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모처럼 집에서 옷장 정리를 시작했다.
두꺼운 옷을 집어넣고 이제 가벼운 옷들을 내 놓아야 한다.
매년 반복하는 일인데 들어가고 나오는 옷들이 변함이 없다.
안 입는 옷을 버려야지 하면서도 다시 또 옷장에 걸어놓곤 하는 일이 다반사이니…
비가 올 듯 말 듯 하는 날씨가 자꾸 무겁게 내려앉는다.
옷장 정리를 마치고 그냥 집에 있을까하던 마음을 접고 뒷산을 올랐다.
오늘은 울 뒷산을 넘어 공원 산까지 다녀오리라 하는 마음 다짐을 한다.
착 가라앉은 숲속에 들어서니 작은 연두 잎들이 풋내를 풍기며 나를 반긴다.
풋풋함이 정말 깨끗하게 다가온다.
내 몸도 연두 빛으로 물 들 것만 같다.
벚꽃 떨어진 길, 꽃길을 원 없이 걷다가 공원 산으로 넘어가
나는 산책로가 아닌 트래킹 코스를 따라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보다 산길에서 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걷다 각시붓꽃을 만났다
얼마나 좋은지~~
각시붓꽃은 붓꽃과의 다년생 초본식물로
꽃의 안쪽에 있는 내화피는 곧게 서고
뒤로 젖혀지는 3장의 외화피에는 황백색의 그물 무늬가 있다.
4월부터 6월까지 피는 꽃으로
애기붓꽃으로도 불리며
가늘고 긴 선형 잎과 보랏빛 꽃이 정말 잘 어울린다.
하니 이 꽃을 만나면
꽃만이 아닌 기다란 잎과 함께 찍어 주고픈 마음이 불쑥 일어난다.
산벚꽃가지 너울대는
봄 숲속 자랑자랑한 햇살아래
숨은 듯 피어난 각시붓꽃
무엇이 이토록
고운 모습 지니도록 했을까.
고운 각시 되고파
맑은 이슬 정제하여
수줍은 보랏빛 물들이고
햇살 받아 길쌈 들여
고운 흰 색실 뽑아
정성들여 한 땀 한 땀 수놓은 네 설레임
보랏빛 모습보다
수놓은 솜씨보다
정성 다하는 네 모습에
숨이 멎는다.
참으로 어여쁘구나
각시란 접두사로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느다란 난초 같은 잎 사이에서 긴 꽃대가 나오면서
올라오는 꽃봉오리가 마치 붓 같다하여
각시붓꽃이라 부른다.
보라색은 귀족적인 의미도 있지만
병듦, 고난 과 같은 애잔한 의미도 있으니
각시붓꽃을 보면
어찌 갓 시집와 어려운 시집살이하는 색시의
모습이 떠오른다.
각시 붓꽃의 뿌리는 예쁜 꽃과는 달리
억세고 뻣뻣하여 옛날에는 그 뿌리를 가지고 부엌에서
솔(수세미)로 사용하였기에
일부지방에서는 솔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각시붓꽃의 주변이
낙엽, 나뭇가지들로 많이 어수선해
꽃을 조금 단정히 보이려고 액자처리 했다.