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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

애기풀꽃

물소리~~^ 2020. 4. 19. 20:20

 

▲ 애기풀꽃

 

 

정확히 5년 전, 이맘때

 

울 뒷산 햇살 따스하고 양지바른 한 무덤가에서

자주 빛 꽃 피운 애기풀꽃을 만났었다

해마다 그 자리에서 만나는 꽃이었건만

그 해만큼은 이상스레

진한, 멍든 보랏빛 꽃빛에 마음이 쓰였었다.

 

지난 세월 지난했던 고난의 골이 깊어서

저리도 진한 꽃빛일 것이라고

삶의 여정이 힘들수록 더 예쁜 빛을 띄운다는

그 하찮은 진리를

진하게 보여주는 애기풀꽃을 만남을 끝으로

그 해의 봄 꽃맞이는 시간을 멈추고 병원에서

애기풀꽃의 꽃말처럼 ‘‘숨어사는 여자’가 되었었다.

 

5 년이 지난 지금, 이제 온전한 몸으로 돌아왔지만

마음 한 구석에 늘 두려움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나는

어쩌면 애기풀꽃처럼 한 조각 멍든 마음 빛을 지니고 있을 것만 같아서

올해도 어김없이 그 곁을 지나며 꽃을 찾아 보았다

그동안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동안 숨어 살며 얼마나 자신을 안으로, 안으로 응축했을까

 

애기풀꽃아,

이제는 숨어 살지 말고 당당히 그 어여쁜 모습을 드러내며

고운 모습 여한 없이 보여주려무나.

 

이 꽃 사진을 찍으려면 코가 땅에 닿을 지경이니

나는 저절로 무덤의 주인에게 절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곤 하는데

사진을 찍고 일어서서는 나도 모르게

꽃을 보여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코로나로 꽁꽁 얼어붙은 마음으로 지낸 세월인데

24절기상으로, 오늘이 벌써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란다.

‘곡우’는 곡물을 적시고 싹을 틔우는 봄비를 뜻하는데,

때마침 잔잔한 비가 내리고 있으니

우리 조상님들 절기 구분을 절대 허투루 하지 않은 지혜가 엿보인다.

 

옛날에는 곡우에 약수제를 지내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했다고 한다.

시절이 흘러 곡우의 의미는 많이 퇴색했지만

곡우에 비가 내리니 올 해는 풍년이 들것이며

코로나도 비에 씻겨 내려갈 것이니

어제 다녀온 공원 산의 꽃들과 함께

우리의 밝은 사회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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