살아갈까 자신이 너무 많은 가지를 이리저리 뻗어내면 다른 나무들이 행여 피해를 당할까봐 그렇게 제 안으로 가지를 굽어 사노라니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진 것 아닐까 뻗치고 싶고, 제 영역을 넓히고 싶은 모난 마음을 얼마만큼 담금질하면 저런 둥근 미학이 나올까. 나만 잘 살아보자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자며 저렇게 동그란 간격을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